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풀뿌리를 키우자④]고교야구, 빈부차가 너무 크다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7.03.28 06: 00

“야구계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 야구계 원로인 김응룡 초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이 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야구가 안방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은 후 밝힌 지적이다. 프로와 아마 모두 한국야구가 재도약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할 시점이다. OSEN은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디딤돌이 될 미래의 주인공들을 어떻게 키워나가야할 것인지부터 야구계와 함께 고민하기 위해 ‘풀뿌리 야구’를 긴급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서울 강남권 고교야구팀은 프로야구단 못지 않는 매머드 선수단에 즐거운(?) 비명이다. 고교 명문고인데다 강남권에 위치한 덕분인지 한 팀에 70여명의 선수단을 자랑한다고 한다. 얼마전 부산에서 끝난 명문고 야구대회에 강남의 한 고교는 2, 3학년 선수들만 출전했다. 1학년은 학교에 남겨 놓고 코치에게 훈련을 시킨 채 2, 3학년 40여명의 선수들을 데리고 나가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처럼 고교야구 선수단이 프로구단 만큼 커진데에는 학부모들의 강남권 선호현상이 큰데다 학교에서도 선뜻 선수들을 받아주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선수단이 크면 출전기회가 적어짐에 따라 다른 지역의 규모가 작은 야구팀의 고교로 전학을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지만 요즘에는 이런 현상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지방출신 선수들조차 서울 등 수도권으로 몰려오고 있다고 한다. 경기에 출전할 기회가 적어지는데에도 학부모들은 대학진학이 수월한 서울 강남권 고교팀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지방권 학교들은 선수난에 고민이 크다. 지방 야구 명문고들조차 선수단 규모가 작아져 많은 경기 소화가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주말리그를 비롯해 각종 대회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진 상황에서 선수 숫자가 적어진 탓에 많은 경기를 적은 선수들이 뛰어야해 혹사 논란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런 기현상의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이런 무작정 수도권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팀당 등록선수를 5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학교측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협회 관계자는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려하면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다. 또 학교측에서 선수 인원을 제한해야 하지만 역시 학부모들의 요청을 무시하지 못한다. 일부 선수들은 출전 기회가 보장되는 지방 등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가려 해도 교육부에서 위장 전입으로 문제 삼을까 걱정해서 옮기지를 못한다”면서 정부부처 당국의 정책적 검토를 바라고 있다. 고교야구팀은 35명 정도일 때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이 된다고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도 나설 태세이다. 최근 가진 ‘한국야구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문화체육관광부의 한민호 정책관은 “조만간 문체부와 교육부가 가칭 학교체육진흥회라는 기구를 함께 만들어 학생 선수들이 공부도 하면서 운동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들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야구장 등 부족한 인프라 마련에도 힘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 선수들의 교육적인 측면도 고려하면서 기량향상도 꾀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야구 토론회에서는 학교 선수단 규모 문제 뿐만 아니라 선수 혹사 방지책, 고비용 해외전지훈련 방지책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야구계에서 이런 내용들을 잘 정리해서 문체부와 협의, 해결책들을 모색할 예정이다.
한편 학교 야구단 창단의 어려움도 앞으로 해결할 과제이다. 김응룡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은 협회 회장을 맡기 전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에 고교야구팀을 창단하기 위해 힘을 쏟았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인구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인 용인시에 고교야구팀이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팀창단을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학교들이 선뜻 나서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학교들은 운동부 관리의 어려움을 들어 야구팀 창단을 고사했다고 한다. KBO와 협회는 고교야구팀을 창단하게 되면 지도자 급여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앞서 밝힌 선수들의 서울권 선호 현상에 학교들의 미지근한 협조로 인해 창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야구의 뿌리가 튼튼해지기 위해서는 학교야구의 이와 같은 빈부차 해소가 필요하다. 골고루 발전기회가 제공될 때 더 많은 유망주들이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선양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
[사진]고교야구 경기 장면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