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더비 열망’ 범가너, 자격은 충분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6.07 05: 58

194타석 11HR, 풀타임 타자면 30HR도 가능
타격 중 10.2%가 홈런, 특급 수치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27)가 폭탄선언(?)을 했다.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나가고 싶다는 다소 엉뚱한 꿈을 드러냈다. 당장 코칭스태프는 짐을 싸들고 말릴 기세지만, 기록을 보면 충분한 자격이 있을지도 모른다.

범가너는 5일(이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가진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과의 인터뷰에서 “홈런 더비에 나가고 싶다. 나를 말리지 말아 달라”라고 말했다. MLB 올스타전의 꽃 중 하나인 홈런 더비에 당당한 출사표를 내민 것이다. 거포들의 향연인 홈런 더비에 투수가 나서는 일 자체가 충격적이자 또한 흥미로운 일이다.
이 발언을 전해들은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펄펄 뛰었다. “허락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범가너는 기본적으로 투수다. 괜히 홈런 더비에 나서 투구에 악영향이 있으면 안 된다. 반대로 팬들은 이벤트 차원에서 범가너의 참가를 바라고 있는 눈치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범가너가 자신의 뜻을 이룬다면 최고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범가너는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중 하나다. 2009년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데뷔한 뒤 통산 195번의 등판에서 92승을 거뒀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내기도 했다. 가을에도 강했다. 올해 성적도 빼어나다. 범가너는 5일(이하 한국시간)까지 12경기에 나가 80이닝을 던지며 7승2패 평균자책점 1.91을 기록 중이다. 특급의 칭호가 아깝지 않다.
이런 범가너는 타석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범가너는 올 시즌 타율은 1할5푼6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2개의 홈런을 쳤다. 올 시즌 멀티홈런을 기록 중인 투수는 범가너와 노아 신더가드(뉴욕 메츠) 뿐이다. 하지만 신더가드의 타격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범가너는 꾸준히 장타력을 과시해 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MLB 통산 13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 범가너는 2014년부터 홈런 맛을 알았다. 2014년 4홈런, 지난해에는 5홈런을 기록했고 올해는 이를 뛰어넘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2014년 이후 194타석에서 0.451이라는 괜찮은 장타율을 기록 중이며 조정가중득점치(wRC+)는 101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이 부문 투수 2위는 역시 타격에 소질이 있다는 잭 그레인키(애리조나)인데 wRC+는 65로 범가너와 큰 차이가 난다.
물론 타율은 떨어진다. 이 기간 타율은 2할3푼4리다. 투수들의 세계에서는 특급이지만, 타자들의 세계에서는 명함을 내밀 수준이 안 된다. 하지만 타율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홈런 더비는 다를 수 있다. 범가너의 힘과 타구의 질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범가너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전체 타격(108회)의 10.2%(11개)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이는 같은 기간 MLB 모든 타자들의 기록과 합산해도 리그 10위에 해당되는 빼어난 성적이다. 1위는 마이애미의 거포 지안카를로 스탠튼인데 11.6%로 범가너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한 범가너는 투수 최고 타구 속도 홈런(111마일) 기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홈런을 칠 수 있는 공’을 주는 홈런 더비에서는 범가너의 괴력이 발휘될 수도 있다는 자료다. 범가너는 5일 열린 타격 훈련에서도 부시 스타디움의 4층 관중석으로 타구를 날려 보내는 등 홈런 더비를 향한 무력시위를 했다. 이를 지켜보던 세인트루이스 팬들까지 박수를 보낼 정도였다. 범가너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가 흥미로워졌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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