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김시진 기술위원장, “대표 팀 감독은 한국야구를 근접 체크한 사람이 바람직”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9.01.15 08: 57

최근 KBO 주변에선 뜬금없이 메이저리그의 한국인 개척자인 박찬호(46)가 야구국가대표팀 감독 유력후보로 나돌고 있다. 물론 당사자의 의사와는 무관할 터이지만, 박찬호와 정운찬 KBO 총재의 ‘특수인연’이 배경이 돼 그럴싸하게 포장, 유포되고 있다. 이 같은 얘기가 단순한 낭설로 그칠지 아니면 무게를 싣고 논의의 한가운데로 진입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감독선임의 일차 권한을 갖고 있는 기술위원회가 1월 14일에야 기술위원들 선임을 마치고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미리 이런저런 하마평이 나도는 것은 그만큼 대표 팀 감독 선임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사임했던 선동렬 전 대표 팀 전임 감독의 후임 선출이어서 더욱 그럴 것이다.
김시진(61) 신임 기술위원장은 우선 발등에 떨어진 대표 팀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해 “기술위원회가 8~10명가량의 후보군을 정해 놓고 그 가운데 3배수로 압축해 총재님께 보고하는 형식을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후보군 선정과 관련해서는 “경기인 출신”이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그에 덧붙여 “대표 팀에 대한 철학이나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선에서 인선의 큰 틀을 밝혔다.
항간에 떠돌고 있는 ‘지도자 경험은 전혀 없지만 경력이 화려한 야구인’의 유력 후보 설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은 다시 “경기인 출신이면 가능하지만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총재님의 언질? 그런 것은 없다. 기술위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본 뒤에 후보군을 공유하고 좁혀나가서 마지막에는 3명을 선정해 총재님께 천거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머리가 아플 것 같다. 기술위원 선임보다 더 힘든 작업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선임 과정의 어려움을 예상했다.
김시진 위원장은 감독 후보 선정의 전제 아닌 전제로 “경기인 출신”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선을 그었지만 보충설명이 뒤따랐다.
“기술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겠지만 아무래도 ‘조금 (일선 지도자) 경험을 갖춘 사람이 안정적이지 않겠느냐’하는 그런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단정 짓지는 않았으나 “어느 정도 기준이 있어야한다. 한국야구를 근접 체크하고 있어야한다. 예를 들어 국내 선수들과 소통 가능한 인사를 살펴봐야 한다. 후보군 선정에서도 기술위원장이 생각 못하는 인물을 기술위원들이 천거할 수도 있다. 꼭 지도자 출신이어야 한다는 확고한 방침은 없지만 대표 팀 감독은 대표 팀에서 코치해본 사람들이나 구단 감독을 해본 사람들 다 검토해봐야겠다.”는 그의 말에서 인선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겠다.
감독 선임에 곁들여 기술위원회는 올해 11월에 열리는 ‘프리미어12’ 대표선수 선발 임무도 맡는다. 이번 대표선수 선발은 2010년 도쿄올림픽의 전초전격인 ‘프리미어12’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그간의 여러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어야한다. 그에 따른 기술위원회의 공정하고도 투명한 선임절차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이즈음이다.
김시진 위원장은 “대표선수 선발은 기술위원회가 전권을 가지는 게 결코 아니다. 대표 팀 감독하고 기술위원회가 머리를 맞대고 후보군을 선별, 간추려야 한다. 시즌이 시작된 뒤에 데이터를 끄집어내 후보군을 올려서 감독과 기술위원회가 공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은 “기술위원회는 감독이 하고자 하는 야구를 할 수 있게끔 최대한 도와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기술위원회의 독단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조력자”라고 자칫 일어날 수도 있는 기술위원회의 ‘월권’을 경계했다.
감독이 대표 팀을 끌고 갈수 있는 방향을 알고, 전력분석에 의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같이 충분히 논의하는 절차는 밟아야겠지만 감독의 보조, 조력자 노릇에 충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김 위원장은 “애매한 부분, 감독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조언은 해줄 수 있지만 ‘누구를 뽑아야한다’고 하는 것은 월권행위다”고 못을 박았다.
KBO 기술위원회는 1월 17일에 첫 모임을 갖고, 앞으로 운영 계획과 전임 감독 선발 과정에 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기술위원회가 앞으로 도쿄올림픽을 향한 큰 그림을 어떻게 그려낼지 지켜볼 일이다. 기술위원회가 안고 있는 부담이 큰 만큼 김시진 위원장의 지혜로운 ‘조타수’ 노릇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