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이글아이] 한화, 임시 감독대행 체제의 한계

[이상학의 이글아이] 한화, 임시 감독대행 체제의 한계
"자세한 건 말씀 드릴 수 없으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자세한 건 말씀 드릴 수 없으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프로야구에서 감독은 구단의 얼굴이고 입이다. 경기를 전후로 팀 상황을 설명하고 계획을 알리는 것이 감독의 주된 임무 중 하나. 요즘 한화에서는 그 역할을 김광수 수석코치가 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고 요양 중이라 자리를 비웠고, 김광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다. 김 코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들을 독려하며 수습을 위해 노력 중이다.

감독대행이기 때문에 감독이 하는 일을 한다. 경기 전에 기자들을 만나 팀 상황을 전하는 것도 김 코치가 맡는다. 김 감독은 성실하게 인터뷰에 임하고 있지만 민감한 부분에 있어서는 늘 말을 아낀다. "자세한 부분은 말하기 어렵다. 양해를 바란다"는 것이 김 코치가 자주 하는 말이다. 특히 투수운용과 관련된 질문에는 더욱 조심스럽다.

김성근 감독이 수술을 받은 게 지난 5일 문학 SK전으로 이날부터 김 코치의 감독대행 체제가 시작됐다. 그 이후로 성적은 1승8패. 시즌 성적은 9승26패로 승패 마진이 개막 후 최악의 -17까지 떨어졌다. 팀 성적이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다 보니 비난의 화살은 김 코치에게도 향하고 있다. 팀 성적이 부진하면 선수든 지도자든 비난을 면키 어렵다.

김광수 대행 체제에서도 한화는 김성근 스타일의 야구를 그대로 하고 있다. 선발투수는 5회를 넘기기 어렵고, 경기 중반부터 불펜 필승조를 변함없이 쏟아 붓는다. 내일이 없는 야구로 하루살이 야구를 한다. 덕아웃에 김 감독은 없지만 김 감독이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한화 야구 스타일에는 변화가 없다. 김 코치는 "지금으로선 한 경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항간에서는 '김 감독이 경기 중에도 전화로 지시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코치는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답했다. 경기 중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 경기 중에는 김 코치 판단으로 팀을 이끌고 있지만 다른 색깔을 낼 수 없다.

모 야구인은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김 감독이 팀을 완전히 떠난 것도 아니고, 잠시만 자리를 비웠을 뿐이다. 여기서 김광수 코치가 자기 색깔의 야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에 하나 김성근 감독 스타일 반대로 해서 경기를 이기면 그게 더 곤란해질 수 있다. 지금으로선 김 감독 스타일대로 야구하며 선수들을 독려하는게 최선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병상에서도 경기를 보며 팀을 체크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일부 코치들을 병원에 불러 팀에 필요한 부분을 지시했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선 전화로 상의하며 팀을 놓지 않았다. 김 감독은 다시 팀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며 사퇴할 의사가 없다. 상황이 이런데 김 코치가 팀을 독단으로 이끄는 건 말이 안 된다. 김 코치 역시 감독대행이라 불리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 '임시 감독대행' 체제에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결국 김 감독이 빨리 돌아와서 팀을 정상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감독 부재란 이유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거나 팀이 더 큰 혼란에 빠져선 안 된다. /한화 담당기자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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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7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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