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이정재 "끊임없이 다르게 연기하는 게 배우로서 숙제"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5.23 11: 05

(인터뷰②에 이어) ‘대립군’은 1592년 임진왜란 때 명나라로 피란한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을 이끌게 된 세자 광해(여진구 분)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들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바꾸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후궁 출신의 서자로 왕위에 오른 14대 왕 선조. 명민하면서도 학문에도 조예가 있었던 선조는 1608년에 파란만장한 치세를 마감했다. 국가를 제대로 재건했다면, 선조는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위대한 군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고려시대에도 거란의 침입으로 풍전등화의 시기가 있었지만 고려 현종은 위기를 잘 넘긴 왕으로 기억되고 있다. 반면, 선조는 일본의 침략을 내다보지도 못했고 전란 뒤에도 제대로 난국을 수습하지 못한 왕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2012년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 2014년 ‘명량’(감독 김한민)에 이어 ‘대립군’이 다시 한 번 광해와 임진왜란 시기를 다루며,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 사극의 새로운 주자로 나섰다.

이정재는 2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제가 촬영현장에 새벽 4시 반~5시 반까지 가면 다른 분들도 6시 반 전까지는 다 나오신다. 해뜨기 전에 각자 분장을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며 "이른 아침이니 졸고 있는 분들도 있고, 아침이니 활력을 얻기 위해 음악을 듣는 분들도 있다. 아침부터 저녁을 먹을 때까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니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함께 고생스러운 영화를 해내고 있다는 동료애가 자연스럽게 들었다.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완전히 식구 같은 느낌이었다. 마지막 촬영, 10~15회 남겨 놓고서 배우들끼리 술을 자주 마셨다”고 촬영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왕권 세습에만 집중하는 사극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살았던 대립군을 스크린 위에 처음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새롭다. 전쟁 한가운데 나라를 버린 선조를 대신해 조선을 지키며 분조를 이끌어야 했던 광해의 이야기도 사실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로서 몰입도를 높인다.
그는 “(토우의)말투가 굉장히 고민이 됐다. 산 사나이들처럼 말을 하려고 했는데, 조금 더 가면 마당쇠 느낌이 나서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싶었다(웃음). 조금만 더 빠져 나오면, 수양대군 같이 되고 그랬다. 그 경계선이 되게 어렵다. 산은 공간이 개방돼 있다 보니까 소리를 크게 할 수밖에 없다. 울림통 자체가 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목소리 톤을 수양대군과 다르게 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고 했다.
이정재는 작품 속 캐릭터에 큰 차이를 두기 위해 노력한다며 “전작과 다르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약간 겹치기도 한다. 끊임없이 다르게 연기해야하는 게 직업 배우로서 숙제"라며 "하다가 안 될 때는 머리카락을 쥐어 뜯는 스트레스이기도 하지만, 연기는 제 삶의 즐거움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purplish@osen.co.kr
[사진] 호호호비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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