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2012년 첫 무대는 '풍찬노숙'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12.24 10: 09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안호상) 남산예술센터가 연극 '풍찬노숙'으로 2012년 시즌을 시작한다. '풍찬노숙'은 지난해 남산예술센터 상주극작가로 선정된 김지훈 작가의 작품으로 새해 1월 18일 첫 문을 연다.
'풍찬노숙'은 지난 수천년간 우리 민족의 애환이 서린 곳, 농촌과 농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천년의 애환의 땅은 겨우 수십년 사이에 잊혀진 공간이 됐다. 그런데 지금와서 왜 다시 농업일까.
작가는 농부가 떠난 빈 농토에 삶의 본질이 아닌,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자본의 투입은 새로운 농업인구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을 부르고 있다. 자연스럽게 자본 권력이 형성되면서 짧은 시간 정서적 공간으로 자리잡았던 농촌은 또다시 계급과 갈등이 싹트는 암울한 현장이 됐다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이름 없는 혼혈족이 민족적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역사적 출발선을 찾는 과정과 문화 윤리적 차별, 불이익 그리고 혼혈된 민족의 인간성에 내재된 응분의 정한이 4시간에 걸쳐 펼쳐진다. 
작가 김지훈은 '풍찬노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농경지의 공동화(空洞化)로 인해 기업화된 대지주가 재탄생하고 단순노동력 공급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유입된 이른바 코시안(kosian)의 불운한 삶에 초점을 맞춘 셈인데 그렇다고 해서 감상주의에 가득 찬 그렇고 그런 자잘한 에피소드를 다룬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 이 작업은 현실 비판에 머무는 근시안적 과오를 저지르지도 않습니다. 문화 윤리적 차별과 불이익 그리고 혼혈된 민족의 인간성에 내제된 (일제강점기의 기억처럼) 응분의 정한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느덧 세계는 개조되어 순혈주의가 득세하는 시대입니다. 인종차별주의자와 인종격리주의자들의 세계, 계급이 재탄생한 것입니다.”
이 작품은 지나간 역사가 아닌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느덧 우리는 빈부격차에 따른 계급화, 외국인노동자계급에 대한 차별,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혼혈에 대한 불편함으로 지금을 살고 있다. '풍찬노숙'은 바로 이러한 ‘혼혈과 계급’의 개념을 전복시킨다.
신화적 이야기 속에서 거대 담론과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작가 김지훈과 동시대의 고민과 아픔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주목 받는 젊은 연출가 김재엽이 '풍찬노숙'으로 만났다. 김지훈은 2004년 신춘문예를 통해 시로 등단, 처녀작 '양날의 검'으로 2005년 대산문학상 희곡부문 선정, 2008년 '원전유서'로 동아연극상 5관왕을 휩쓸었다. 김재엽 연출은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장석조네 사람들' 등의 작품에서 관심과 애정으로 삶을, 그리고 사람을 관찰하는 시선을 보여줬다.
윤정섭 이원재 김지성 고수희 김소진 지춘성 장성익 조정근 한갑수 김효숙 황석정 하성광 유병훈 윤종식 이혜원 이정수 등 16명의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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