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야구] 컨디션 난조 차우찬, 투혼으로 던진 115구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7.04.29 06: 44

차우찬(30·LG 트윈스)의 115구는 특별했다. 최고의 컨디션에도 던지기 힘든 115구를 컨디션 난조 속에서 소화하며 LG에 3연승을 안겼다.
28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서 열린 2017 KBO 리그 kt wiz와 원정경기서 차우찬은 공을 던지고 또 던졌다. 7회를 마쳤을 때 투구수는 이미 99개였다. 그럼에도 차우찬은 공을 놓지 않았다. 차우찬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이날 총 투구수는 115개였다.
기록은 훌륭했다. 8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1실점. 3.55였던 평균자책점은 2.97로 떨어졌고, 시즌 3승(2패)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차우찬의 호투에 LG는 3연승을 달리고 2위 NC 다이노스와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

차우찬의 입지가 토종 에이스라는 걸 생각하면 kt전의 활약은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 차우찬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차우찬은 개막 전 참가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다친 발목의 후유증으로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투구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다.
투수의 발바닥은 좋은 투구를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다. 손과 어깨, 팔꿈치처럼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지만, 한쪽 발은 투수판을 박차서 공에 위력을 더하고 반대 발은 중심 이동을 버티면서 제구에 안정을 더한다. 그러나 차우찬의 발바닥은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kt전을 앞두고 LG 양상문 감독은 "차우찬의 발바닥에 물집이 잡힌 상태다. 발목을 다쳤던 것이 아직도 영향이 있다. 이제는 괜찮을 것 같기도 하지만..."이라며 긍정도, 부정도 아닌 반응을 보였다.
1회만 봤을 때에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듯했다. 차우찬은 박경수에게 던진 직구가 가운데 몰리면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직구 구속은 143km/h로, 차우찬에게 기대하는 만큼의 공이 아니었다. 순간적인 현상은 아니었다. 차우찬의 이날 최고 구속은 145km/h에 그쳤다.
하지만 차우찬은 무너지지 않았다. 직구가 원하는 수준 만큼 나오지 않는 걸 파악한 차우찬은 변화구의 비중을 높였다. 이날 차우찬은 직구 40개, 커브 28개, 포크 25개, 슬라이더 22개를 던졌다. 효과적이었다. 홈런을 맞은 이후 차우찬은 단 4개의 안타만 더 내주는데 그쳤다.
차우찬은 "전체적으로 공이 좋지 않았다. 포수 유강남이 잘 리드를 해줘서 고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포수가 투수의 체력까지 지켜주는 건 아니다. 7회까지 99개의 공을 던진 차우찬은 8회도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혀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삼자범퇴로 8회를 마쳤다.
차우찬이 1회 이후를 무실점으로 버틴 덕분에 LG는 승부를 뒤집었다. 5회 1-1 동점을 만든 LG는 차우찬이 마운드를 내려간 직후인 9회초 오지환의 희생플라이로 결승타를 기록했다. 짜릿한 9회 역전승을 차지한 양 감독은 "차우찬이 긴 이닝 동안 실점을 최소화해서 따라갈 수 있었다"며 승리의 공을 차우찬에게 돌렸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수원=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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