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공격 핵인 해리 케인(29·토트넘 홋스퍼)은 뛰어난 ‘골 사냥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대표하는 토종 골잡이라는 평가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그러나 케인은 불운하다. EPL 득점왕 3회(2015-2016, 2016-2017, 2020-2021시즌) 등극을 이룬 데 반해, 우승 트로피는 아직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다. 그야말로 ‘무관의 제왕’이다.
토트넘은 우승과 연(緣)이 끊어진 지 오래다. 2007-2008시즌 EFL컵에서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에 입맞춤하지 못했다. EPL에선 더욱 초라하다. 1992년 새로 옷을 갈아입고 출범한 EPL에선, 아직 단 한 차례도 정상을 밟아 보지 못했다. 풋볼 리그 1부 시절에, 1960-1961시즌 우승을 마지막으로, 이제껏 대관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케인은 토트넘의 ‘성골’이다. 유소년팀(2004~2009년)을 거쳐 2011-2012시즌 EPL에 첫선을 보인 이래 줄곧 토트넘을 지켜온 ‘원 클럽 맨’이다. 오로지 토트넘 한 팀만을 위해 열정을 불살라 왔건만, 아직 우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케인이 가련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크리스털 팰리스를 제물로 삼은 결승골로 ‘세 마리 토끼’ 잡아
2022-2023시즌, 케인은 토트넘의 에이스 역을 톡톡히 다하고 있다. ‘가장’으로서 주어진 소임의 120%를 소화한다고 할 만큼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모습은 감탄마저 자아낸다.
|
사실, 케인과 홀란의 순위는 지난 5일(이하 현지 일자)까지만 해도 정반대였다. 케인이 2위, 홀란이 1위였다. 6일 35주차 경기가 끝나면서, 반전이 일어나 자리바꿈이 이뤄졌다. 5일까지 홀란은 40.2%(35/87골)를, 케인은 39.7%(25/63골)를 각각 기록하며 1, 2위를 달리고 있었다.
35주차 경기에서, 케인은 크리스털 팰리스를 상대로 결승골(1-0 승)을 터뜨렸다. 반면, 홀란은 리즈 유나이티드를 제물로 삼지 못했다(2-1 승). 단 한 골도 잡아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엇갈린 ‘운명의 날’이었던 6일이었다.
팰리스전 결승포는 케인에게 여러모로 뜻깊은 득점이라 할 만하다. 케인이 EPL 득점사에 새로운 이정표(Milestone)를 세운 기념비적 한 골이기 때문이다.
가장 값진 기록은 처음으로 EPL을 수놓았다. 1888년 잉글리시 풋볼 리그(EFL) 1부가 출범의 닻을 올린 이래, 케인은 첫 금자탑을 쌓았다. 홈(100골)-어웨이(109골) 모두 100골 고지를 밟은 최초의 골잡이로 자리매김한 케인이다.
|
또한, EPL 통산 최다 득점에서도 값진 한 골이었다. 209골을 기록하며, 웨인 루니(38)를 한 걸음 차로 따돌리고 통산 득점 레이스 2위에 나섰다. 루니는 2002-2003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EPL 무대에서 208골(에버턴 1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83→ 에버턴 10골)을 기록한 바 있다.
케인은 토트넘의 또 다른 ‘창’인 손흥민과 ‘영혼의 짝꿍’으로 불린다. 둘이 완벽한 호흡을 이뤄 빚어내는 환상적 콤비 플레이는 EPL 역대 으뜸으로 평가받는다. 손흥민이 ‘부상 변수’에 시달리지 않고 지난해 득점왕(23골)의 맹위를 이번 시즌에도 떨쳤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가정은 부질없는 생각이라 하나, 케인으로선 맺혔던 ‘우승의 한’을 풀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