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재능'의 일탈, 4년 만에 방출…2018년 롯데의 고민이 이렇게 허무할수가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3.27 10: 30

2010년대 후반, 부산 지역 유망주 풀은 넓었다. 역대급 재능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연고지 1차 지명으로 1명만 선택해야 했던 상황이 야속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2018년의 롯데 스카우트팀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1차 지명급 선수가 무더기로 등장했다. 이들이 모두 나이가 달랐다면 모두 1차지명으로 입단할 수 있었던 재능들이었다. 롯데의 ‘행복한 고민’이었다.
경남고 잠수함 투수 서준원과 거포 내야수 노시환, 부산고 좌완 투수 이상영 등이 이 해 1차 지명 후보로 꼽혔다. 모두 특별한 재능과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인 것은 분명했다. 

2019년 롯데 1차 지명을 받은 서준원 /OSEN DB

하지만 이 중에서도 서준원은 ‘역대급 재능’으로 불렸다. 150km를 손쉽게 뿌리던 잠수함 투수는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었다. 임창용을 연상케 하는 유연성과 구위로 기대를 모았다. 고등학교 2학년 신분으로 2017년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뽑혀 일찌감치 주목 받았다. 2018년 초대 고교 최동원상 수상자이기도 했다. 
롯데는 이러한 재능들이 한 해에 동시에 나온 것이 야속할 수 있었다. 1차 지명을 앞두고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롯데의 1차 지명 선택은 서준원이었다. 동기생 거포 내야수 노시환과 저울질을 했지만 노시환의 포지션에는 비슷한 유형의 경남고 선배 한동희가 있었다. 롯데는 1년 전 2018년 1차지명 신인으로 한동희를 택했다. 
합당한 고민이었지만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전면드래프트가 열렸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1라운드 초반에 뽑히고도 남을 선수였다. 서준원의 재능을 지나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당시 롯데 관계자는 “저런 재능을 가진 선수를 안 뽑을 수가 있나요”라고 말하면서 선택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선택을 했다. 
한화 노시환 /OSEN DB
이후 열린 2차 지명에서 롯데가 고민했던 연고지 선수들은 모두 1라운드에서 지명됐다. 이대은, 이학주 등 해외파 유턴 선수들이 2차 1라운드 전체 1,2순위로 각각 KT와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이후 노시환이 전체 3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이상영은 전체 5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이후 롯데가 고민했던 선수들은 성장 속도는 달라도 착실하게 조금씩 1군 무대에 자리잡고 있었다. 노시환은 부상으로 완전한 풀타임 시즌을 보낸 적이 없지만 2020년 12홈런, 2021년 18홈런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릴 수 있는 거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상영은 1군에서 성과는 없지만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이다. 지난해 상무에서 10승 3패 평균자책점 3.31의 성적으로 착실한 선발 수업을 받았고 전역 후 LG 마운드의 기대주로 꼽힌다.
서준원은 방황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잠깐씩 번뜩이는 시기들이 있었다. 그리고 올해 고교시절 특급 유망주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뼈를 깎고 살을 빼는 노력을 했다.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서준원은 영원히 과거의 영광을 찾지 못하게 됐다.
LG 이상영 /OSEN DB
서준원은 지난 23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롯데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서준원의 방출을 결정했다. 검찰에 의하면 서준원은 지난 2022년 8월, SNS 오픈채팅으로 알게 된 미성년 피해자에게 신체 사진을 찍어 전송하도록 해 아동 청소년의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롯데의 고민이 허무해지는 상황이었고 어처구니 없는 일탈이었다. 특히 서준원은 조사를 받는 과정을 구단에 철저하게 함구했다. 소문이 증폭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혐의 사실을 잡아뗐다. 결국 구단을 완전히 속인 꼴이 됐고 롯데도 뒷통수가 얼얼할 정도의 배신감을 느꼈고 즉결 처분을 내렸다. 
신인 지명 당시 고민들이 허무해지고 허망해졌다. 신인드래프트의 결과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2019년 신인 지명의 역사는 ‘흑역사’로 남게 됐다. 역대급 재능의 역대급 일탈은 구단의 미래와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서준원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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