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롯데 구단의 ‘안전 불감증’, 도를 넘었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9.06.26 14: 28

한국 프로야구 구단 가운데 출범 원년(1982년)부터 그 이름과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구단은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두 구단뿐이다. 두 구단이 그만큼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까닭의 하나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롯데 구단(엄밀하게는 롯데 선수들이겠지만)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지지는 유난스럽다. 역대 한 시즌 최다관중 기록(2009년 138만여 명)도 여태껏 롯데 구단이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이 표현은 롯데구단의 사과 표현을 본 딴 것임) 롯데 구단의 운영이나 관리는 아주 예스럽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구태의연’하다. 특히 사직구장 시설과 연관 지어 무슨 일만 생기면 ‘부산시 탓’만 한다. ‘낡은 구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이다.

26일 오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안전점검 및 펜스에 보호대 설치가 진행되고 있다.전날 (25일)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9회말 1사 롯데 신본기의 우익수 파울플라이 kt 우익수 강백호가 잡아내는 과정에서 사직구장 우측 파울플라이 존 끝 부분의 철망에 른 손바닥이 5㎝가량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진단 결과 근육까지 같이 찢어져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강백호는 26일 서울로 이동해 검진을 받고 곧바로 수술을 받을 예정이며 1군 엔트리에서도 말소된다. /rumi@osen.co.kr

kt 위즈의 강백호(20)가 6월 25일 사직구장에서 열렸던 경기에서 크게 다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윤원 롯데 단장이 경기 후 이숭용 KT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아울러 롯데 구단은 기자들에게 “강백호가 심각한 부상을 당한 부분에 유감”이라며 “사고 부분에 대한 즉각적인 보수와 구장 전체 안전 점검을 진행해 향후 사고 예방을 하겠다.”고 뒷북을 쳤다.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전형이다.
kt 위즈와 강백호는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 됐다. 상대 구단의 구장 시설 점검 소홀로 인해 이강철 kt 감독과 구단은 핵심 타자의 공백을 빚게 돼 한창 5위권을 향한 치열한 다툼의 와중에 엄청난 전력 손실을 입었다.
그런데도 롯데 구단이 한다는 말이 고작 “유감”이란다. 하다못해 ‘죄송하다’라는 말도 아니었다.
‘유감’, 어디서 많이 들어본 표현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유감’ 항목을 보면, ‘1. 유감(有感); 느끼는 바가 있음.’이나 ‘4. 유감(遺憾);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에 해당하는 표현일터인데, 그 해석을 따른다면 ‘유감’이라는 것은 사과로 볼 수가 없다.
일본 왕이 예전에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한답시고 ‘통석(痛惜)의 염(念)’ 이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백배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그 같은 발언은 우리 국민들로선 말장난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었던 터였는데, ‘유감’이라는 표현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KBO 리그에는 홈구단의 구장관리와 안전 의무 조항이 있다.
‘2019 KBO 리그규정 제9조 경기관리인’ 조항에는 “홈 구단의 임원이 그 경기의 관리인이 되며, 총재의 경기관리에 관한 모든 직능을 대행한다. (주)경기관리인은 구장의 질서를 유지하며 경기를 지체 없이 완수하도록 하기 위하여 총재를 대신하여 모든 조치를 집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2019 KBO 규약 제136조 [안전보장]’ 조항에는
“① KBO 리그 경기 중 홈 구단은 심판위원 및 상대구단의 충분한 안전을 보장하고 이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②총재는 제1항의 조치를 태만히 한 구단에 대하여 5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한다. 다만, 원정 구단에 의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원정 구단에 제재금을 부과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사직 구장 시설이 아주 낡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이번 사고에서 보았듯이 롯데 구단이 ‘홈구장 관리 책임자’로서 사전에 구장 시설 안전점검이나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듯이 롯데 구단의 ‘안전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아도 싼 것이다.
KBO는 이번 사고와 관련, 롯데 구단에 ‘엄중 경고’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관련,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안전보장 조항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 1999년 10월에 그 조항을 만들었는데 선수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게 아니라 응원단 등의 경기 중 불상사에 대한 문제를 짚은 것”이라고 그 조항에 대한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확대 유권해석을 해 ‘상대구단’이라는 것에 뭉뚱그려 선수들을 포함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광의로 해석할 수는 있겠지만 상대구단에 선수를 포함시켜 적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면서 “다만 앞으로 이런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전 구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라도 이번 일을 본보기 삼아 (선수 안전문제를) 좀 더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가장 억울한 것은 물론 당사자인 선수와 kt 구단이다. 무신경한 구장 시설 관리로 인해 한 순간에 자칫 선수생명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나서야 되겠는가. 그 책임을 롯데 구단이 분명히 져야한다. 덧붙여 롯데 구단이 ‘새 구장’ 타령만 할 게 아니라 다른 구단, 이를테면 KIA 타이거즈처럼 전 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 새 구장을 만들어낸 전례를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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