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공 편견과 싸우며 여기까지...” 유희관의 울림있는 100승 소감 [오!쎈 고척]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9.19 20: 34

유희관(두산)의 역대 32번째 100승이 그 동안 31명 투수들의 100승보다 특별한 이유. 바로 ‘느림의 미학’이기 때문이다.
두산 베어스는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15차전에서 6-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결과로 3연승을 달리며 키움을 제치고 단독 5위로 도약했다. 시즌 52승 5무 51패.
유희관은 선발투수로 나서 6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6번의 도전 끝 시즌 3승이자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KBO리그 역대 32번째, 좌완 7번째이자 두산 좌완 프랜차이즈 최초의 100승이었다.

두산은 3연승을 달리며 5위로 올라섰다. 시즌 52승 5무 51패. 반면 5위에서 6위로 떨어진 키움은 5연패와 함께 56승 3무 55패가 됐다. 경기 종료 후 통산 100승을 달성한 두산 유희관이 김태형 감독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2021.09.19 /sunday@osen.co.kr

유희관은 경기 후 “100승을 돌이켜보면 1이라는 숫자가 100이 될 때까지 많이 힘들었고 쉬운 경기도 없었다. 느린 공을 갖고 많은 편견과 싸우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 그걸 이겨내려고 노력했는데 어떻게 99승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1승하는 게 힘들었다. 의미 있는 100승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1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5회말 수비를 마친 두산 유희관이 더그아웃으로 가며 미소짓고 있다. 2021.09.19 /sunday@osen.co.kr
그 동안 5차례의 등판과 달리 이날은 마음을 비우고 마운드에 올랐다. 유희관은 “마음이 많이 편했다. 지난 경기들에서는 100이라는 숫자를 의식 안 할 수 없었고, 잘 던지려고 하다 보니 마운드에서 급해졌다. 최근 LG전에서도 점수차가 많이 벌어졌는데 5회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있었다. 야수들이 차려준 밥상을 다 엎었다”며 “오늘은 100이라는 숫자가 아닌 편하게 던지려고 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동료들이 도와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유희관은 장충고-중앙대를 나와 2009년 두산 2차 6라운드 42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다.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2013년부터 공이 느리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해 첫 10승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무려 8년 연속 10승에 성공했고, 올해 마침내 100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유희관은 “입단 때부터 두산에서 선발을 할 것이라고 나 또한 생각하지 않았다. 100승 대기록도 생각하지 않았다”며 “어떻게 보면 좋은 팀을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다. 좋은 동료, 감독, 코치가 나를 위해 노력해주셨다. 그리고 (양)의지, (박)세혁, (최)용제, (장)승현이에게 고맙다. 다른 선수들도 고맙지만 이 4명이 받아주고 열심히 리드해줬다. 100승에 있어 가장 고마운 게 포수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두산은 3연승을 달리며 5위로 올라섰다. 시즌 52승 5무 51패. 반면 5위에서 6위로 떨어진 키움은 5연패와 함께 56승 3무 55패가 됐다. 경기 종료 후 통산 100승을 달성한 두산 유희관이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2021.09.19 /sunday@osen.co.kr
이날 100승이 의미 있는 또 다른 이유. 그 동안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던 자신의 승리로 팀이 3달만에 5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유희관은 “내가 맨날 나와서 찬물을 끼얹었다. 잘 던지면 찬물을 끼얹고 잘 던지면 찬물을 끼얹었다”며 “100승도 중요하지만 팀이 5위로 올라가는 데 좋은 발판을 마련한 것 같다. 이제 매 경기가 중요한데 순위가 더 올라갈 수 있게끔 다음 경기 나갔을 때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유희관의 시선은 베어스 프랜차이즈 최다승인 장호연의 109승으로 향한다. 올해는 달성이 어렵지만 계약을 1년 연장한다면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유희관은 “앞으로 몇 승을 할지 모르겠지만 목표가 있는 건 큰 동기부여가 된다”며 “과분한 기록을 세웠지만 이루고 싶은 기록이 있다면 장호연 선배의 109승이다. 야구를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다. 최대한 끝까지 열심히 해서 두산 베어스 최다승 목표를 위해 달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한 번 준비해보겠다”고 했다.
유희관에게 끝으로 느림의 미학이란 별명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나는 좋다. 날 대변할 수 있는 수식어다”라며 “강한 공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프로 세계에서 느린 공으로 살아남았다는 자부심이 있다. 물론 나보다 더 뛰어난 선배도 있었지만 공이 느린 투수들에게 조금이나마 롤모델이 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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