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여제' 김가영, "3쿠션은 신세계...이렇게 연달아 진 경험 없어"[인터뷰]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9.09.18 06: 44

'포켓여왕' 김가영(36, 브라보앤뉴)이 앞으로도 포켓볼과 3쿠션을 병행할 예정이다.
지난 13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TS샴푸 여자프로당구(LPBA) 챔피언십' 우승은 강지은에게 돌아갔다. 강지은은 결승전에서 박수향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0-2로 뒤지다 3-2로 뒤집기에 성공하며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강지은은 전날 열린 16강에서 '우승후보' 꼽힌 김가영을 제치고 8강에 오른 것이 화제가 됐다. 상대적으로 LPBA 등록선수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와일드카드로 출전 중인 김가영의 탈락 소식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사진]PBA제공

김가영은 초대 파나소닉오픈 4강 후 신한금융투자, 웰컴저축은행 웰뱅에서 잇따라 8강에 올랐다. 더구나 김가영은 같은 포켓볼에서 전향했지만 첫 대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차유람과 비교되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가영은 4번의 대회 출전 중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밝은 표정이었다. 김가영은 "제 실력대로 쳤고 딱 그만큼 했다고 본다"면서 "어제 잘했다면 오늘 더 좋은 대진이었을 것이다. 어제 못했으니까 그만큼 오늘 어려운 상대를 만났다"고 자책했다.
이어 김가영은 "대회를 치르면서 전투력이 불타오른다. 포켓에서도 그랬지만 지는 것이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다. 이렇게 많이 연달아 져 본 적이 없다"고 강한 승부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김가영은 포켓과 3쿠션의 차이에 대해 "3쿠션은 스트로크를 다양하게 써야 하는데 포켓은 일관적이다. 나 역시 아직까지 포켓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정말 정말 재미있다. 포켓을 칠 때는 이미 다 아는 것에 대한 실수 확률을 줄여 가는 과정이었다. 반면 3쿠션은 내게 신세계와 같다"고 즐거워했다.
다음은 김가영과 일문일답이다.
-주변에서 기대가 상당히 컸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제 기대에는 미쳤다. 우승보다는 애버리지를 올리는 것이 목표다. 그런 점에서 할 만큼은 했다고 본다. 팬분들은 제게 성적에 기대가 있지만 나름 연습한 것은 했다고 본다.
-4번의 대회를 치른 느낌은 어떤가.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는 말도 있다
▲애버리지 순위가 전체 1위(0.850)라고 알고 있다. 진 게임에서도 0.87이었다. 강지은이 잘쳤다. 평균이 떨어지지 않고 있어 만족한다. 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 실력대로 쳤고 딱 그만큼 했다고 본다. 대진운도 마찬가지다. 사실 32강에서는 평균보다 못쳤다. 내용도 그랬다. 더 잘할 수 있었던 경기를 못했고 오늘은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 어제 잘했다면 오늘 더 좋은 대진이었을 것이다. 어제 못했으니까 그만큼 오늘 어려운 상대를 만났다.
[사진]PBA제공
-대회를 치르면서 스스로 바뀌는게 있나
▲전투력이 불타오른다. 포켓에서도 그랬지만 지는 것이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다. 이렇게 많이 연달아 져 본 적이 없다.
-차유람도 그랬고 종목 변경(포켓→3쿠션)의 한계라는 말도 있다
▲아직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해보는 데 까지는 해보고 나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3쿠션을 제대로 연습하고 친 것이 이제 딱 3개월 됐다. 5월말 포켓대회 나가고 자의반 타의반 전향한지 3개월. 노력이 부족했다고 본다. 제가 알기로는 토브욘 브롬달 선수가 원래는 포켓치다가 전향한 것으로 안다. 실제 어느날 보니 포켓볼 잘치더라. 유럽 챔피언 출신이라고 했던 것 같다. 오히려 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제가 그 결과를 만들어봐야 할 것 같다.
-차유람에게 조언한다면? 일반인들은 종목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일단 내가 누구에게 조언할 수준이 아니다. 어렵게 느끼는 것의 차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누구에게는 별일 아닌게 누구에는 엄청 큰 일이다. 남들 볼 때는 큰일 아닐 수 있지만 본인은 위험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내가 조언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많은 습관을 바꾸긴 해야 한다. 아버지가 내 경기를 보시더니 '아직도 포켓 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3쿠션은 스트로크를 다양하게 써야 하는데 포켓은 일관적이다. 포켓은 정교함과 일관성이 더 중요한데 나는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아직까지 포켓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함을 추구하기전에 쉬운 것이라도 똑바로 쳐야지라는 생각 사이에서 접점을 찾자니 힘들다. 아직은 그 기준이 없다. 다양성이 중요한지 일관성이 중요한지. 어느걸 강화하는게 이 경기에서는 유리한지. 이 고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직은 기준을 모르겠다.
일반인들은 같은 포켓과 3쿠션에 대해 '그냥 당구 아니냐', '스누커나 포켓이나 큐로 공 치는 거 아냐'고 묻는다. 포켓의 경우 항상 치고 난 후 눈이 적구만 따라 다녔다. 이제는 적구는 어디로 가든지 수구를 봐야 한다. 포켓의 습관은 모든 것을 넣는데 집중한다. 하지만 지금은 수구 그림자가 그려져야 한다. 20년 이상 들인 이런 습관을 버리고 다시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노력을 많이 해도 내 마음대로 안된다. 멘탈이 좋은 편인데 실력이 딸린다. 여기서는 멘탈이 별로 쓸모 없고. 그런 부분에서 많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다.
-3쿠션도 잘친다는 평가가 부담되지 않았나
▲오늘도 어르신들이 '잘 좀 치지', '연습 좀 더 해야 하는 거 아냐?', '우승후보 찍었는데'라고 말씀하시더라. 4구를 700까지 쳤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25년 전 이야기다. 다시 3쿠션을 하겠다고 했을 때 평균이 0.7정도였다. 이제 0.1정도 올린 거다. 만약 평균이 이런 추세로 오른다면 내년에는 1점대 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한다. 물론 기대만 하면 안되고 훈련으로 만들어야 한다. 부담도 되고 상처도 많이 받는다.
-3쿠션만의 재미가 있나 
▲정말 정말 재미있다. 포켓을 칠 때는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다 아는 것에 대한 실수 확률을 줄여 가는 과정이었다. 포켓은 룰, 테이블 환경 등에 적응해야 했지만 기술적으로는 나 스스로도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반면 3쿠션은 내게 신세계와 같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배울 것도 많다. 눈으로 느는 게 보인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새로운 것 배우는 것도 있다. 간과했던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런 점이 흥미롭다.
-내년에는 정식으로 LPBA에 등록할 것인가
▲지금 대답을 하기에는 시기상조다. 포켓볼 선수로는 대한당구연맹 3년 자격정지를 당한 상태다. 하지만 대한당구연맹 이사로 등재돼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포켓과 3쿠션을 병행할 생각이다. 대한당구연맹 주관 대회에 못나간다고 해서 포켓볼을 칠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포켓도 여전히 재미있다.
-서바이벌, 세트제 등 LPBA 룰이 고수들에게 불리하다는 말도 있다
▲그런 질문에 대답하기에는 내가 아직 3쿠션 경험이 적다. 최소한 이 대답을 하려면 수준이 올라야 한다고 본다. 물론 충분히 그런 맹점은 있다고 본다. 포켓볼에서도 세트제, 서든데스도 있다. 나 역시 우승도 하고 떨어져 보기도 했다. LPBA가 초반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잘 모르겠지만 고수들이 여기에 적응하고 초반 집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지하면서 서서히 자리가 잡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우승 못할 사람이 우승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그럴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기술과 멘탈 다 갖춘 사람이 우승하더라. LPBA도 그렇지 않을까.
-LPBA 뿐 아니라 PBA와 비교해도 많은 경험을 지녔다. 경기 중에 그런 것을 느끼나
▲그런 것을 둘러 볼 만한 여유가 없다. 솔직히 많은 것을 숙지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 포켓은 10초를 넘길 경우 심판이 카운팅을 해준다. 하지만 여기는 자신이 보면서 경기를 계획해야 한다. 다른 선수를 둘러 볼 여유도 없고 아직 여기 문화에도 익숙하지 못하다. 경험이 아무리 많고 평균이 가장 높아도 성적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건 그만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본다. 실력은 좋은데 이기는 방법은 모르는 것다. 새로운 경험 쌓기가 바빠서 열심히 보고 배우고 있다.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에서 3쿠션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은 없나
▲아카데미에서는 포켓만 한다. 문의는 많이 들어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포켓볼아카데미를 오픈한 목적이 뚜렷하게 있었기 때문에 3쿠션 강사는 없다. 아카데미에 3쿠션 테이블이 한 대 있지만 나만 연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김재근 다이 한대. 저만 친다. 김재근 프로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
[사진]PBA제공
-앞머리를 내리는 헤어스타일 변화도 눈에 띈다
▲앞머리는 원래 있었다. 포켓은 자세가 낮으니까 앞머리를 내리면 시야가 안보인다. 반대로 3쿠션은 자세가 높으니까 괜찮다. 어느날 급해서 앞머리를 올리지 않고 나갔는데 보이더라. 그래서 내려봤다. 포켓은 자세가 낮고 목에 타이를 매서 불편하긴 했다.
-경기 중 표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관리가 안된다. 입꼬리 내려가고 인상 퍽퍽 쓰는거 나도 잘 안다. 사실 나도 웃는 표정으로 인상을 쓰지 않으려고 눈도 크게 떠보고 해봤다. 그랬더니 당구가 안되더라. 해서 포기했다. 어쩔 수 없지 않나. 당구를 위해 포기했다. 표정만 보면 내가 사람을 때릴 것 같다고 주변으로 안온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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