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벌금, SK 유망주 투수들의 수업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5.21 10: 00

선두타자-2S 상황에서 적극적 승부 강조
벌금 쌓이지만… 사사구 극적인 감소 추세
“이제는 자기들끼리 알아서 내더라고요”

김상진 SK 퓨처스팀(2군) 투수코치는 알 듯 모를 듯 미소를 지었다. SK 퓨처스팀 투수들의 쌓이는 벌금 때문이었다. 벌금이라고 해서 누군가 규율을 위반했거나 돌출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경기에서 실점이 많다고 벌금을 내는 것도 절대 아니다. 벌금은 ‘미션’에 실패할 때 낸다. 바로 상황에 따른 볼넷 허용이다.
SK 퓨처스팀은 볼넷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어린 투수들을 좀 더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볼넷을 줄 때 항상 벌금을 내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정해져 있다. 김 코치는 “맞아도 좋으니 적극적인 승부를 하라”고 항상 주문한다. 피안타나 실점은 개의치 않는다. 다만 딱 두 가지는 엄하게 지적한다.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주지 말 것, 그리고 2S 상황에서 볼넷을 내주지 말 것”을 항상 강조한다.
이닝이 시작되는 첫 타자를 상대로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어린 투수들 사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주자를 내보내는 것 이상의 스트레스를 준다. 2S의 절대적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볼넷을 내주면 투수나 야수나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투구수도 불어나난다. 반대로 최악의 상황을 넘긴 상대는 기가 산다. 흐름의 게임인 야구에서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아직 어린 투수들이고 완성되지 않은 투수들이다보니 그런 상황에서 볼넷을 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벌금은 쌓인다. 한순간에 고쳐질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의식하면서 던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김 코치가 굳이 벌금까지 매겨가면서 선수들에게 주입시키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이는 대만 타이중 퓨처스팀 전지훈련 당시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기조다. 당시 퓨처스팀 선수들은 경기에서 전체 3개 이상의 볼넷을 내면 벌칙을 수행했다. 주로 나머지 시간에 추가로 육상 트랙을 뛰었다. 선수들이 경기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2군에서부터 볼넷을 남발하면 절대 좋은 투수가 될 수 없다. 그렇게 꾸준히 기조가 이어진 덕분에 지금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SK 퓨처스팀은 지난해 886⅓이닝에서 무려 578개의 볼넷, 84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해 사사구만 662개였다. 9이닝당 사사구가 6.72개였다. 이는 퓨처스팀 전체를 따져도 가장 많은 불명예 수치였다. 그러나 올해는 268⅔이닝에서 사사구는 151개다. 5.05개 수준으로 내려왔다. 극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대신 그 외의 부분은 크게 뭐라 하지 않는다. 김경기 SK 퓨처스팀 감독은 “성적에는 신경을 쓰지 않겠다”라고 공언했다. 투수가 조금 흔들리더라도 교체보다는 인내를 가지고 지켜본다. 실점이 몇 점이든 예정된 투구수를 다 던지고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 코치는 “맞을 때는 그냥 열중쉬어 자세로 있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마운드 방문도 거의 없다. 위기 상황을 스스로 생각하고 이겨내길 바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가 보인다. 올 시즌 SK 마운드의 최고 히트작으로 떠오른 문승원은 2군에서 지금과 같은 과정을 거친 뒤 좀 더 강해져 1군에 올라갔다. 이미 1군급 선수인 윤희상이나 정영일 외에도 조영우 김주한 이정담 등 신진급 선수들의 활약상도 좋아 올 시즌 적잖은 인원들이 1군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특히 사이드암 김주한은 구속이 늘어나면서 1군 콜업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130㎞대였던 구속이 최고 147㎞, 평균 140㎞ 초중반까지 올라오며 최근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84, 피안타율 2할3푼9리로 선전하고 있다. 21이닝에서 내준 볼넷은 단 3개뿐이다. 2군 선발 로테이션의 실질적 에이스로 뽑히는 우완 조영우도 33이닝에서 볼넷은 4개 밖에 없다. 2승2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해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좌완 이정담(10경기 평균자책점 2.63)도 1군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 마운드의 세대교체 준비가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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