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칩인 버디'로 연장전 한풀이...KLPGA NH투자증권 챔피언십 첫 V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7.05.14 16: 50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차 김지영(21, 올포유)이 시원하게 연장전 패배 한풀이를 했다. 데뷔해인 작년 시즌, 2번의 연장전 패배로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었던 그였다.
김지영은 14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수원컨트리클럽(파72, 6494야드)에서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7억 원, 우승상금 1억 4,0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극적인 칩인버디로 생애 첫 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렸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의 성적이다.
11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리던 이지현이 파4 15번 홀에서 보기를 범했다. 이지현은 김지현2와 공동 2위로 내려갔고, 김지영은 1타차 단독 선두로 밀려 올라갔다.

파3 16번홀을 파로 막고, 승부수를 띄울 파5 17번홀이 됐다. 그러나 그린을 향해 세 번째 샷을 띄운 김지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공은 그린을 넘어 러프지대로 굴러갔다. 칩샷에 운명을 걸어야 할 상황.
샷은 생각보다 강했다. 홀을 비켜나면 1타 차 선두가 의미가 없어진다. 타수를 크게 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공은 선수보다 더 드라마를 알았다. 깃대를 맞고 홀에 뚝 떨어졌다. 이 극적인 '칩인 버디'로 김지영은 2타 차 선두가 됐다. 그러나 정작 김지영은 이 상황을 알지 못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보기만해도 꿈에 그리던 우승컵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리더보드를 보지 않았다”는 김지영은 자신의 보기 퍼트가 우승 퍼트인 줄 몰랐다. 우승자가 되고도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지영은 동료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위해 달려 나오는 모습을 보고서야 환하게 미소지었다.
2년차에 KLPGA 투어 생애 첫 우승을 한 게 그리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훨씬 더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야 첫 우승을 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지영의 이번 우승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작년에 있었던 두 차례의 연장전 패배 때문이다. 
김지영은 작년 4월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서 박성현과 연장 승부를 펼쳤다. 루키 신분으로 박성현을 뛰어 넘기에는 ‘대세’의 벽이 너무 높았다. 
연장 승부는 9월에 또 한번 찾아 왔다. 메이저대회인 이수그룹 KLPGA 챔피언십에서 배선우와 또 연장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날 승부에서는 4년 동안 우승에 한 맺힌 배선우의 절실함 앞에 무너져야 했다.
데뷔해 준우승 2차례의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니지만 연장전 패배의 기억도 자꾸 쌓이면 안 된다. 이날 김지영이 리더보드조차 보지 않고 경기를 펼친 이유도 연장전 패배의 기억이 징크스로 남을까 두려워서였다.
17번홀 극적인 칩인버디로 생애 첫 우승컵을 안는데 성공한 김지영은 “우승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지만 우승 여부에는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고 플레이에만 집중했다. 리더보드를 보지 못한 게 긴장이 덜 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회 1라운드 선두주자 김자영2가 이지현2, 김지현2와 더불어 10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올랐고, 2라운드 선두주자 최혜정2이 홍란과 함께 9언더파로 공동 5위에 랭크 됐다. LPGA 투어에서 뛰고 있지만 후원사 대회를 위해 건너온 이미림이 8언더파로 공동 7위에 랭크 됐다. /100c@osen.co.kr
[사진]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안정적인 자세로 샷을 하고 있는 김지영. 아래 사진은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