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렸던 목소리, 허망했던 푸른 눈… 유무죄만큼 중요했던 것, 서준원은 '신의'를 저버렸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3.25 07: 10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롯데 래리 서튼 감독. 팀의 문화를 언급하고 장점을 얘기할 때는 확신에 차 있지만 선수들에 대해 언급할 때는 장점을 먼저 언급하고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할지”라는 전제를 붙여가면서 조심스럽게 선수에 감정과 달라져야 할 점을 설명하곤 했다. 
지난 24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서 서튼 감독의 브리핑은 그러지 않았다. 말을 잇지 못했고 목소리도 떨렸다. 눈동자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지만 허망한 눈동자라는 것을 숨기지 못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은 배로 돌아왔다. 실망감이라기 보다는 배신감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서튼 감독은 “개인적으로 ‘매우 매우 실망했다”라는 표현을 썼다. 구단의 모든 이들의 열정과 헌신을 배신했다고 강조했다. 서튼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많이 실망했다. 코칭스태프는 서준원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열정과 시간을 쏟는 등 많은 것들을 투자한다.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 미래에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투자하고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그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라고 참담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서준원이 역투하고 있다. 2023.03.16 / foto0307@osen.co.kr

서준원은 기소됐다. 현역 야구선수가 어떤 사전 징계 없이 곧바로 법정에 서게 된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23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서준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8월 SNS 오픈채팅으로 알게 된 미성년 피해자에게 신체 사진을 찍어 전송하도록 해 아동 청소년의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까지 갔지만 법원은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서준원의 구속영장신청은 기각했다. 
구단은 서준원이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 실질심사까지 이뤄진 과정을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부산 지역 매체가 구단을 통해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서준원은 끝까지 잡아뗐다. 구단은 선수의 말을 믿어야 했다. 믿을 수밖에 없었고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야 했다. 구단은 수사기관이 아니고 개인사업자와 선수는 고용관계가 아닌 계약관계다. 개인 사생활까지 구단이 파고들 수 없다. 
결국 사실 그 이상의 진실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구단은 검찰의 기소 발표가 나기 전, “기소여부과 관계없이”라는 강경한 자세로 서준원을 방출했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입단했고 일본도 놀라게 했던 특급 잠수함 투수 재능의 몰락이다.
롯데 자이언츠 서튼 감독이 두산 베어스에 8-4로 승리한 후 퇴장하고 있다. 2023.03.14 / foto0307@osen.co.kr
유무죄 여부와 형량은 재판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혐의 자체는 확실하지만 서준원이 채팅 대상이 미성년자인 것을 알았느냐가 재판의 쟁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서준원은 유무죄만큼 중요했던 것을 잃었다. 구단의 신의다.
지난해 8월 혐의를 받았고 연말에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을 구단에 전혀 알리지 않았다. 구단에 알리기만 했다면 즉각적인 방출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되려 영장실심사를 받으러 가는 날에는 “사기 피해자로 간다”라고 구단에 거짓말까지 했다. 
두려웠을 것이다. 자신의 재능, 그동안 이뤄왔던 것들과 노력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물거품 되는 것을. 그러나 세상은 서준원이 생각하는 것만큼 좁지 않다. 드넓은 하늘을 어떻게 한뼘의 손바닥으로 가리겠는가.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했겠지만 보는 눈이 많고 국내 최고의 프로스포츠라고 불리는 프로야구 선수의 범죄 연루를 모를 수가 없다. 
구단은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어줄 수 있었다. 무기한 자격정지, 혹은 출장정지 등의 구단 내부 징계를 내려서 유무죄가 가려질 때까지 선수 신분은 유지할 수 있게 했을 것이다. 필요한 것이 있고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구단이 도와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기 관리가 부족했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뺀질이’라고 불렸지만 밉지 않은 서글서글한 성격이기에 밉지는 않았다. 구단은 그의 재능을 믿고 기다렸다. 그의 말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나 이 모든 기회를 서준원 스스로 걷어찼다. 거짓말로 일관하면서 구단이 그동안 자신을 믿어주고 기회를 줬던 신의를 저버렸다. 서준원은 이렇게 롯데에서 지워져야 할 이름이 됐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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