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 약세’ PHI, 류현진 첫 승 열쇠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4.29 06: 07

류현진(30·LA 다저스)은 직전 등판인 지난 25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자신의 그간 투구내용과는 상반되는, 조금은 ‘이상한’ 투구를 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 비중이 높아졌는데, 그 폭이 파격적이었다.
2013~2014년 당시 류현진의 구종별 구사 비율을 보면 그래도 빠른 공 비중이 50%는 넘었다. 2013년은 54.2%, 2014년은 52.3%였다. 체인지업의 비중은 20% 안팎이었다. 결정구였다. 올해 첫 두 번의 등판에서도 이런 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8일 콜로라도전의 체인지업 비중은 19.48%, 14일 시카고 컵스전은 16.67%였다.
그런데 25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는 체인지업 구사 비율이 무려 42.11%까지 올랐다. 이는 종전 경기 최고 비율이었던 2013년 8월 25일 보스턴전의 31.46%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경기 후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시즌 초반 빠른 공에서 실투가 나와 홈런을 6방이나 얻어맞았다는 것,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체인지업에 약하다는 것이었다.

실제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의 집계를 보면 샌프란시스코 팀 전체의 체인지업 구종 가치는 -7.1로 내셔널리그 15개 팀 중 최하위다. 류현진은 이런 흐름을 간파하고 경기 전부터 포수인 야스마니 그랜달과 함께 체인지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기 계획’을 짜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체인지업은 역시 명불허전의 위력을 발휘하며 6이닝 1실점 호투의 발판이 됐다.
실투 및 장타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류현진이다. 빠른 공 구위와 제구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돌아올 때까지는 바깥쪽 및 체인지업 승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행히 류현진의 다음 상대인 필라델피아(한국시간 1일)도 체인지업에 그렇게 강한 팀은 아니다. 류현진의 장점이 빛을 발할 수 있다.
필라델피아 타선은 28일까지 OPS(출루율+장타율) 0.740을 기록하고 있다. 15개 팀 중 7위로 중간 정도다. 아직은 만들어가는 타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발장타력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여기에 빠른 공에는 전체적으로 강하다. 물론 좌·우완 편차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팬그래프’ 기준 빠른 공 가치에서는 13.7로 리그 5위다.
다만 체인지업은 -3.8로, 류현진이 재미를 톡톡히 봤던 샌프란시스코(-7.1)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다. 에르난데스, 프랑코, 에레라 등 주축 선수들은 올 시즌 체인지업에 전반적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빠른 공에 강한 대신 체인지업, 슬라이더(-6.2), 커브(0) 등 변화구에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 또한 계산에 넣을 만하다.
류현진은 앞으로 상대 타선의 장점과 약점을 분석해 경기마다 패턴을 달리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지난 경기처럼 체인지업 비중이 극단적으로 높여가기는 쉽지 않다. 결국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활용하기 위한 과정의 계획이 중요할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실투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또 한 번의 호투 가능성도 높아진다. 첫 승의 열쇠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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