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S존을 현실로, 볼넷 2위의 절치부심…두산 불펜에 숨겨진 ‘2% 디테일’ [오!쎈 시드니]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2.03 09: 30

“우리 투수들의 제구력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지난해 두산 마운드의 볼넷은 555개로, 최하위 한화(602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사구 또한 70개로 공동 4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2021년에는 볼넷이 587개, 사구가 73개로 더 많았지만 볼넷은 전체 6위, 사구는 8위였다. 두산 투수들의 제구가 지난해 상대적으로 크게 흔들렸다는 이야기다. 그 결과 두산은 창단 첫 9위 수모와 함께 최다 평균 경기시간(3시간 22분) 불명예를 안았다. 
연습 때부터 기초를 다져야 실전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법. 두산은 투수들의 제구 난조를 해소하고자 스프링캠프 불펜 구성에 만전을 기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포수 미트 앞에 설치된 가상의 스트라이크존. 코칭스태프와 운영팀 직원들의 심도 있는 논의로 존을 투수와 포수 눈에 보이게 구현했다. 아울러 그 존을 기존 정상 범위보다 조금씩 낮춰 투수들이 낮은 공을 원활하게 던질 수 있게끔 했다. 

이승엽 감독과 양의지가 불펜에 설치된 스트라이크존을 살피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제공

투수가 투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포수 뒤쪽의 영문 안내 간판은 차양막으로 가렸다. 두산 관계자는 “이승엽 감독님이 포수 뒤에 붙어 있는 안내 간판이 투수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차양막을 설치했다”라고 귀띔했다. 
지난 1일차와 2일차 훈련에서 불펜피칭을 실시한 선수는 총 16명. 이들은 모두 끈으로 설치된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을 보며 2~30구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포수들은 투수의 공이 가상의 존을 통과해 미트에 꽂힐 때마다 “나이스볼”을 외치며 사기를 북돋았다. 
두산 양의지 / 두산 베어스 제공
투수들은 스크라이크존 설치를 대체적으로 반기는 모습이었다. 스트라이크존을 아예 의식하지 못했다는 선수도 있었지만 제구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설령 의식을 하지 못하더라도 존을 하향 조정했기에 무의식적으로 낮은 공 제구를 연습할 수 있다는 메리트도 있다.
두산 마운드는 지난해 볼넷, 사구뿐만 아니라 팀 평균자책점 또한 4.45로 8위, WHIP는 1.48로 9위에 그쳤다. 여기에 믿었던 선발 자원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줄줄이 이탈하며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선발 10승 투수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타격이 좋은 팀은 승리하고, 마운드가 좋은 팀은 우승한다는 말이 있다. 두산이 지난해 8년 만에 가을야구를 TV로 보게된 건 마운드의 붕괴가 크게 작용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의 과제는 명확하다. 선발과 불펜 할 것 없이 정교한 제구력을 장착해 작년 볼넷 2위의 오명을 씻어야 한다. 이 감독은 “우리 투수들이 지난해 볼넷이 많았다. 문제는 제구였다. 볼넷을 줄여야한다”라며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이 도움이 될 것 같다. 투수들 모두 불펜피칭부터 제구를 신경 쓸 필요가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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