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모빌리티 이 정도였어? '트레일러 드론' '이보기' 이미 혁신적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1.09.08 08: 22

단순히 수소 에너지로 기존의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선보인 수소 모빌리티는 이미 개발된 단계만 해도 충분히 혁신적이었다. 자율주행과 대형 수송차량의 한계를 극복한 '트레일러 드론', 무한 확장성을 자랑하는 '이보기'는 수소 모빌리티가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7일, 현대자동차그룹이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보여준 수소 에너지의 미래는 기대 이상이었다. 현대차는 이날 행사에서 수소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 사용하게 하겠다는 ‘수소비전 2040’을 발표했다. 현대차가 구상하는 2040년이 되면 인류가 사는 도심 공간은 어디서나 수소 에너지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된다. 수소연료 전기차로 이동을 하고, 수소 상용차가 중심이 되는 물류를 이용하며,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발전소, 수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쓰는 주택 빌딩 공장을 곁에 두게 된다. 
이 모든 청사진이 7일의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글로벌 온라인 행사에서 펼쳐졌다. 현대차그룹은 그 동안 물밑에서 개발해 왔던 수소모빌리티의 실체를 대거 공개했다. 그 사이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진화해 있었다. 현대차그룹 또한 수소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여기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었다.

무인 운송 시스템 콘셉트 모빌리티인 ‘트레일러 드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기조 발표자로 나서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사회 비전은 수소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Everyone, Everything, Everywhere)’ 쓰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수소사회를 2040년까지 달성하려 한다”고 밝혔다. 2040년이 수소 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특히 정의선 회장은 “수소사회 실현을 앞당길 수 있도록 앞으로 내놓을 모든 상용 신모델은 수소전기차 또는 전기차로만 출시하고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적용하겠다”며 “이를 위해 가격과 부피는 낮추고 내구성과 출력을 크게 올린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상용차의 전면적인 친환경 전환 계획 발표는 세계 자동차 회사 중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발표에 이어 8~1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수소모빌리티+쇼’와 연계해 일반인도 관람할 수 있는 하이드로젠 웨이브 전시행사를 4일간 진행한다.
수소 경제 관련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8%를 수소에너지가 차지하게 될 것이고 시장 규모는 2조 5,000억 달러(약 2,750조원), 연간 CO2 감축효과는 60억톤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고용창출 효과는 3,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1998년부터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등 친환경 시대를 앞장서서 준비해왔다. 그 결과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의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추고 투싼 FCEV를 선보였으며, 2018년에는 뛰어난 상품성을 갖춘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했다. 2020년 7월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유럽으로 수출을 시작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수소전기 상용차 대중화는 더욱 가속화 된다. 2028년까지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초로 이미 출시된 모델을 포함한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할 예정이다. 대형 트럭, 버스 등 모든 상용차 신모델은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로만 출시된다. 
수소연료전지가 탑재된 상용차들이 한국의 대중교통과 물류 시스템에 선제적으로 투입되면 한국의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는 다른 국가들에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2030년 내수 상용차 시장에서만 연간 20만톤 이상의 수소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연 40만대에 이르는 유럽 중대형 상용차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등 글로벌 확산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2030년 전 세계 7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소형상용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장 5~7m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PBV(목적기반 모빌리티)를 개발하고, 향후 상용차 부문에 자율주행과 로보틱스까지 결합해 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트레일러 드론 등 ‘e-Bogie(이-보기)’를 활용한 다양한 모빌리티.
추상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날 하이드로젠 웨이브 발표행사에서는 미래 장거리 물류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무인 운송 시스템 콘셉트 모빌리티인 ‘트레일러 드론’이 최초로 공개됐다.
트레일러 드론은 수소연료전지 및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2대의 ‘e-Bogie(이-보기)’ 위에 트레일러가 얹혀져 있는 신개념 운송 모빌리티로 일반 트레일러보다 좁은 반경으로 회전할 수 있다. Bogie(보기)는 열차 하단의 바퀴가 달린 차대를 뜻한다. 
현대차그룹은 트레일러 드론이 1회 충전으로 1,0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으며 이-보기는 콘테이너 트레일러와 별도로 운행할 경우 화물운송, 건설, 소방, 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 이외의 모빌리티 및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도 적용하는 등 미래 비즈니스 영역을 지속해서 확장하겠다”며 “트램, 기차, 선박,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양한 이동수단뿐 아니라 주택, 빌딩, 공장, 발전소 등 일상과 산업 전반에 연료전지를 적용해 전 세계적인 수소사회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미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생산하고 있으며,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 ‘HTWO(에이치투)’ 등을 통해 글로벌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현재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보다 크기와 가격은 낮추고 출력과 내구성을 높인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으로 향후 수소사회 실현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2023년 내놓을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시제품인 100kW급과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왼쪽부터 100kW급, 200kW급).
1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은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시스템에 비해 부피를 30% 줄였다. 상용차용으로 개발 중인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 넥쏘의 시스템과 비교해 크기는 비슷하지만, 출력은 2배 정도 강화했다. 내구성 역시 2배~3배 높인다. 향후 상용차용 고내구형 연료전지시스템은 50만km 이상 주행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의 가격은 지금보다 50% 이상 낮출 계획인데, 2030년경에는 가격을 더욱 낮춰 수소전기차가 일반 전기차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은 다양한 형태로도 응용이 가능하다. ‘파워 유닛 모듈’은 MW(메가와트)급 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시스템이다. 1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을 여러 개 연결해 500kW, 1MW 등 다양한 출력을 제공할 수 있으며, 전력 소모량이 큰 대형 선박, 기차, 건물 등에 공급된다.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적용한 '플랫형 연료전지시스템'.
마찬가지로 이 시스템이 적용될 ‘플랫형 연료전지시스템’은 두께가 25cm 정도에 불과해 평평하고 높이가 낮은 공간에 유용하게 쓰일 예정이다. 차량 상부나 하부에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어 실내 공간 확보에 유리하며 향후 PBV(목적기반 모빌리티), MPV(다목적 차량), 버스, 트램, 소형 선박 등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수소차에 전기차의 강점을 융합한 고성능 수소연료전지차 ‘비전 FK’도 이날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비전 FK에는 연료전지와 고성능 PE 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이 결합해 있고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 목표는 600km에 달한다. 출력은 500kW 이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4초 미만으로 수소차로도 고성능차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고성능 수소연료전지차 ‘비전 FK’.
‘레스큐 드론’은 수소연료전지 이-보기에 비행 드론과 소방용 방수총이 결합된 모빌리티로 드론을 띄워 재난현장을 촬영하면서 방수총을 가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한다. 원격주행과 자율주행이 모두 가능하고, 제자리에서 돌거나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크랩워크를 구현할 예정이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450~500km 정도다.
재난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레스큐 드론’.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에 수소를 충전하거나 외부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수소모빌리티들도 함께 선보였다.
그 중 ‘H 무빙 스테이션’은 수소전기차에 수소를 충전하는 설비가 장착된 이동형 수소충전소로 수소차 고객의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수소충전소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이나 충전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에 투입돼 수소 인프라 확충에 기여할 예정이다.
이동식 수소충전소 'H 무빙 스테이션’.
재난구호차량은 연료전지와 전기 충전기가 사륜구동이 가능한 험로 주행용 차량에 결합한 모빌리티로, 수소로 발전을 한 뒤 재난지역 및 험지 등에 전력을 지원한다. 긴급하게 전기차를 충전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한편 ‘수소모빌리티+쇼’와 연계해서 열리는 킨텍스 전시행사에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케피코 등 현대차그룹의 7개 그룹사가 함께 참여해 총 18개의 전시물을 선보인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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