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직구 가졌다" 최세창, 1군 첫 기념구 품은 날 [베어스 미생일기]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20.08.17 17: 41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가 맞붙은 16일 서울 잠실구장. 1-4로 지고 있던 두산은 9회초 등번호 98번의 선수를 올렸다. 신인 최세창(19)의 첫 1군 마운드 등판이다.
데뷔전부터 상대는 강력했다. 로하스 멜 주니어-강백호-유한준으로 이어진 팀 타율 2위 KT(.289)의 중심타선이었다. 피칭은 당찼다. 직구를 앞세워 정면 승부를 펼쳤고,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이닝을 정리했다. 1-4로 패배한 두산이 품은 수확이었다.   
# 구도(球都)가 만든 운명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9회초 두산 최세창이 역투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최세창의 고향은 부산. 야구 열기가 뜨거워 '야구의 도시'로 불리는 곳이었다. 동네 친구들과 야구를 하던 그는 자연스럽게 야구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초등학교 5학년. 마침내 ‘야구의 길’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다. 공부보다는 운동이 즐거웠던 초등학생 최세창은 "잘할 수 있다"고 눈을 빛냈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그는 내야수와 투수를 함께 했다. "수비는 정말 형편 없었다"고 어린 시절을 떠올린 그는 개성고 진학 후 투수에 전념했다. 중학교 3학년 8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그의 진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재활을 끝낸 그는 본격적으로 운동에 힘을 내기 시작했고, 2학년을 마칠 무렵 시속 145km의 공을 꽂아넣었다.
3학년 에이스로 활약한 그는 11경기에서 53⅓이닝 동안 삼진 65개를 잡아내는 등 위력투를 펼쳤다.
야탑고와의 청룡기 16강전은 그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다. 최세창은 "2학년 때 대회마다 16강에서 다 탈락해서 꼭 16강의 벽을 넘고 싶었다. 그런데 당시에 잘 던져서 8강 진출에 성공했다"고 떠올렸다. 당시 최세창은 6⅔이닝 동안 10탈삼진을 기록하며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빠른 공을 앞세운 최세창의 당찬 피칭에 두산은 2020년 2차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전체 29순위)로 지명을 했다. 최세창은 "두산은 야구를 정말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팀 분위기도 좋아보였고 이런 팀에 들어와서 영광"이라며 "부모님께서도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시면서 '이제 더 힘들 수 있으니 만족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해라'고 말씀해주셨다"고 지명 순간을 떠올렸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리틀야구-중학교-고등학교 시절 최세창 / 최세창 제공
# 두산 미래 중 ‘최고 직구’
두산 관계자는 최세창에 대해 "두산 2군에서 가장 좋은 직구를 가지고 있다. 직구 구종 가치가 전체 1위다. 초속과 종속의 차이가 거의 안 나서 끝에 공이 살아들어 가는 느낌이 난다.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구의 위력은 최고였지만, 제구가 다소 흔들린다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최세창은 "제구 난조가 심한 편이었다. 배영수 코치님께서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던지고, 던질 수 있을 때 다 던져보라고 조언을 해주시면서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가듬고 있는 사이 조제영, 박지훈, 오명진 등 고졸 동기들이 하나씩 1군 무대를 밟았다. 최세창은 "부럽기도 하면서도 더 열심히 해 1군에 꼭 올라가려고 했다"고 밝혔다.
마침내 1군의 부름이 있었다. 6월 27일 기대 가득 올라간 1군이었지만, 첫 만남은 짧았다. 1군 등판없이 다음날 다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좌절보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한 번 올라갔던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8월 14일 다시 최세창은 이천이 아닌 잠실로 출근을 했다. 두 번째 콜업. "다시 올라왔으니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안고 잠실구장 홈 라커룸에 들어왔다.
롤모델도 만났다. 그는 "고등학교 때 이영하 선배님이 굉장히 잘 던져서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1군에 와서 잘 챙겨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다. 나중에는 마운드에서 어떤 마음을 가짐으로 던지는지 한 번 여쭤보고 싶다"고 웃었다.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9회초 두산 최세창이 역투하고 있다. /jpnews@osen.co.kr
# 꿈에 그리던 데뷔전 "10점 만점의 7점"
하루 만에 내려갔던 첫 1군 등록과 달리 데뷔전이 성사됐다. 16일 잠실 KT전에서 1-4로 지고 있던 9회초 최세창이 마운드에 올랐다.
로하스-강백호-유한준으로 이어지는 KT의 중심 타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로하스는 리그 타율 1위(.369)를 달렸고, 강백호는 8월 한 달 동안 타율 3할4푼9리의 맹타를 휘둘렀다. 유한준은 전날 동점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타격감이 올라온 상태였다.
최세창은 "긴장이 많이 됐다. 다리도 떨렸던 것 같다. 올라가서 보는데 KT 중심 타선이더라"라며 "로하스 선수를 상대로는 첫 타자니 제구라도 잘 잡자고 해서 포수 정상호 선배님만 믿고 던졌다. 또 강백호 선배님을 상대로는 무조건 아웃 시키고 싶어 강하게 던졌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당찬 기합 소리와 함께 시작된 최세창의 데뷔전은 완벽했다. 로하스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아웃카운트가 올라가고 최세창은 2루수 오재원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첫 아웃 카운트를 잘 잡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였다. 이어 강백호를 삼진, 유한준을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까지 나왔고, 자신있는 변화구로 꼽은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섞었다. 1이닝을 퍼펙트로 막은 후배를 위해 두산 선배들은 기념구도 챙겨줬다. 최세창이 자신의 장점을 앞세워 프로의 첫 이닝을 헤쳐나간 공이었다.
최세창은 데뷔전 점수를 "10점 만점에 7점"을 줬다. "긴장도 많이 했고, 제구가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KT 중심타자를 상대한 그는 마운드에서 맞붙고 싶은 선수로 이정후와 이대호를 꼽았다. 최세창은 "첫 등판을 했으니 이 느낌 그대로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6일부터 다시 KBO리그는 무관중으로 전환했다. 관중 앞에서 데뷔전을 놓쳤던 그는 "떨린 것은 덜했겠지만, 앞으로 관중 앞에서 더 씩씩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앞으로 '최세창'하면 팬들도 알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항상 열심히 하고 꾸준히 하는 선수로 기억에 남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9회초 2사에서 두산 최세창이 KT 유한준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김재호와 글러브를 맞대고 있다. /jpnews@osen.co.kr
#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등판을 마친 뒤 최세창에게 많은 축하와 격려 문자가 이어졌다. 부모님과 친구, 지인들의 연락이었다. 최세창은 "부모님께서 전화로 '고생했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고마운 사람을 묻자 최세창도 가족을 먼저 떠올렸다. "부모님과 형,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지금까지 잘 키워주시고 보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사랑합니다." 최세창의 진심 담긴 인사였다.
함께 야구를 했던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최세창은 "여화준, 김정현, 최원균, 박성우, 김민기, 양가온 오상진, 신상규 김광민, 김민성"이라고 친구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항상 응원해줘서 고맙고, 너희 앞에서 자랑스러운 선수가 되도록 항상 노력할게!"라고 약속의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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