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이제 신이는 무서울 게 없다며 웃음을 터뜨린다. 그에게는 악역도, 예능도,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 했던가. 신이는 누구보다 ‘단단한 배우’가 돼 있었다.
최근 MBC 아침드라마 ‘훈장 오순남’을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는 신이는, 한동안 연기를 못했던 때를 떠올리며 누구보다 즐겁게 현장에 임하고 있다. 신이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코믹 연기를 들고 돌아왔다. 코믹 연기의 달인이지만, 정작 신이가 하고 싶은 역할은 따로 있다. 바로 ‘악역’이다.
“다른 것도 다 욕심나는데, 악역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한 번 웃기니까 안 들어오는 것 같다. 예전에 공포영화 ‘령’에 출연했는데 시사회에서 제가 나오는 장면에 다 웃음을 빵 터뜨리더라. 그걸 보고 좀 슬펐다. 아이러니 하고. 일단 워밍업이 필요하니 내가 제일 잘 하는 걸 열심히 하고 있을 거다. 그러다 악역 들어오면 ‘연민정’ 같은 악역 해보고 싶다.”
작품 밖의 신이는 악역도, 코믹 캐릭터도 아닌, 아주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야말로 ‘반전매력’이라 할 만 하다. 그는 ‘곰의 탈을 쓴 여우’와 같은 소설을 집필했고, 지금도 ‘술김에’라는 책을 공동 집필 중이다. 그야말로 혼자 책 읽고, 이야기를 쓰는 일상이 너무나 익숙한 ‘혼사녀’다. 이런 반전 매력의 신이가 MBC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면 재밌지 않을까.
“‘나 혼자 산다’ 나가고 싶지만, 섭외 들어와야 하지.(웃음) 원래 조용한 편이고, 말을 많이 하면 실수를 할 거 같아서 많이 안 하는 스타일이다. 요즘 ‘혼술’ ‘혼밥’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나는 예전부터 그걸 해왔다. 친구들과도 남자 이야기도 안 하고, 어떻게 돈 벌어서 노후 대책 세울지 이런 얘길 주로 한다.(웃음)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겠다.”
이런 낯가리고 조용한 성격 때문에, 매니저 없이 홀로 다니는 지금의 생활이 때로는 좋기도 하다고. 신이는 따로 매니지먼트에 소속돼 있지 않고 직접 현장을 다닌다. 운전도 직접 하고, 옷도 직접 고른다. 매니저가 없는 게 처음이지만, 서툴러도 할 만 하다며 그는 웃었다.
“제작발표회 현장에 입은 옷도 아는 언니가 빌려준 거다. 패셔니스타인 언니가 있어서 그 언니 평상복을 빌려다 입으면 그렇게 예쁘게 나오더라.(웃음) 스태프가 없는 게 불편하긴 하지만, 대기시간이 정말 긴 일일극 현장에서는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12시간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는데, 한 공간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건 낯을 많이 가리는 내겐 힘든 일이니까.”
매니저나 코디네이터 없이 홀로 움직이는 활동은 처음이라 불편할 만도 할 텐데, 신이는 직접 배워가며 일을 챙기는 지금이 그저 즐거울 따름이란다. 모든 게 감사하게 느껴진다는 그의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과거엔 예능 프로그램도 많이 고사했는데, 지금은 모든 걸 다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에는 예능 프로그램이 무서웠고, 내가 낯을 많이 가리니까 그저 웃다가만 왔다. 하지만 이젠 무서울 게 없다. 가리는 것도 없고. 전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 어색하고 그랬는데 이젠 어색한 것도 없다. ‘택시’에 나갔을 때 말을 잘 하니까 (이)영자 선배님이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며 좋아하시더라.”
한동안 연기를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신이는 지금의 일상이 소중하다는 걸 더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의 곁에 꾸준히 있고 싶다는 신이. 그의 꾸준한 발걸음이 벌써 기대된다. / yjh0304@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