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이 안경 쓴 이유, "선발 순서 재조정"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4.07 06: 17

"나 안경 쓴 것 처음 보지 않나". 
한화 김성근(75) 감독은 6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감독실에서 취재진을 맞았다. 경기 시작 2시간 전 책상에 앉은 김 감독은 안경을 쓴 모습이었다. 낮 경기에 햇빛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김 감독이지만 안경은 거의 쓰지 않았다. 안경 쓴 모습이 외부에 노출된 적도 별로 없었다. 
시력이 좋은 편인 김 감독이지만 작은 글자를 볼 때는 돋보기 도움을 받아야 한다. 김 감독은 안경을 쓴 이유에 대해 "조그마한 글자를 볼 때 주로 쓴다. 안경 없이 글자를 보려면 집중을 해야 하는데 그럼 머리가 아프다. 안경을 쓰면 그래도 좀 편해진다"며 허허 웃었다. 

김 감독이 들여다본 작은 글자는 경기 일정표와 상대팀들의 선발 로테이션이었다. 김 감독은 "오늘 선발 로테이션을 다시 만들었다. 어제(5일) 비 때문에 다른 팀들도 전체적으로 선발 순서가 바뀌었다. 거기에 맞춰 우리도 로테이션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KBO리그 5개 구장 경기가 모두 우천 연기됐고, 대부분 팀들의 선발 로테이션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에 맞춰 김 감독도 상대팀 일정과 선발에 맞춰 로테이션 순서를 재조정한 것이다. 평소 상대성을 크게 중시하는 김 감독에겐 중요한 작업이다. 
알렉시 오간도의 선발등판이 6일 대전 NC전으로 하루 앞당겨진 것도 같은 이유. 당초 선발 순서라면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6일 NC전, 오간도가 7일 광주 KIA전에 나설 차례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두 투수의 순서를 맞바꿨다. 상대성을 감안한 조치다. 
김 감독은 "오간도가 KIA한테 맞은 게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27일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오간도는 KIA에 3이닝 7피안타(2피홈런) 2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했다. 연습경기일 뿐이지만 김 감독은 사소한 흐름도 놓치지 않는다. 당시 오간도에게 연타석 홈런을 친 이인행은 지금도 KIA 1군 엔트리에 남아있다. 좋게 보자면 오간도의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이다. 
여기에 다음주 일정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오간도가 7일 KIA전에 선발로 나선다면 다음주에는 주중 삼성전 1번 등판으로 끝난다. 이 경우 시범경기에서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SK 상대로 주말 3연전에 나설 수 없다. 6일 NC전 이후 11일 대구 삼성전, 16일 대전 SK전 등판 일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SK 상대로만 5승을 거뒀던 '비룡 킬러' 장민재도 다음 주말 임시 선발로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다. 현재 5선발 자리가 고정돼 있지 않은 만큼 그때그때 상대팀에 맞춰 표적 선발이 투입될 전망이다. 
안경을 쓴 채로 로테이션을 조정한 김 감독의 노력이 빛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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