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시즌 MVP로 김종규에게 투표한 이유 [서정환의 사자후] 

프로농구 시즌 MVP로 김종규에게 투표한 이유...
[OSEN=서정환 기자] 기자의 MVP 선택은 김종규(29, DB)였다.


[OSEN=서정환 기자] 기자의 MVP 선택은 김종규(29, DB)였다.

코로나 사태로 중단된 2019-2020 시즌의 개인상 기자단 투표가 10일 오후 2시 마감됐다. 최종우승팀을 가리지는 못했지만 개인상은 그대로 수여된다. 기자는 소중한 한 표를 김종규에게 행사했다.

시즌 MVP 어떻게 뽑나?

프로농구를 경기장에서 취재하는 모든 기자들에게 투표권이 있는 것은 아니다. KBL은 ‘KBL 기자단’에 속한 언론사에 한해 투표권을 주고 있다. 스포츠지 7사 중 회사당 5표, 종합지 14사 중 회사당 3표, 방송 10사 중 회사당 3표, 농구전문지 3사 당 각 1표, 서울 제외 연고지 지역언론사 8표까지 총 118표를 합산해 수상자를 정한다.

기자는 10년 넘게 프로농구 현장을 누볐지만 MVP 투표는 올 시즌 처음 해봤다. 많은 인터넷언론사들은 ‘KBL 기자단’에 속하지 않아 투표권이 없다. 인터넷언론사인 OSEN은 대한체육기자연맹 가입을 충족해 시즌을 앞두고 ‘KBL 기자단’에 처음 가입했고, 기자에게 투표권이 생겼다.

감독상, 신인상, 기량발전상, 베스트5, 식스맨상, 외국선수 MVP도 같은 방법으로 뽑는다. 다만 식스맨과 기량발전상은 구단이 후보를 한 명씩 추천한다. 다른 선수도 투표는 가능하지만 수상가능성이 떨어진다.

MVP는 김종규 MOP는 허훈

올 시즌 MVP 후보는 김종규와 허훈으로 압축되며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있었다. 국내에서 아직 MVP(Most Valuable Player)와 MOP(Most Outstanding Player)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이유가 크다.

MOP는 가장 활약이 뛰어났던 선수다. 허훈은 여러모로 지난 시즌 엄청난 임팩트를 자랑했다. 경기당 14.9점으로 송교창(평균 15점)에 이어 국내선수 득점 2위를 차지했다. 어시스트 7.2개는 2위 김시래(4.8개)를 훌쩍 뛰어넘는 독보적 선두였다.

대기록도 여러개 달성했다. KBL 최초로 득점과 어시스트로 20-20을 달성했다. 또한 허훈은 한 경기서 3점슛 9개 연속 성공을 보여줬다. ‘단신용병’이란 별명이 그의 화려한 훈장이었다.

그러나 프로농구는 팀 경쟁 스포츠다. 가장 가치가 있는 선수란 결국 팀에 많은 승수를 책임져주는 선수다. 개인의 뛰어난 활약이 팀 성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6위 KT는 21승 22패로 6강에는 턱걸이했지만 5할 승률도 넘지 못했다. 허훈이 뛴 경기에서 KT는 20승 15패를 기록했지만, 결장한 경기서 KT는 1승 7패, 극도로 부진했다. 그만큼 허훈의 팀내 비중은 비교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었다.

부상이 잦았던 허훈은 KT의 43경기 중 35경기 출전에 그쳤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팀이 필요할 때 자리에 없었다면 가치가 깎이는 것은 당연하다. 허훈이 MOP는 될 수 있어도 MVP 자격은 부족한 이유다.


승리기여도 국내선수 1위는 김종규

농구팬들이 선수비교에 중요한 잣대로 삼는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은 1950년대에도 집계했던 1차 기록이다. 김종규는 경기당 13.3점(국내 5위), 6.1리바운드(국내 1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43경기에 모두 출전했다는 점이 큰 플러스 요인이다.

물론 1차 기록(Rare Statics)은 선수의 가치를 비교평가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가장 문제는 수비에서 기여도가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DB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함에 있어 김종규의 골밑지배력이 크게 기여했다. 오누아쿠와 김종규가 지키는 골밑수비는 10개 구단 중 최고였다. 김종규가 있어 DB골밑에서 슛을 시도하기가 버거웠고, 외곽슈팅 성공률까지 떨어지는 효과가 있었다.

반면 허훈의 경우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크게 떨어진다. 허훈이 다득점을 올리지만 허훈이 수비하는 선수 역시 득점수치가 크게 상승한다. 효율성에서 가치가 떨어진다. 농구팬들이 화려한 스타일의 허훈을 지지하지만, 농구관계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크게 갈리는 이유다.

최근에는 1차 기록을 가공해 더 유의미한 기록을 산출하는 2차 기록(Advanced Statics)이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2차 기록 중 선수의 가치를 평가할 때 대표적으로 쓰이는 것이 윈쉐어(Win Share)다. 팀이 거둔 총 승리에 개인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복잡한 공식에 대입해 뽑아낸 기록이다. 그 선수가 팀에 합류했을 때 과연 +몇 승의 가치가 있는지 알기 위한 개념이다. 미국에서는 선수를 평가하는 객관적인 자료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OSEN에서 기록전문가 남재우 씨에게 의뢰해 올 시즌 KBL 선수들의 WS를 뽑아봤다. 국내선수 중 김종규가 4.6(전체 8위)으로 가장 높았다. 김종규로 인해 DB가 올 시즌 4.6승을 더 거뒀다는 의미다. 전체 1위는 7.9를 기록한 SK의 자밀 워니가 차지했다.

허훈은 WS 2.7로 전체 23위, 국내선수 중 11위에 그쳤다. 허훈이 워낙 많은 경기에 결장했고, KT 자체의 승률이 높지 않아 그의 가치또한 깎인 것이다. 기자가 허훈 개인의 맹활약을 인정하면서도 MVP투표에서는 그에게 투표하지 않은 이유다.

세계농구는 '스몰볼'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지만, KBL은 아직 빅맨에 대한 가치가 더 높다. 특히 김종규처럼 국내장신빅맨은 더욱 희소가치가 크다. 지금 전 구단 선수들을 대상으로 드래프트를 다시 실시한다면 대부분의 감독들이 허훈보다 김종규를 먼저 뽑을 것이다.

물론 투표에 참여한 기자들이 모두 본 기자처럼 생각하고 투표한 것은 아닐 것이다. MVP 투표결과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누가 상을 받든 프로농구 흥행에 기여해 수상자격은 충분할 것이다. KBL은 별도의 시상식 없이 수상자와 취재진만 KBL센터에 초청해 소감을 듣기로 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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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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