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항변, "주권 15실점, 내가 그랬다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3.26 05: 56

"그거 참, 나 항의 좀 해야겠다". 
한화 김성근(75) 감독이 웃으며 한마디 툭 던졌다. kt 투수 주권이 15실점을 할 때까지 던졌다는 이야기에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김진욱 감독이 그렇게 하면 문제없는가 보다. (주권 관련 기사를) 열심히 봤는데 나쁜 이야기는 없더라"며 "나도 15실점까지는 해보지 않았다"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주권은 지난 23일 고척 넥센전 시범경기에서 4이닝 동안 홈런 3개 포함 16피안타 1볼넷 15실점으로 무너졌다. 15실점은 역대 KBO리그 개인 한 경기 최다실점 기록. 4회에만 무려 12점을 내줬지만, kt 김진욱 감독은 정해진 볼 개수를 채우기 위해 주권을 내리지 않았다. 주권은 이날 92개의 공을 던졌다. 

시범경기란 것을 감안해도 투수가 15실점을 할 때까지 교체하지 않은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벌투'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 김성근 감독도 한화 부임 첫 해였던 지난 2015년 3월21일 대구 삼성전 시범경기에서 유창식이 6이닝 8실점으로 무너진 동안 117개의 공을 던지게 해 벌투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정규시즌에도 김 감독을 둘러싼 벌투 논란이 꽤 있었다. 2008년 4월12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 구원으로 나온 SK 투수 조영민은 6이닝 9실점을 내주며 120구를 던졌다. 2011년 6월23일 SK 김광현은 8이닝 8실점 완투패를 하며 개인 최다 147구를 뿌렸다. 한화에 와선 지난해 4월14일 대전 두산전 구원 송창식이 4⅓이닝 90구 12실점(10자책)이 대표적인 벌투 논란. 
김 감독은 이에 대해 "그런 상황이 되면 투수는 누구나 열이 받는다. 얻아맞으면서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감독은 그걸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컨트롤이 들어오고, 완급 조절을 하게 된다. 안 좋음 속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에 그 상황에 투수를 놔두는 것이다. 투수가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김광현을 예로 들며 "그때도 한 가지 템포로만 계속 던졌다. 김광현으로선 자신의 살길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며 "OB 감독 시절에는 장호연도 그런 식으로 한 적이 있다. 김진욱 감독이 OB에서 내 밑에 있었으니 봤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해도 투수가 경험하며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주권이 15실점을 내준 날, 김진욱 감독은 "주권이 평소와 달리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1회부터 볼끝 힘이 조금 떨어졌고, 변화구 각도 밋밋했다"며 "올 시즌 선발로 던져야 할 투수이기 때문에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본인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고 교체하지 않은 이유를 직접 설명한 바 있다. /waw@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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