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선발투수 웃고 울리는 득점지원의 세계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5.05 05: 56

투수는 제아무리 잘 던져도 타선이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면 승리투수가 될 수 없다. 최근 세이버매트릭스의 발전으로 승리의 가치가 예전만 못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좋은 투수를 가늠하는 데 '10승'은 의미가 있다.
결국 투수로서는 자신의 등판 경기에 타자들이 얼마나 도움을 주느냐도 관건 중 하나다. 단순히 승리투수가 되는 건 차치하더라도 넉넉한 점수 차로 앞서고 있으면 투구시 마음이 편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 '봉크라이'를 시작으로 '레크라이'와 '켈크라이'까지. 투수의 이름과 'cry(울다)'를 합쳐 만들어진 별명이다. 호투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득점지원, 불펜의 방화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이들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올 시즌 KBO리그 선발투수들의 득점지원을 살펴보며 타선이 야속한 이들과 고마운 이들을 나눠봤다.
▲ 꾸준히 저조한 득점지원, 레일리와 켈리
'레크라이' 브룩스 레일리(롯데) 올 시즌 6경기서 34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 중인데 1승3패에 그치고 있다. 그가 등판한 날 팀 성적 역시 1승5패. 승률은 16.7%로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중 가장 낮다. 그의 득점지원은 6경기서 평균 5.19점. 그러나 이는 착시가 있다. 레일리는 지난 6일 넥센전서 무려 12점을 지원받았다. 이를 제외하면 다섯 경기를 통틀어 단 6점의 득점지원만을 받았을 뿐이다. 경기당 1.2득점 꼴. 넥센전을 제외한다면 득점지원 꼴찌는 레일리의 몫이다. 레일리가 매 경기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아야만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수준이다.
'켈크라이' 메릴 켈리(SK) 역시 올 시즌 6경기서 38⅓이닝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4.70을 기록 중인데 1승3패에 그쳤다. 퀄리티스타트 3회, 퀄리티스타트+(7이닝 이상 2실점 이하) 1회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올 시즌 역시 3.99점의 저조한 득점지원을 받고 있다. 켈리는 지난해에도 4.85점의 득점지원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17명의 선발투수 중 15위에 그친 바 있다.
반면, 지난해 4.45점의 득점지원으로 규정이닝 선발투수 17명 중 16위에 그쳤던 양현종은 올해 평균 6.32점을 지원받고 있다. 살림살이가 한결 나아진 것. 거기에 본인도 6경기서 41⅓이닝 평균자책점 1.52로 호투 중이다. 여섯 번의 등판 모두 퀄리티스타트. 이 중 네 번은 퀄리티스타트+였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파랑새'가 되는 건 당연한 기록이다.
▲ 타선이 고마운 투수들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지원을 받은 선수는 신재영(넥센)이다. 신재영은 6경기 평균 8.47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시즌 성적은 3승2패에 머물고 있다. 뒤이어 류제국(LG)이 이름을 올렸다. 류제국이 마운드에 있을 때 LG 타자들은 8.25점을 뽑아냈다. 류제국은 이에 대해 "내가 평소에 야수들에게 잘해서 그런가보다. 나만한 선배 없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직전 등판이던 2일 경기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음에도 빈타에 그친 타선 탓에 시즌 6승 사냥에 실패했다. 그 다음은 SK 문승원. 문승원은 6경기서 평균 5이닝 소화에 그쳤는데 득점지원은 8.10점에 달한다. 그럼에도 1승2패밖에 거두지 못하고 있다. 8점 이상의 득점지원을 받은 선수들이다.
그 뒤로 KIA의 외인 원투펀치가 자리했다. 헥터 노에시는 올 시즌 7.21점을 지원받았다. 전체 4위. 그 덕에 여섯 경기 등판해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여섯 번 등판 모두 퀄리티스타트였으니 타선과 시너지가 맞았다. 퀄리티스타트+도 다섯 번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그런 헥터에게 7.21점의 득점지원은 오히려 많은 느낌이다. 지난 시즌에도 5.81점을 지원받으며 전체 11위에 오른 바 있다. 리그 5위는 팻딘이다. 팻딘은 5경기서 34이닝을 소화하며 2승1패를 거뒀다. 그의 득점지원은 경기당 7.15점. 그 뒤를 7.02점을 지원받은 유희관(두산)이 따랐다.
▲ '크라이'계의 신흥강자, 비야누에바-한현희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28명 중 가장 적은 득점지원을 받는 선수는 카를로스 비야누에바(한화)다. 비야누에바는 올 시즌 5경기서 31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30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퀄리티스타트도 네 번, 퀄리티스타트+도 한 차례 있었다. 그러나 퀄리티스타트에도 패전투수가 된 적만 두 번 있었다. 저조한 득점지원 탓이다. 비야누에바는 올 시즌 평균 1.44점을 지원받고 있다. 때문에 비야누에바 등판일에 한화는 1승4패로 승률 20%에 머물고 있다.
정대현(kt)과 한현희(넥센)는 비야누에바보다 낫지만 타선이 야속하다. 정대현은 올 시즌 6경기서 31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4패 평균자책점 6.25를 기록 중이다. 퀄리티스타트는 한 번. 그러나 타선이 1.99점만 돕고 있다. 본인의 성적이 첫 두 경기를 제외하면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득점 지원 자체가 원체 짜다. 한현희는 상황이 다르다. 그는 올 시즌 4경기서 24⅓이닝을 던졌는데 아직 승리가 없다. 퀄리티스타트 세 번에 퀄리티스타트+ 한 번이 있었지만 1.85점의 득점지원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게다가 블론세이브도 한 차례 있었다. '크라이'계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셈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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