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라붐 1위 '뮤직뱅크', 이대로 괜찮은 걸까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4.29 15: 03

라붐이 데뷔 4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었다. 현재 음원차트를 집어삼킨 '가요계의 퀸' 아이유를 꺾은 실로 엄청난 성과였다. 꿈에서나 품어봤을 소중한 1위 트로피를 품에 안은 라붐 멤버들은 오열에 가까운 울음을 쏟아냈다. 그러나 4년 만에 1위를 이뤄낸 이들의 눈물에는 왁자지껄한 축하 대신 시끌벅적한 구설 뿐이다. 대체 왜일까. 
문제는 지난 28일 방송된 KBS 2TV '뮤직뱅크'에서 라붐이 신곡 '휘휘'로 아이유의 '사랑이 잘'을 제치고 정상에 일어나며 불거졌다. 집계 결과 라붐은 최종점수 4546점으로 4165점의 아이유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라붐의 '휘휘'와 맞붙은 '사랑이 잘'은 공개되자마자 전 음원차트를 올킬했고, 발매 후 한달이 가까워지는 29일 오후 2시 기준 차트에서도 멜론, 엠넷닷컴 등 주요 음악사이트에서 3위를 기록하는 등 차트 장기집권체제를 굳힌 곡. 그런데 음원차트 100위 안에도 없는 라붐의 '휘휘'가 아이유의 '사랑이 잘'을 꺾는 파란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답은 '뮤직뱅크'의 1위 산정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뮤직뱅크'는 음원점수 65%, 음반점수 5%, 방송점수 20%, 시청자 선호도 점수 10%를 합산해 K차트를 집계하고, 이 결과에 따라 매주 1위를 선정하고 있다. 
자세히 점수를 들여다보면 아이유의 '사랑이 잘'은 멜론, 엠넷닷컴, 벅스, 지니, 소리바다, 올레뮤직, 네이버뮤직 등에서 집계하는 음원점수에서는 3816점을 기록하며 116점의 라붐을 압도적으로 앞섰다. 10%를 차지하는 시청자 선호도 점수에서도 0점의 라붐을 305점으로 눌렀다. 그런데 결과는 5%의 음반, 그리고 20%의 방송점수에서 갈렸다. 
라붐의 앨범 '미스 더 키스(MISS THE KISS)는 한터차트 기준 초동 판매량이 2만8천장을 돌파했다. 걸그룹 중에서는 트와이스, 레드벨벳 다음으로 높은 기록이며, 여자친구, 러블리즈 등을 꺾은 놀라운 수치다. 이 수치로 라붐은 무려 2344점이라는 음반점수를 얻으며 선공개곡이라 음반 점수에서 0점에 그친 아이유를 꺾었다. 지난 앨범에 비해 30배가 훌쩍 뛰어버린 음반 판매는 이번 라붐 1위를 놓고 아이돌 팬덤의 설왕설래를 만들어내는 이유다. 
더 큰 이유는 1위 집계 기준 중 무려 20%에 달하는 방송점수에 있다. 방송 점수는 예능 등 KBS 프로그램 출연, 뮤직비디오 방송 횟수, BGM 플레이 횟수, 라디오 에어 횟수 등을 집계해 20%를 반영한다. 한마디로 KBS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비추며 활동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면 '뮤직뱅크' 1위도 그저 꿈은 아니라는 계산이 나온다. 가요계에서 "방송점수로 밀어붙이면 '뮤직뱅크' 1위 트로피 한 번은 품을 수 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가요계 일각에서는 '뮤직뱅크'의 이런 순위 산정 방식이 시대를 역행하는 고리타분한 집계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가요계 판도가 음원 위주 디지털 세상으로 버뀐지 이미 오래이기 때문. 현실과의 괴리가 워낙 크다보니 애국가 시청률로 추락했고 존재 이유를 의심받을 정도다. 
공정성 역시 손상을 받을 가능성이 불거진다  순위 심사에서 무려 20%나 차지하는 방송점수는 가요팬들이 뮤뱅 트로피의 진정한 가치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논란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오히려 가수들이라는 것이다. 데뷔 후 처음으로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음에도 라붐은 결코 웃을 수 없었다. '뮤직뱅크'는 오는 8월 K팝을 전파하겠다는 목표로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중단했던 월드투어의 방송을 2년 만에 재개한다. K팝의 세계화를 목표화하고 있는 '뮤직뱅크'는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라고는 새지 않을까. /mari@osen.co.kr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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