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즌이었던 지난해보다 못하다. 리빌딩 중인 한화 타선의 부진이 심각하다. 2000년대 KBO리그 최저 타율까지 떨어졌다.
지난 13일까지 한화는 팀 타율 2할4푼1리로 10개팀 중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리그 타율(.264)보다 2푼 이상 낮다. 리그 꼴찌였던 지난해 팀 타율(.245)보다 더 낮다. 투고타저 시즌이었던 2012년 넥센(.243)을 넘어 2000년대 최저 팀 타율 기록이다. 타율의 가치가 예전만 못한 시대이지만 가장 직관적인 수치다. 출루를 강조하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조니 워싱턴 타격코치의 영향으로 출루율이 오르긴 했지만 타율과 장타율은 떨어졌다. 출루만으로는 경기를 이길 수 없다.
팀 내 3할 타자가 전무하다. 노시환(.291) 하주석(.289) 정은원(.278)이 2할대 중후반으로 분전하고 있지만 나머지 타자들의 에버리지가 떨어진다. 팀 홈런도 9위(14개). 4월 중순까지 뜨거웠던 노시환도 최근 14경기 연속 무홈런으로 숨을 고르고 있다. 이럴 때 중심을 잡아줘야 할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는 27경기 타율 2할5푼7리에 홈런은 1개뿐. 새 외국인 타자에게 적응기는 필수이지만 물음표가 점점 커진다.
무엇보다 젊은 타자들의 페이스가 4월보다 5월에 현저히 꺾였다. 노시환(.329→.211) 하주석(.321→.222) 장운호(.284→.250) 유장혁(.211→.105) 임종찬(.158→.111) 등 주전 타자들의 타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정진호(.389) 김민하(.353) 이해창(.333) 노수광(.318) 최재훈(.316) 등 30대 선수들의 페이스가 올라왔지만 타석수가 많은 20대 선수들의 페이스 저하가 타선 침체를 불렀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시즌이 진행되면서 상대도 우리를 분석한다. 젊은 타자들에게 직구보다 변화구가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직구를 노리는 타이밍에 변화구가 오면서 대처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어린 선수들이 힘들 수 있는 상황이다. 이것을 잘 극복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가 있을 텐데 타석의 결과보다 과정을 보고 평가하고 있다. 투수와의 볼카운트 싸움, 강한 타구 생산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전면 리빌딩을 각오한 한화는 당장의 승리만큼 선수 개개인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개막 두 달째로 접어들었지만 수베로 감독은 여전히 선수 평가 과정에 있다. 1군 엔트리나 선발 라인업을 크게 흔들지 않은 채 지켜본다. 그는 "정은원, 하주석, 노시환 등 중심 선수들은 타순을 고정할 것이다. 2번을 비롯해 나머지 타순은 여러 명 바꿔가면서 누가 적합한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까지 젊은 선수들의 에너지로 선전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간 한화는 최근 6경기에서 1승5패로 급락했다. 이 기간 평균 득점이 2.5점. 찬스를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지던 집중력이 흐려졌다. 무모할 만큼 과감한 주루와 번트 시도로 득점을 짜내려 하지만 쉽지 않다. 힐리마저 최근 3경기 연속 등에 담 증세로 벤치를 지켰다.
주중 대전 NC전 스윕패를 당한 한화는 롯데에 공동 9위를 내줬다. 순위는 다시 최하위. 시즌 전 이 정도 시련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패배가 주는 스트레스가 팀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수베로 감독에게 찾아온 첫 번째 위기. 한화의 객관적인 전력이 약한 건 모두가 인지하고 있으나 리빌딩이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수베로 감독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