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농구를 했다” KT-KCC 상대로 가치 증명한 이대성 [서정환의 사자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0.09.30 08: 56

컵대회 MVP에 오른 이대성(30, 오리온)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고양 오리온은 27일 군산월명체육관에서 개최된 ‘2020 MG새마을금고 KBL컵대회 결승전’에서 서울 SK를 94-81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오리온은 프로농구 초대 컵대회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대회내내 좋은 활약을 펼친 이대성은 기자단투표에서 43표 중 25표를 획득해 18표의 이승현을 제치고 MVP에 등극했다. 2019년 현대모비스에서 챔프전 MVP를 차지한 뒤 처음 경험하는 우승과 개인상이다. 

이대성은 우승으로 자신의 농구를 증명했다는데서 큰 의미를 발견한 대회였다. 이대성은 지난 시즌 라건아와 함께 현대모비스에서 KCC로 전격 트레이드가 됐다. 기존 이정현, 송교창과 호화멤버를 구성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시스템 농구를 추구하는 전창진 감독과 1번 메인 볼핸들러로서 더 많은 역할을 원하는 이대성의 궁합이 썩 맞지 않았다. 야생마에게 억지로 재갈을 물리는 격이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자 팬들의 기대도 실망으로 변했다. 이대성이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상황도 겹치자 팬들은 “이대성은 유리몸"이라고 비난했다.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하지 못한 이대성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FA자격을 얻은 이대성이 팀을 떠나자 KCC팬들의 원성이 극에 달했다. 이대성의 대가로 원했던 우승은 불발됐고, 김국찬 등 유망주들의 출혈까지 컸기 때문이다. 이대성은 ‘먹튀’ 이미지까지 추가했다. 
비시즌 FA 최대어였던 이대성을 KT가 원했고, 계약직전까지 협상이 진행됐다. 하지만 KT는 이대성과 세부조율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협상포기를 선언했다. 후발주자였던 오리온은 강을준 감독이 직접 나서 “너의 갑옷을 벗겨주겠다”며 이대성의 마음을 잡는데 성공했다. KT팬들은 허훈을 도울 가드보강에 실패한 구단의 소극적인 모습에 큰 아쉬움을 표했다. 
이대성은 오리온과 계약기간 3년, 보수총액 5억 5천만 원에 사인했다. 이대성의 가세로 오리온은 전포지션에서 약점이 없는 우승후보로 격상됐다. 190cm의 이대성이 1번을 보면서 모든 포지션에서 미스매치가 유발되고 있다. 상대팀도 오리온을 만나 여간 껄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다. 큰 마음 먹고 투자한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컵대회 예선에서 KT와 만난 이대성은 24점, 8어시스트, 2스틸로 자신을 증명했다. 지난 시즌 MVP 허훈(10점, 8어시스트)과 김윤태(0점, 야투 0/5, 턴오버 2개)는 이대성의 높이와 수비능력에 부담을 느꼈다. 이대성을 잡는데 6억 원이라는 돈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더욱이 이대성은 추가 출혈이 없는 무보상 FA였다. 
이대성은 KCC와 4강전에서도 15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 4스틸로 펄펄 날았다. 그는 21분 35초를 뛴 유현준을 3득점으로 틀어막았다. KCC가 과감한 투자로 야심차게 영입한 FA 김지완(3점, 3어시스트)과 유병훈(0점, 2어시스트)보다 이대성이 빛났다. 자신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사용설명서를 직접 보여준 셈이다. 
MVP에 오른 후 이대성은 “1년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트레이드부터 FA까지 여러 일이 있었지만 아쉬움은 전혀 없다. 내가 모비스 구단과 사이가 안좋고, 상처받았다고 비춰지는데 그런 것은 아니었다. KT와 KCC에도 아무런 감정이 없다. 농구선수로 성장하는데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며 담담히 말했다. 
적토마도 자신을 알아주는 장수를 만나야 더 힘이 난다. 강을준 감독은 이대성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 강 감독은 “(이)대성이가 마음의 상처가 있었는데 농구선배로서 돕고 싶었다. 내가 본 이대성은 독단적이고 고집부리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이대성을 감쌌다. 
이대성은 경기 중 강을준 감독의 등짝을 때릴 정도로 스스럼없이 스승을 믿고 따르는 사이가 됐다. 이대성은 "내가 1번으로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 휘하에서 그런 농구를 했다. 모비스를 떠나고 다시 이렇게 농구를 못할 줄 알았다. 웃으면서 즐겁게 농구를 못할 줄 알았다. 팀원들과 우승해서 좋다”며 비로소 활짝 웃었다. 
공교롭게 오리온의 시즌 개막전은 10일 부산 KT 원정이다. 오리온은 11일 고양에서 KCC를 상대로 홈개막전을 치른다. 이대성의 가세로 스토리가 풍성해진 오리온 경기가 시즌 초반부터 큰 화제를 모으게 됐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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