[Oh!칸 레터] 17년만에 칸 찾은 설경구, 감격의 눈물이 주는 의미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5.25 13: 30

17년 만에 칸을 다시 찾은 설경구가 눈물을 보였다. 끝없이 이어진 7분간의 기립박수,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던 설경구의 눈물까지 자아낸 감격적인 장면이었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은 24일 오후 11시(현지시각) 진행된 공식 상영회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이날 처음으로 칸에 상륙한 '불한당'은 전 세계 취재진과 영화인들의 극찬을 받았다. 설경구-임시완이 벌이는 멜로보다 더 진한 브로맨스와 오프닝부터 스크린을 압도하는 액션 시퀀스까지, 감각적인 느와르 '불한당'은 세계 최고의 깐깐한 관객이 포진한 칸조차 사로잡았다.

설경구에게는 더욱 의미가 깊은 영화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여행자'에 이어 벌써 네 번째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지만, 설경구가 칸영화제에 참석하는 것은 '박하사탕' 이후 무려 17년만. 강산이 두 번은 바뀌었을 시간이 흘러 다시 칸영화제라는 세계 최대 영화 축제에 초청된 설경구의 얼굴은 기대와 기쁨으로 상기돼 있었다.
설경구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박하사탕' 이후 17년 만에 칸 영화제에 가게 됐다. 당시에는 베니스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가는 등 많은 영화제에 초청받았"며 "흔한 일로 생각을 해서 당시엔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와 닿지 않았었다. 10년 넘게 (초청이) 끊기면서 해외 영화제에 가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설경구에게조차 '어려운 일'이었던 칸영화제 참석이 약 20년만에 이뤄졌다. 최근 연이은 흥행 부진을 겪고 있었던 설경구는 '불한당'으로 반전을 노렸다. 개봉 전부터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최전성기 시절 연기력과 매력을 모두 회복했다는 성적표까지 받아들었다. 흥행 역시 낙관적이었다. 
그러나 모든 일은 사람 마음처럼 쉽지는 않은 법. 설경구의 역작으로 꼽힌 '불한당'은 연출을 맡은 변성현 감독의 SNS 논란으로 한순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박스오피스는 '겟 아웃'에 밀려 아직 100만 고지도 돌파하지 못했고, 변성현 감독을 둘러싼 그치지 않는 설왕설래에 배우들은 물론, '불한당' 관계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져갔다. 
이런 가운데 칸영화제에서 7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불한당'의 쾌거는 설경구에게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1인자를 꿈꾸는 재호가 된 설경구는 그야말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불한당', 그리고 한재호와 만난 설경구는 최전성기, 우리나라 연예계를 누비던 그때 그모습처럼 강렬하고 또 섹시하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너무 연기를 쉽게 하고, 쉽게 가려고 생각한 것 같다"고 고백한 설경구는 '불한당'으로 또다시 달라졌다. 반성을 많이 하게 한 영화라고 말한 만큼, '불한당' 속 설경구는 어제와 또 다르다. 
설경구는 7분간 이어지는 기립박수를 받으며 손을 흔들고 미소를 지었다. 함께 주연을 맡은 임시완과 함께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다양한 포즈로 팬서비스를 실천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랜 시간 그치지 않는 기립박수에 끝내 설경구의 눈은 촉촉히 젖어들었다. 오랜 세월 세월에 깎이고, 풍파에 무뎌졌다고 생각했지만, 칸이 주는 감동은 강렬했다. '대배우' 설경구마저 울린 감격의 순간이었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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