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당신이 좋다면, 저도 좋습니다'...코로나시대, 다시 읽어볼 36편의 영화
OSEN 김영민 기자
발행 2020.09.17 08: 24

'코로나 블루'의 증상이 심해져 '코로나 레드'로 향하고 있다. 사람도 그립고, 정도 그립다. 이럴 때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게 영화 그리고 영화 이야기다. 
현직 영화담당 기자가 '코로나 시대'에 더욱 달콤해 지는 영화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제목도 코로나 블루를 단박에 떨쳐버릴 정도로 낭만적이다. '당신이 좋다면, 저도 좋습니다'라는 달콤한 제목이다. 
책을 지은 윤여수 기자는 현재 스포츠동아 엔터테인먼트부에서 일하고 있다. 2000년 스포츠투데이에서 영화 담당으로 일하며 수많은 영화를 봐왔고, 영화만큼 다양한 개성을 지닌 영화계 사람들을 만났다. 2013년에는 '아들아, 아빠를 닮지 마라'라는 제목의 책을 썼고, 2017년에는 스포츠동아 엔터테인먼트부, 사진부 동료들과 함께 '고흥야담'을 쓰기도 했다. 

이런 경력의 저자는 "영화는 한 편의 이야기이다"고 생각한다. 한 편의 잘 짜인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게 영화다. 그런데 영상은 끝이 나도 그 영화가 전해준 이야기는 절대 끝나지 않는다고 윤여수 작가는 믿는다. 이 믿음이 바로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영화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보는 이에게 영화는 자신의 세상을 채워주는 또 하나의 온기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들도 힘겨운 현실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세상과 꿈을 이야기 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늘 ‘끝’ 또는 ‘The End’라는 자막으로 채워지지만, 이 책을 잃고 나면 ‘끝'은 결코 '끝'이 아니게 된다. '이야기'로 환생하는 새로운 시작이다.
책의 한 장면을 보자. 아직도 아카데미의 여운이 생생한 영화 '기생충'이다. 저자는 이 영화의 기억에 '냄새에 계획은 없다'는 부제를 달았다. 
((기택도 계획을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자신의 처지, 아니 세상의 구조적 힘겨움 앞에서 계획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말하려는 것이었을까. 가난한 반지하의 삶에 계획이란, 애당초 무망한 것일까. 기택은 애써 눈을 가렸다. “지금은 코로나19 방역 응급 상황!” 2020년 8월 말, 지하철 역사 안에 울려 퍼지는 안내방송이 심상치 않게 들렸다.))
'기생충'의 핵심 키워드는 '냄새'였다. 계층을 나누고 살인까지 부르는 끔찍한 단어가 '냄새'다. 코로나19로 지구촌이 올스톱 된 2020년, 하필이면 '냄새'를 막는 마스크를 쓰는 세상을 맞게 됐을까? 코로나19를 종식시킬 계획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요즘처럼 '공정'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대도 없다. 저자는 영화 '공공의 적'을 언급했다. '미친 세상 엎어치기'라는 부제가 속 시원하다. 
((“한 발짝만 물러서서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끔찍한 사태는 그 즉시 개선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평화로울 수 있지요. 비록 그것은 옛날부터 그랬다손 치더라도 오늘 우리들은 각별히 선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9라는 광인의 말. “당신들은 개과천선할 수 있소. 그것도 진심에서부터 말이오. 장차 세상은 사람을 잡아먹는 자를 용납지 않을 것이며 그런 자들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조차 용인하지 않을 거라는 점을 명심하시오.” 10이라는 광인의 경고. 온전치 못한 세상을 온전치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온전해야 할 세상을 드러내고자 했던 강철중이야말로 바로 그 광인이 아닐까. 그렇게 시선을 비틀어 세상을 바라보려는 것, 영화로써 세상을 풍자한다는 것. 강철중이 바로 그 주역이었다.))
우리 모두가 이런 세상을 원하고 있다. 내 것이 소중하면, 다른 누군가의 그것도 소중하다. 잘난 사람의 능력을 시기하는 게 아니다. 내 것을 더 취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그것을 탐내지 않는 게 우리가 원하는 공정한 세상이다. 
결국 저자는 한 편의 따뜻한, '영화같은 세상'에 미련을 두고 있다. 영화팬들이 꿈꾸는 세상, '시네마 천국'이다. 
((극장은 알프레도와 토토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 전체의 공동체이기도 했다. 이들은 매일 밤 극장에 모여 검열로 인해 일부 장면이 잘려나간 영화를 보면서 환호하고 눈물 흘렸다. 마을 광장의 건물 외벽에 영화가 비쳤을 때 이들은 돈을 주지 않고도 함께 이야기를 즐기며 웃고 울었다. 그때 ‘광장은 우리 것’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서 광장을 그렇게 열어준 것, 바로 영화였다. 비록 엄격한 검열의 가윗날이 키스와 정사의 장면을 잘라내긴 했어도, 그것이 시대적 암울한 공기를 말해주는 것이라도, 사람들은 영화로 서로를 잇고 또 이었다.))
사람과 사람을 영화가 이어주는 결정적 장면이다. 코로나19가 세상 사람들을 갈라놓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을 이어가는 게 세상사다. 사는 게 삭막해질수록 더욱 절실해지는 게 영화라는 '벗'이다. 그래야 마음이라도 녹으니까.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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