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면 공부해서 채워야죠" 초보같지 않는 운전솜씨, 류지현의 진중함 [오!쎈 인터뷰]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1.05.14 07: 10

"부족하면 공부해서 채워야 한다".
류지현 감독은 지난 1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8-3으로 승리했다. 전날 에이스 앤드류 수아레즈를 내고도 패하며 두 번째 3연패에 빠졌다. 상대가 애런 브룩스가 나왔다. 위기의 시기였지만 냉정한 용병술로 승리를 낚았다. 
잘 던지던 선발 이상영을 5회 과감하게 교체했다. 3-0으로 앞선 5회초 1사후 최원준의 몸을 맞히자 곧바로 송은범으로 바꾸었다. 아웃카운트 2개면 데뷔 첫 승 자격을 얻었지만, 미련을 두지 않았다. 도루와 폭투, 포수의 악송구로 한 점을 허용했지만 송은범은 6회까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이상영의 데뷔 첫 승 보다는 3연패 탈출이 우선이었다. 타선이 터지며 낙승을 거두었다. 류지현 감독의 초보 같지 않는 운전 솜씨를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LG는 개막부터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올리고 있다. 타선이 기복이 있지만 안정된 투수력을 앞세워 순항하고 있다.   
항상 웃고 있지만 감독으로 받은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기에 앞서 준비할 것도 많고, 돌발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행운의 승리도 있지만, 준비를 잘해도 생각과 달리 지는 경기도 잦다. 지난 12~13일 케이시 켈리와 수아레즈를 내세우고도 KIA에게 연패하자 시름도 깊었다. 
13일 브리핑 시간에 만난 류 감독은 더 홀쭉해 보였다. 그만큼 생각과 고민도 많은 것이다. 류 감독은 잠을 잘 잤냐는 질문에 "쪼개서 잔다. 스프링캠프 때는 아침에 훈련이 있어 새벽에 깼다. 지금은 시즌이다. 야간경기가 있고 오전과 오후 시간 길다. 길게 못잔다. 쪼개서 자며 그렇게 쉰다"고 말하며 웃었다. 
개막 한 달 넘게 경기하면서 감독으로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투수 교체였다. "4월에 박빙 승부가 많았다. 승부처에서 투수교체가 가장 어렵다. 김대유, 정우영, 고우석이 잘해서 4월에 원한 승수를 쌓았다. 빅이닝 하면서 수월하게 이기거나, 힘 없이 지거나,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채워가야 한다"며 웃었다. 
그래서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한다. "내가 투수가 전문분야가 아니다. 경기 전 투수쪽 부분을  많이 할애한다. 투수코치와 데이터분석 팀장과 출전 선수, 상대 데이터 이야기를 한다. 현재 컨디션을 따지고, 몇 번 타순에 어떻게 할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사전에 하고 들어가니까 혼란이 줄어든다. 내가 오래 감독 했던 사람도 아니니 더 많이 준비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류중일 전 감독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작년까지 수석코치로 3년간 보좌했다. 자연스럽게 감독의 업무를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코치 때는 내 할일만 하면 된다. 수석코치로 3년 하면서 류중일 감독님에게 많이 배웠다.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감독으로 해야 할 역할을 자연스럽게 교감했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철학도 밝혔다. "감독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앞서 나가는 이야기했는데 안되는 돌발상황이 오면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4월에 단독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현재의 성적은 큰 의미 없다. 100경기 더 남았다. 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부상 관리가 중요하다.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 된다는 마음은 있지만 욕심을 부리면 더 안좋을 수 있다. 그런 부분 계속 다짐한다"고 설명했다.
초보 같지 않는 말이었다. 선수때부터 많은 감독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진중함이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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