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 교수, 『낭만과 노래 사이』와 『트로트가 무어냐…』로 가요 산책과 트로트 뿌리 찾기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21.03.15 09: 33

시절이 수상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여전히 수습이 힘겹다. 저마다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야말로 잔잔한 위로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성의 노래가 제격이다.
때맞춰 트로트가 대세로 됐다. 열풍을 넘어 거의 광풍에 이를 지경인 트로트가 흘러넘친다. TV 방송사가 앞다투어 트로트 프로그램을 편성, 그 열풍에 부채질한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얼마 전 어느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나온 가수 신미래가 독특한 음색과 창법으로 일제강점기의 대중가요 ‘오빠는 풍각쟁이야’를 멋들어지게 불러제껴 ‘인간 축음기’ 소리를 들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쯤에서 도대체 트로트란 무엇이며, 왜 트로트 신드롬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가는가에 대해 자연스러운 의문이 생긴다. 그 물음에 대한 충실한 해답을 ‘대중가요를 노래하는 교수’ 장유정 단국대 교양대학 교수에게서 찾을 수 있다.
장유정 교수는 일찍이 2002년에 학술대회에서 처음으로 트로트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2004년에 ‘일제강점기 한국대중가요 연구: 유성기 음반 자료를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았던, 그야말로 우리나라 트로트 연구의 최고 권위자다.
‘학문과 지식을 넘나들며 새로운 앎을 모색하는 노마드(nomade) 의 삶을 추구하는’ 그는 대중가요로 본 근대의 풍경을 그려낸 역저 『오빠는 풍각쟁이야』(2006년)의 연장 선상에서 최근 『트로트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도서출판 따비 발행)과 『낭만과 노래 사이』(목수책방 발행)를 잇달아 펴냈다.
『트로트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은 ‘웃음과 눈물로 우리를 위로한 노래의 역사’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트로트의 뿌리와 역사를 탐구한 본격 학술적인 글을 모은 것이고, 『낭만과 노래 사이』 는 ‘개인의 취향’에 바탕을 둔 음악 산문집이다. ‘트로트와 대중가요 산책’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낭만과 노래 사이』 는 잔잔한 울림과 가슴에 스미는 글로 우리네 아픈 가슴을 어루만진다.
『트로트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은 저자가 스스로 규정했듯이 ‘트로트에 편견을 지니고 있던 학자의 편견 탈출기’다. 여태껏 유행에 따른 학술적인 규명이 미흡했던 트로트에 대해 실증적 자료와 검증을 통해 종합적인 탐구를 시도한 이 책은 트로트의 등장과 용어, 역사적 변천과 오늘의 모습, 과거와 현재 트로트의 같은 점과 차이점, 대중음악사에서 차지하는 트로트의 의미를 조목별로 꼼꼼하게 짚어준다. 트로트의 종합보고서다.
이 책은 왜색 시비로 얼룩진 ‘트로트는 왜 천대받게 되었나’로 출발, ‘사회 변화와 함께한 트로트의 변모’, ‘트로트의 세계와 미학’으로 총정리했다. 일반인들은 물론 학자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트로트의 화장기 없는 얼굴이 이 책에 낱낱이 드러나 있다.
‘사회 변화와 함께한 트로트의 변모’에서 장유정 교수는 광복 이전과 이후, ‘전쟁의 상처와 재건의 희망을 노래한’ 1950년대로 시작, ‘향토적 정서와 도시적 정서의 공존’을 나타낸 1960년대, 그리고 1970, 80, 90년대를 거쳐 ‘성인가요에서 다시 전 세대의 가요’로 자리 잡은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학술적인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노래에 미쳐 노래에 사는 (대중)음악사학자’를 자처하는 장유정 교수는 대중가요 저술 작업과 병행, 2017년부터 강연과 라이브 공연을 결합한 ‘렉처 콘서트(LECTURE CONCERT)’를 진행하며 ‘노래하고 싶은 원(願)과 한(恨)을 풀고’ 있다.
그는 그사이에 근대 가요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작업도 해내며 『장유정이 부르는 모던 조선: 1930년대 재즈송』(2013년)과 『경성야행(京城夜行)』(2020년)이라는 두 장의 정규 음반도 발매했다.
장유정 교수는 “이 책(트로트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은 약 20년간 수행한 제 연구의 결과물을 모아 놓은 것이다. 직접 발로 뛰고 찾으며 수집하고 모은 자료들, 그 길에서 수많은 분들의 면담 등을 통해 알아낸 사실들을 바탕으로 썼다”면서 “여전히 부족하다. 앞으로 계속 보완하고 수정하며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글/ 홍윤표 OSEN 고문
이미지/ 장유정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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