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김광현? 이제 에이스 대우나 혜택 없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5.04 16: 56

"왕자병, 영웅심에 젖어 있다".
김성근(69) SK 감독이 김광현(23)의 에이스 자격을 박탈했다. 단순히 혼을 내는 수준이 아니다.
김 감독은 4일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김광현에 대해 "이제 더 이상 에이스가 아니다. 보통투수가 된 거 아닌가. 나이는 어리지만 벌써 프로 몇년차인가. 에이스라 부르지 마라"면서 "앞으로 에이스에 대한 혜택은 없다. 다른 투수와 똑같이 취급할 것이다. 불안하면 1회든 2회든 바로 뺀다"고 분명하게 선언했다.

 
김광현에 대한 김 감독의 에이스 대우는 극진했다. 조금 불안해도 계속 던지게 해 승수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줬나 하면 언론까지 차단시킬 만큼 누가 봐도 애지중지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올해처럼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꾸준하게 마운드에 올렸다. 더구나 등판 날짜까지 선택하게 하는 파격을 선사하기도 했다.
 
김광현은 전날(3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 5⅓이닝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3-1 팀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2승(2패)째. 총 투구수는 100개였고 직구는 최고 150km까지 나왔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피칭이었다. 이에 김 감독은 경기 후 "김광현은 에이스가 아니다. 투구수가 너무 많았고 힘으로만 던지려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통화에서 김 감독의 목소리는 단순히 지적하고 혼내는 수준이 아니었다. '할만큼 했는데 더 이상 안되겠으니 포기하겠다'는 뉘앙스에 가까웠다. 이는 김광현을 '깎아 내린 것'이 아니라 이제 '그 정도 투수'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김 감독은 "어제 경기는 6연전의 첫 경기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져 투수를 아낄 생각을 해야 했다. 그런데 투구수를 보라. 게다가 정우람이 막지 않았다면 과연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겠나"면서 "그게 무슨 에이스인가. 에이스라면 미리 어떻게 던져야겠다고 구상을 하고 나가야 한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2007년과 비교해 기량이 전혀 늘지 않았다. 성적만 놓고 보면 나아졌을 수도 있지만 생각없이 볼을 던지는 것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면서 "2006년 캠프 때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 항상 1등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힘들어하더라. 그만큼 담배를 많이 폈다는 증거다. 얼굴도 거의 매일 까칠하다. 자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제 더 이상 김광현에 대해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찬찬히 설명하던 김 감독의 목소리는 점점 노기를 띠었다. 심지어 다른 선수와 비교까지 해가며 김광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동안 하지 않던 이야기까지 할 정도였다.
"류현진과 비교해보라"는 김 감독은 "특A급 투수가 아니라 보통 투수로 전락했다. 정우람과 비교해도 볼 끝 자체가 다르다"면서 "구속만 150km가 나오면 뭘하나. 컨트롤도 되지 않았다. 지난번 사직구장에서 한 불펜 피칭 때도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론에는 좋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이 없었다면 혼쭐을 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하위타선을 상대하는데 풀카운트 승부가 도대체 몇번이었나. 상위타선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그렇게 힘겹게 승부를 해서야 어떻게 하나"면서 "그래 놓고 미국? 일본? 스트라이크 안들어가는 투수가 어디를 가나? 아마 지금의 김광현 구위를 걱정하는 다른 팀은 없을 것"이라고 독설까지 거르지 않았다.
 
김 감독은 김광현이 마운드 위에서 보여준 자세도 거론했다.
"한 번 잘보라. 잘던지고 있는지 안되고 있는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산만한다. 안되면 펄쩍거리고 뛰고 난리다"고 말한 김 감독은 "까불까불한다. 자신을 돋보이려는 행동이 많다. 주위에서 관심을 그렇게 가져주니 뭐가 된 줄 안다"면서 "장담하지만 이 상태로 가면 김광현은 보통 투수로 전락한다. 벌써 시작됐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더불어 "갖고 있는 슬라이더도 제대로 못던지면서 무슨 커브고 포크볼인가"라며 "캠프 때는 정말 좋았다. 요구하는 곳에 10cm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범경기 때부터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칭찬을 한 것은 에이스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다. 그런데 정말 자기가 잘하고 있는 줄 안다. 칭찬 이면의 참뜻을 모른다. 왕자병, 영웅심에 젖어 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무엇보다 김광현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를 생각하며 구위를 찾으려 노력한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포기'를 선언,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베이징올림픽 이야기를 한 기사를 봤다"고 말한 김 감독은 "결국 앞으로 전진이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뜻 아닌가"라며 "안되면 더 좋아지거나 스스로 뭔가 찾아서 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뒤를 돌아보거나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고 마지막까지 김광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았다.
letmeout@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