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맞았잖아" 배트 플립 이후 날아든 사구…벤클 없이 끝났다, 암묵적인 룰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 외야수 이진영(27)은 지난 4일 대전 삼성전에서 야구 인생 첫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한화가 6-0으로 앞서다 6-5로 쫓긴 5회 2사 만루에서 대타로 들어선 이진영은 삼성의 바뀐 투수 우규민의 2구째 커브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포로 장식했다. 스코어를 10-5로 벌린 쐐기포. 이날 경기 최종 스코어로 한화의 승리를 이끈 한 방이었다.

한화 이진영이 만루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이진영은 배트를 높이 던졌다. 특유의 배트 플립을 한 뒤 1루 한화 덕아웃을 바라보며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주먹을 불끈 쥐며 크게 포효했고, 이글스파크는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결정적 순간 터진 홈런이라 충분히 기쁨을 만끽할 만했지만 상대팀 입장에선 다소 자극되는 액션이긴 했다.

공교롭게도 홈런을 맞은 우규민은 다음 타자 이도윤을 향해 1~2구 연속 몸쪽 깊게 붙이는 볼을 던졌다. 이어 3구째 136km 직구가 이도윤의 오른 다리 뒤쪽을 맞혔다. 배트 플립 이후 나온 사구로 3구 연속 몸쪽 승부. 고의성이 없지 않아 보였다.

경기 후 이진영은 “도윤이형이 와서 ‘너 때문에 맞았다’고 얘기했다. ‘그래도 출루율 올라가지 않았냐’고 해서 서로 웃었다”고 말했다. 선수들 사이에선 어느 정도 느낌이 있었고, 야구의 일부이자 암묵적인 룰로 받아들이고 넘겼다.

홈런 순간 장면을 되돌아보면 투수 우규민은 타구를 바라봤다. 이진영이 배트 플립을 하고 세리머니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빈볼이 맞다면 우규민 개인의 판단이 아닌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은 지난 3~4일 한화전에서 타자들이 6번이나 사구를 당했다. 3일 경기에서 5회 오재일, 9회 김지찬에 이어 4일 경기에서도 4회 김재성, 5회 김동엽, 7회 김지찬, 8회 호세 피렐라가 한화 투수들의 공에 계속 맞았다. 5회 김동엽은 한화 투수 리카드로 산체스를 바라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화 이진영.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진영이 만루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동료 선수 보호를 위해서라도 삼성으로선 상대를 향한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빠던’이 보편화된 KBO리그이지만 이진영의 세리머니는 앞선 사구들과 맞물려 삼성에는 자극제가 될 만했다.

분위기만 보면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날 것 같았지만 불상사는 없었다. 우규민의 공에 맞은 이도윤도 사구를 직감하며 담담히 받아들이고 1루에 걸어나갔다. 이어 8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화 강재민이 피렐라의 얼굴로 향하는 사구를 던졌지만 곧바로 모자를 벗고 사과 의사를 표시하며 고의가 아님을 알렸다. 피렐라도 엄지를 세우며 사과를 받아들였다. 일촉즉발 상황이 될 수 있었지만 양 팀 선수들 모두 선을 넘지 않았다.

한편 이진영은 자신의 배트 플립에 대해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 어릴 때 달리기가 빨랐는데 치고 나서 빨리 (1루로) 뛰는 폼이 되면서 배트를 놓곤 했다. 잘 맞으면 (배트 플립이) 그렇게 된다. 하기 싫은데 자연스럽게 나온다”며 “홈런 세리머니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만루 홈런이 처음이라 너무 기뻤고, 정신이 없었다. 홈런 영상을 많이 돌려볼 것 같다”고 말했다. /waw@osen.co.kr

한화 이진영.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진영.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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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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