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지 이닝이라…" 0점대 ERA도 민망해하던 투수, 한화 불펜 핵심으로 부활했다

[OSEN=대전, 최규한 기자] 한화 윤대경. 2023.05.17 / dreamer@osen.co.kr
"가비지 이닝이라…" 0점대 ERA도 민망해하던...
[OSEN=이상학 기자] “민망합니다. 가비지(Garbage) 이닝이라 …”


[OSEN=이상학 기자] “민망합니다. 가비지(Garbage) 이닝이라 …”

한화 우완 투수 윤대경(29)은 지난 4월 한 달간 8경기에서 9⅔이닝을 던지며 1점만 내줬다. 평균자책점 0점대(0.93)를 기록했지만 스스로 민망해했다. 5월초 그는 “너무 영양가 없을 때만 던졌다”며 0점대 평균자책점에 손사래를 쳤다. 4월까지 주로 스코어가 벌어진 상황에 투입된 윤대경은 승리, 홀드, 세이브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팀에서든 긴 시즌을 치르기 위해선 이렇게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던져줘야 할 투수가 꼭 필요하다. 아무리 여유 있는 상황이라도 매번 깔끔하게 막는 것도 쉽지 않다. 윤대경은 팀에서 유일하게 두 번의 3일 연투를 했고, 선발이 일찍 무너진 날에는 3이닝을 던지며 롱릴리프로 역할까지 묵묵히 잘해줬다.

4월 활약을 발판 삼아 5월 들어선 보다 중요한 상황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5월 10경기에서 10⅔이닝을 던지며 2승1홀드 평균자책점 1.69로 활약 중이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점대(1.33)로 소폭 올랐지만 승리, 홀드를 쌓으면서 윤대경도 조금씩 어깨를 펴기 시작했다. 구원 평균자책점 리그 전체 3위(3.58)로 경쟁력 있는 한화 불펜에서 윤대경은 없어선 안 될 핵심 투수로 존재감을 되찾았다.

지난 25일 대전 KIA전에도 3-3 동점으로 맞선 5회 2사 1루에 투입됐고, 6회까지 탈삼진 2개 포함 4타자를 깔끔하게 아웃 처리했다. 6회 박상언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한화가 4-3 승리를 거뒀고, 윤대경은 시즌 2승째를 올렸다. 최근 4경기 무실점 행진에 2승1홀드를 수확했다.

“어부지리로 승리투수가 됐다”며 웃은 윤대경은 “다른 구원투수들도 다 무실점으로 막았는데 운 좋게 제가 던지고 있을 때 점수가 났다. (결승타를 친) 상언이에게 고맙다”며 동료들에게 고마워했다.

[OSEN=민경훈 기자] 한화 윤대경. 2023.05.12 /rumi@osen.co.kr

윤대경은 “최근 타이트한 상황에 많이 나오는데 저한테 믿음을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이전에는 승패가 거의 갈라진 상황에 등판했다. 평균자책점이 좋긴 했지만 큰 의미를 안 뒀다. 가비지 이닝이라고 하는데 그럴 때는 상대도 바짝 집중해서 하지 않기 때문에 순식간에 경기가 지나가는 느낌이 있다. 지금 이렇게 타이트한 상황에 나오는 게 기분 좋고, 계속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스스로를 필승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윤대경은 “우리 불펜에는 쟁쟁한 투수들이 많다. 내가 꼭 필승조를 해야 한다는 것보다 필승조가 아니어도 중요한 상황들이 있다. 1점차로 지고 있어도 점수차를 잘 유지해 다음 투수에게 넘겨주며 역전 기회를 이어가는 것도 의미 있는 역할이다. 우리 필승조들이 피로가 와서 페이스가 떨어질 때 내가 메울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삼성에 야수로 입단한 뒤 투수로 전향했으나 군복무 중 방출된 윤대경은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2019년 7월 한화에 왔다. 2020년 1군 데뷔 첫 해 55경기(51이닝) 5승7홀드 평균자책점 1.59로 활약하며 한화 불펜 핵심으로 떠올랐다. 2021년에도 팀 사정에 따라 선발까지 맡으며 43경기(9선발·77⅔이닝) 2승5패7홀드 평균자책점 3.94로 분투했다.

[OSEN=지형준 기자] 한화 윤대경. 2023.05.04 /jpnews@osen.co.kr

그러나 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지난해 25경기(14선발·75⅓이닝) 4승9패 평균자책점 7.53으로 고전했다. 시즌 중반까지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만 기복을 보이며 1~2군을 오르내리는 아쉬움 속에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7월부터 선발 보직을 내려놓았고,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불펜으로 몸을 만들며 시즌을 준비했다.

그는 “제 능력으로 선발은 안 될 것 같고, 중간에서 짧은 이닝으로 집중해서 전력으로 쏟아내는 게 익숙하고 잘 맞는 것 같다”며 “작년에는 선발로 나서 슬라이더로 초반에 재미를 봤는데 그거에 의존하다 보니 원래 잘 쓰던 체인지업이 망가졌다. 체인지업이 살아있을 때 좋은 성적을 낸 만큼 올해는 슬라이더를 과감하게 버렸다”고 투구 패턴의 변화도 설명했다.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 중인 윤대경은 “아직 시즌 초반이라서 그런 기록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투수가 점수를 안 줄 순 없다. 언젠가 1점대가 깨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가 와도 상심하지 않고 매 경기마다 최소 실점으로 막는 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OSEN=이대선 기자] 한화 윤대경과 박상언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04.15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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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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