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출산→복귀→정규리그 1위…디그여왕의 진심 “김연경 제일 고마워”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3.18 06: 10

‘디그여왕’ 김해란(39·흥국생명)이 코트 복귀 2시즌 만에 정규리그 1위팀 리베로로 우뚝 섰다. 
김해란은 V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2005년 프로 원년부터 출발해 통산 475경기 1815세트 동안 무려 10900디그를 해냈다. 여자부 2위 임명옥(9987디그, 한국도로공사)과 1000개 가까이 차이가 나며, 남자부의 경우 여오현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가 김해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201개로 1위에 올라 있다. 김해란의 기록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해란은 9819디그를 기록 중이었던 지난 2020년 4월 출산을 이유로 V리그를 잠시 떠났다. 이후 그해 12월 아들 조하율 군을 얻었고, 얼마 뒤인 2021년 3월 당시 박미희 감독의 복귀 제안에 ‘엄마 리베로’가 되기로 결심했다. 

흥국생명이 2022-2023시즌 정규리그 1위팀으로 우뚝 섰다. 흥국생명은 15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원정경기서 세트 스코어 3-0(25-15, 25-13, 25-16)으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흥국생명 김해란, 김미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3.15 /ksl0919@osen.co.kr

2021-2022시즌 부상으로 인해 1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던 김해란. 그러나 올 시즌은 달랐다. 건강을 되찾자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수비력을 발휘했고, 그 결과 수비와 디그 부문 각각 2위에 오르며 팀의 4시즌 만에 정규리그 1위를 견인했다. 
지난 15일 화성에서 1위 트로피를 거머쥔 김해란은 “처음 시즌을 시작할 때 우승까지 생각을 못했는데 하다 보니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했다”라며 “시즌 도중 힘든 시기가 찾아왔지만 서로 잘 견뎌내면서 여기까지 왔다. 다들 고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5세트 흥국생명 김연경, 옐레나, 김나희가 김해란과 득점을 기뻐하고 있다. 2022.11.13 /jpnews@osen.co.kr
김해란은 코트는 물론이고 코트 밖에서도 주장 김미연과 정신적 지주인 김연경을 도와 선수단의 단합을 이끌었다. 특히 윗선 개입에 의한 감독 경질 사태로 선수단이 어수선했을 때 맏언니로서 팀의 혼란을 수습하는 데 앞장섰다. 김연경은 “(김)해란 언니가 옆에서 참고 하는 모습을 보고 나 또한 힘을 내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김해란은 “당시 많이 흔들렸던 게 사실이다. 선수들에게 이런 일이 있어도 어차피 배구를 해야 하니 흔들리지 말고 마음을 다잡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라며 “단단히 뭉쳐서 이겨낸 선수들에게 고맙다. 특히 (김)연경이에게 제일 고맙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잘 참고 팀을 이끌어줬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김해란은 이 자리를 통해 복귀 후 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육아와 집안일을 맡아준 가족을 향해서도 고마움을 표했다.
김해란은 “가족 모두가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게끔 많이 도와줬다. 아기도 친정엄마가 밤낮으로 봐주셔서 힘들지 않게 운동했다”라며 “(조)하율이도 내가 배구하러 가는 걸 아는지 기분 좋게 보내주더라. 날 찾지도 않는다고 하더라.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라고 인사를 남겼다. 
/backligh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