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지 "캐릭터色 덜고, 마라톤처럼 쭉 달릴래"[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06.14 11: 33

올해 상반기 가장 돋보이는 신인 여배우를 꼽는다면, 단연코 서예지다. 2013년 CF로 데뷔, 같은해 배우 정우성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가 됐던 S사 휴대폰의 브랜드 필름에 출연해 연기 첫발을 내디뎠던 서예지. 필모그래피상 데뷔작은 tvN 시트콤 '감자별2013QR3'(이하 '감자별')로 '신인 발굴'에 남다른 촉을 가진 김병욱 감독에게 파격발탁됐다.
지난해 11월 '감자별'에 갓 들어갈 당시 만났던 서예지, 그리고 120부작 시트콤을 막 끝내고 차기작 '야경꾼일지'을 준비하고 있던 서예지는 달라도 달랐다. 6개월 만에 합정동 OSEN에서 다시 만난 서예지는 이같은 말에 "두려움과 떨림의 진동 세기가 1.5%는 옅어졌나? '조금'이지만 여유란 것도 생겼다"고 웃는다.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미소와 매력적인 저음은 그때 그대로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던 서예지에게 이같은 '저음'은 분명 걸림돌이었을 터. 더욱이 20대의 상큼함과 발랄함을 요구하는 작품이라면 이는 넘어야할 난관이자 숙제다. 웃음을 기반으로한 시트콤 '감자별'을 데뷔작으로 만난건 그런 점에서 어쩌면 행운이다.

"(저음은) 단점과 장점을 동반해요. 분위기 있는 연기를 할 땐 유용하죠. 근데 웃음코드는 어려워요. '감자별'에선 다섯톤은 올려서 발성하라고 지시를 받았어요. 의식하며 대사를 했죠. 그게 힘들었는지, 후반부에 갈수록 원래 제 목소리로 돌아왔지만요.(웃음)"
허투루 내뱉은 말은 아니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길거리 캐스팅되어 '덜컥' 연예계에 데뷔한 그다. 연기 경험도 전무하고, 제대로 된 연기수업도 받은 적이 없는데 '감자별' 속 큰 비중을 차지한 노씨일가의 막내딸 노수영 역을 소화했다. 정극과 달리 웃음을 목적으로한 과장된 표정, 포즈, 대사들이 즐비했다.
"시트콤이 아니었다면, 제 연기력 부족이 바로 티났을 걸요? 그런 점에서도 감사해요. 극중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감정을 소화했어요. 본래는 표정도 없는 편인데, 노수영 캐릭터를 맡아서 얼굴 근육을 엄청 많이 사용했어요. 끝나고 나니 이마에 주름도 한 줄 생겼어요.(웃음) 이제는 수영을 좀 빼내는 중이에요. 표정도 짙지 않게, 얼굴보다는 감정을 담으려 애쓰고 있어요."
'감자별'은 서예지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작품이다. 그 때문일까. 종방연 당일 서예지는 혼자 펑펑 눈물을 쏟고 또 쏟았다. 혼자 너무 슬피 우는 모습에 김병욱 감독, 이순재, 노주현 등은 이 어린 배우를 거듭 달래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감자별'은 제게 '눈물의 깊이'에요. 눈물에도 다양한 깊이가 있거든요. 기뻐도, 슬퍼도, 울 수 가 있어요. 그보다 더 자연스러운 눈물도 있는데, 노수영이라는 역할을 맡을 때부터 내면에서 눈물이 흘러내린 것 같아요. 하염없이 흘렀죠. 그렇게 흐르던 눈물이 종방영 때 왈칵 터졌죠. 기쁨과 슬픔이 아닌, 배움과 감사함으로 꽉 찬 눈물이에요."
제작 발표회 당시 김병욱 감독은 서예지를 두고 "3년 후면 굉장히 크게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를 냈고,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도 "서예지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배우다.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재차 힘주어 말했다. 송혜교, 정일우, 박민영, 윤시윤, 신세경, 황정음 등을 발굴한 김 감독의 발언이다.
"김병욱 감독님에겐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이 감사함은 아마 평생 다 못 갚을 거예요. '감자별'에 대한 이야기는 하루종일 해도 모자랄 만큼 즐거워요. '감자별'을 하는 동안 휴대폰으로 영상을 담아 재생하곤 했어요. '이 장면 좋지 않았냐'고 주변에 되묻곤 했죠. 선생님들에게 캡처한 영상을 보내기도 했고요. 차기작이 끝나면 '감자별'을 다시 보고 싶어요. 시작할 때의 감정, 실수들, 모든 것들이 그리울 것 같거든요."
서예지는 디지털에 능하지 않다. 종이에 기록하는 걸 좋아하고, 화면보다는 종이 책장을 넘기는 게 익숙하다. 그래도 SNS는 꾸준히 하는 편. '내 인생의 첫 작품, 최고의 감독님' '9개월 동안의 하루하루가 배움의 학교였다' '인연이란 말은 시작할 때 하는 말이 아니라 모든 일이 끝날 때 하는 말' 등은 모두 서예지가 '감자별'을 하면서 SNS에 게재한 문구다.
"책을 읽다가 공감하는 말이 있으면 내 말을 덧붙이는 거죠. 인연이란 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건데, 끝이 곧 인연이라는 말을 이번 '감자별'을 끝내면서 느꼈죠. 작품은 끝났지만, 여기서 맺은 인연은 이제부터 시작이에요.(웃음)"
'감자별'을 하는 동안 서예지가 얻은 또 하나의 수혜를 꼽자면 바로 다수의 CF모델로 발탁돼 활약한 것. 이순재와 감자스틱을 먹고, 지드래곤과 등을 맞대고 마스카라를 하고, 그룹 엑소의 멤버들과 교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연기를 갓 시작한 서예지에게 'CF 촬영'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CF는 바람처럼 가벼워요. 무언가에 한정적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이 가능해요. 드라마가 감독님의 생각하에 디렉션을 받고 그걸 읽고 판단해 연기하는 것과는 전혀 달라요."
우연처럼 접어든 이 길목, 서예지는 자신에게 찾아온 두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이다. 앞서 인터뷰 때 '갈대처럼 작품마다 흔들리는 연기자'를 꿈 꿨던 그는 이번 인터뷰 끝자락에 '마라톤'을 빚대어 자신의 연기 인생을 그려냈다.
"이제는 연기가 너무 재미있고, 흥미가 넘쳐요. 이로써 내 꿈과 갈 길은 확실해졌어요. 남들보다 늦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부터는 쉬지 않고 꾸준히 가고 싶어요. 마라톤처럼 길게. 전작의 캐릭터 색깔을 빼내면서 계속 달릴래요. 차기작 '야경꾼일지'에서는 '노수영'이 절대 안보였으면 하는 건 너무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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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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