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가 밝힌 100km대 '초슬로 직구'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4.29 06: 06

시속 103km 직구. KBO리그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36·한화)가 꺼내든 비장의 무기는 '초슬로 직구'였다. 
배영수는 지난 27일 사직 롯데전에서 5⅓이닝 6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거뒀다. 이날 전력분석팀 자료에 배영수의 직구 최저 구속은 시속 103km로 나타났다. 105km 직구도 있었다. 100km대 초반 느린 직구를 수시로 던지며 롯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변칙 투구 논란이 있었지만, 그보다 인상적인 건 경기 내내 간간이 던진 100km대 초슬로 직구였다. 
이날 배영수는 1회 손아섭 상대로 초구에 103km 느린 직구를 던졌다. 그 다음 공은 138km 직구. 같은 직구라도 구속에 큰 차이를 줬다. 3회 김민수에게 111km, 4회 손아섭에게 117km 직구를 초구에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6회 이대호에게도 초구에 118km 직구를 던져 파울을 유도했다. 경기 내내 100~120km 느린 직구로 완급 조절하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었다. 

얼핏 변화구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전력분석팀 표기대로 직구가 맞았다. 배영수는 "변화구가 아니라 직구를 느리게 던진 것이다. 아예 힘을 빼고 배팅볼처럼 던진 공도 있었다. 타자들에게 쳐라고 던진 것이다. 아마 한가운데로 타자들 치라고 공을 던지는 투수는 얼마 없을 것이다"며 웃은 뒤 "그렇게 던져 맞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다 맞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배영수는 "그동안 어떻게 하면 안 맞을까 고민했지만 결국 투수는 타자에게 맞아야 된다. 한가운데 공이라도 배트 스윗스팟에 맞지 않으면 홈런이 나오지 않는다"며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결국 타이밍 싸움이다.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느린 공이라도 칠 수 없을 것이다. 성의 없이 던지는 것처럼 보여도 나름대로 다 계산을 하고 던졌다"고 설명했다. 
말은 쉬워도 실전 마운드에서 투수가 100km대 직구를 던지는 건 웬만한 배짱이 아니고선 어렵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경험해본 배영수이기에 가능하다. 
한화 김성근 감독도 "지금 대한민국에 그 정도 투구를 할 수 있는 투수는 류제국·유희관·배영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번도 같은 템포로 안 던진다. 힘 뺄 때는 뺄 줄 알고, 과감하게 승부를 들어갈 때는 들어간다. 남들이 볼 때는 도망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게 아니다. 낮게 유도하는 공도 결국 공격하러 들어가는 것이다. 계산이 서는 투구"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화 내야수 송광민도 곁에서 본 배영수의 투구에 대해 "타자들이 타이밍 맞추기가 힘들 것이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없다. 미리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놓고, 철저히 준비했기 때문에 실전에서도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것이다"며 놀라워했다. 
배영수도 "롯데전이 올해 던진 경기 중에서 가장 힘들었다. 워낙 집중을 해서 그런 것 같다"며 매 순간 타자와 타이밍 싸움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제 위기 상황에서도 스스로 불안한 건 없다"고 자신했다.
'100km대 초슬로 직구'까지 장착한 배영수의 변화무쌍한 두뇌 피칭, 왜 그가 현역 최다승 투수인지를 잘 보여준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