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신진들의 ‘가혹한 매치플레이’ 출사표 “배우겠지만 지지 않겠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7.05.20 06: 11

“많이 배우겠지만 지지는 않겠다.” 올 시즌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뚜렷한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는 당찬 신진들의 매치플레이 16강전 출사표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라데나 골프클럽(파72, 6277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KLPGA 투어 유일의 매치플레이 ‘2017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7억 원, 우승상금 1억 7,500만 원)에서 ‘당찬 신진세력’ 김지영(21, 올포유)과 박민지(19, NH투자증권)가 한국 여자프로골프계의 걸출한 선수들과 맞상대하는 각오를 이렇게 피력했다. 
올 시즌 생짜 신인인 박민지는 지난 4월의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서 베테랑 안시현과의 연장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했고, 투어 2년차인 김지영은 지난 14일의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극적인 칩인버디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때 올린 성적을 바탕으로 시드를 배정 받고 ‘2017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참가하고 있는 이들은 사흘간 펼쳐진 조별리그에서도 쟁쟁한 선배들과 경쟁해 ‘시드 배정자’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다. 
박주영 윤슬아 허다빈과 한 조가 돼 조별리그를 펼친 박민지는 2승 1무로 승점 2.5점을 받아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허윤경 박지영 김보령과 조를 이룬 김지영은 허윤경 박지영과 더불어 연장 승부 끝에 16강 진출권을 따냈다. 
그런데 본격적인 토터먼트가 시작 되는 16강 대진표가 만만치 않다. 김지영은 ‘여제’ 박인비를 16강 상대로 만났고, 박민지는 2016 시즌 KLPGA 대상 수상자 고진영과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속된 말로 “쫄면 죽는다”는 각오로 덤여야 할 대진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16강 진출 확정 후 가진 인터뷰에서 확인한 바는, 그들은 이미 가혹한 대진을 즐기고 있었다. 어차피 손해 볼 게 없다는 생각으로 각오를 다지면서 겉으로는 “많이 배우겠다”는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고진영을 상대하게 된 박민지는 “한번도 같이 쳐 본 적이 없고, TV에서만 많이 보던 선배다”고 말해 엉뚱한 면을 보여주면서도 “아마 시절 많은 매치 플레이를 해 봤고, 개인적으로 매치플레이를 아주 좋아한다”며 기죽지 않았다. “16강 진출을 확정짓고도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두웠냐”는 질문에는 “선배 앞에서 너무 좋아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기쁜 표정을 감췄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짓게 만들었다. 
매치플레이에서 흔히 목격 되는 ‘또 하나의 신경전’ 컨시드에 대해서는 “컨시드를 잘 주는 편은 아니다. 상대가 못 넣을 것이라 생각해서 안 주는 게 아니고, 매치플레이만의 기싸움이다. 상대를 살짝 기분 나쁘도록 만드는 요소인데, 매치플레이에서는 그런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앳된 표정이지만 그 뒤엔 승부사의 기질이 숨겨져 있었다. 
‘세계 골프 여제’ 박인비를 만나는 김지영은 공식 인터뷰에서도 배움의 한계선을 분명히 쳤다. “워낙 훌륭한 선배이다 보니, 배운다는 자세로 경기에 나서야지 부담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질 수는 없는 승부다”고 본심을 드러냈다. 
경기에 임하는 실질적 자세는 이미 조별리그에서 박인비를 상대해 본 양채린으로부터 전수받고 있었다. 양채린은 조별리그 2라운드에서 박인비를 상대하면서 2&1으로 지기는 했지만 전반 6번홀까지는 1UP으로 앞서가기도 했다. 
양채린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박인비 선배의 플레이를 보지 말아라. 배울 점이 어떤 게 있을까 하고 플레이를 보다 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져 정작 내 플레이를 놓칠 수 있다”는 게 요지였다. 
이런 얘기를 전하며 김지영은 박인비를 상대하는 자세를 다시 정리했다. “배우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겠지만 내 플레이에 더 집중하겠다”였다. 
‘2017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은 20일 오전에는 16강전을, 오후에는 8강전을 펼친다. 김지영과 박민지가 두 고비를 어떻게 넘길 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다만 어떤 결과이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한 단계 더 성장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해볼 수 있겠다. /100c@osen.co.kr
[사진] 김지영(위)과 박민지의 두산 매치플레이 조별리그 3라운드 경기 모습.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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