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칸 ML' 꿈 이룬 은고에페, "어머니 보고 계시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4.27 16: 02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27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최초의 역사를 썼다. 이날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를 앞두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내야수 기프트 은고에페(27)를 빅리그로 콜업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최초 아프리카 선수로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된 은고에페는 데뷔 첫 타석부터 안타를 치며 감동 스토리를 썼다. 
4회초 2루 대수비로 교체 투입된 은고에페는 4회말 첫 타석에서 컵스 선발 존 레스터에게서 중전 안타를 쳤다.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메이저리그 선수의 첫 안타였다. 6회에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내며 멀티 출루에 성공했다. 2루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9회초 1사 1루 앨버티 알모라의 유격수 병살타 때 2루를 커버해 정확한 1루 송구로 더블 플레이를 엮어내며 경기를 끝냈다. 은고에페의 활약으로 피츠버그는 컵스를 6-로 꺾었다. 
화제의 중심은 은고에페에게 쏠렸다. ESPN, MLB.com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은고에페는 "언젠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8년 반 동안 마이너리그에 머물렀지만 이곳에서 안타를 치는 생각만 해봤다"며 꿈에 그리던 빅리그 활약에 대해 "모든 굉장하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는 굉장하다는 것뿐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8년 9월 피츠버그 전 스카우트 톰 랜돌프의 눈에 띄어 계약한 은고에페는 야구 불모지 남아공 출신이다. 1990년 나아공 북동부에 위치한 피터즈버그에서 태어났고, MLB 아카데미에서 야구를 배우던 중 피츠버그에 스카우트됐다. 처음에는 스위치히터였지만 2015년부터 우타자에 전념 중이다. 그해 11월 피츠버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됐고, 이날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피츠버그는 주전 3루수 데이비드 프리스가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고 있어 보호 차원에서 내야수 1명을 추가했다. 그 선수가 바로 은고에페다. 
은고에페는 "미국처럼 큰 나라 출신이 아니어도 메이저리그의 꿈을 이룰 수 있다"며 이날 트리플A로 내려간 리투아니아 출신 투수 도비다스 네베라스카스(리투아니아)를 가리켜 "도비다스는 유럽에서 왔고, 난 아프리카 출신이다. 아프리카에서 야구는 인기 있는 스포츠가 아니지만 어느 곳에서든 열심히 하면서 꿈을 꾼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9년에 가까운 마이너리그 생활 동안 포기하지 않은 은고페에의 끈기가 만든 기적이기도 하다. 그는 "긴 여정이었다.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멈추고 싶었던 적이 몇 번 있었지만,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계속 싸웠다"고 이야기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끝까지 버텼다. 
전날 은고에페의 빅리그 콜업 소식이 전해졌을 때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 선수단 전체가 기뻐했다고. 그의 노력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은고페에에 대해 "엄청난 조직적 승리다. 그는 계속 열심히 뛰어왔고, 아마 그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것을 믿고 해왔을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은고에페는 빅리그 합류를 앞두고 짐을 정리하며 인디애나폴리스의 아파트에서 20분 동안 혼자서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지난 2013년 폐렴으로 작고한 어머니 모린을 생각한 것이다. 은고에페가 야구를 처음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에게 약속한 게 바로 메이저리그 진출이었다. 그 순간이 현실로 다가왔다. 
은고에페는 "어머니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머니가 행복해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눈물을 애써 참았다. 그는 "나 스스로에게 울지 말자고 말했다. 난 빅리그 선수이기 때문이다"며 "프란시스코 서벨리가 나를 안아줬을 때 가슴에서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감격적이었고, 눈물과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꿈을 이룬 은고에페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9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딛고 올라온 빅리그, 그도 이젠 당당한 메이저리그 선수다. 그것도 아프리칸 최초의 빅리그 선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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