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음바페-네이마르, 월드컵 한 대회 단일 클럽 최다 득점 기록 남긴 기세 리그 1서 이어 가나[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22.12.26 06: 25

참 야릇한 승부 세계다. 피(彼)와 아(我)가 뒤바뀜이 변화막측하다. 어제 맞부딪쳐 승패를 다퉜던 상대와 오늘은 손을 맞잡고 힘을 합친다. 내일은 또 어떤 처지에 놓일지 모른다. 신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앞세워 얄궂은 운명의 길을 걸어가라고 강요(?)하는 듯싶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킬리안 음바페(프랑스)는 당대 세계 축구 으뜸을 다툰다. 2022 카타르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을 대회 사상 가장 화려하게 수놓은, 그야말로 월드 스타 가운데 월드 스타다. 이 대회 결승전에서, 메시와 음바페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월드컵 92년 역사 중 최고 명승부가 빚어지는 데 토양이 됐다. 승자인 메시도, 패자인 음바페도 길이 회자할 아주 멋진 한판의 주역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이처럼 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골의 향연을 창출한 두 위대한 월드 스타도 신의 섭리를 피해 갈 수는 없다. 한솥밥을 먹다가 어제 적으로 맞붙어 세계 최강을 겨뤘던 둘은 오늘은 다시 동료로 만나 호흡을 함께한다. 프랑스 리그 1의 최고 명가(名家)인 파리 생제르맹(PSG)의 독주를 이끌 ‘쌍두마차’로 힘을 합한다.

신이 마련한 길에, 네이마르(브라질)도 따라붙는다. 역시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을 노리던 브라질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네이마르도 PSG의 리그 1 2연패 달성에 한몫할 골잡이다. FIFA 랭킹 1위 ‘카나리뉴(Canarinho: 작은 카나리아·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 별칭)’의 주득점원다운 솜씨는 PSG의 ‘삼두마차’를 이루는 데 부족함이 없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메시-음바페-네이마르의 불타오른 득점력은 PSG에 뜻깊은 대회 기록 수립의 영광을 안겼다. PAG 공격 트리오는 활화산 같은 폭발력을 뽐내며 역대 한 대회 단일 클럽 최다 득점의 빛나는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중추가 됐다.
공격 트리오, PSG를 최고 기록 반열에 올려놓은 맹위를 리그 1에서 재연하려
2022 월드컵에서, 음바페는 결승 아르헨티나전 해트트릭을 비롯해 8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빛나는 골든 부트를 품에 안았다. 메시도 못지않았다. 결승 프랑스전 2골을 필두로 모두 7골을 뽑아내며 실버 부트를 차지했다. 네이마르는 2골을 잡아냈다. PSG를 둥지로 삼은 새들의 날갯짓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카를소스 솔레르(스페인)도 1골을 보태며 PSG의 힘찬 비상에 1골을 더했다.
이로써 카타르 월드컵에서, ‘PSG 가족’은 총 18골을 꽂아 넣는 맹위를 떨쳤다. 비록 각자가 대표하는 나라는 달랐을망정, 자신의 조국을 위한 몸놀림은 결과적으로 PSG의 성가를 드높인 결실로 이어졌다.
이 기록은 월드컵 역사를 한결 더 윤택하게 했다. 스물한 번이 펼쳐진 월드컵 무대에서, 한 대회 단일 클럽 최다 득점 기록에 이름을 올려놓은 눈부신 발자취다. 물론, 최고 기록이다. 비록 새로운 기록을 세우지는 못했어도, 종전 기록과 동일한 궤적을 그린 그 자체만으로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고 할 만하다.
이 부문에서, 역대 최고는 18골이다. 두 번 기록된 바 있다. 1954 스위스 대회와 2014 독일 대회였다. 1954 대회에선 부다페스트 혼베드(헝가리) 식구가, 2014 대회에선 바이에른 뮌헨(독일) 가족이 각각 한 차례씩 세웠다(표 참조).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구성원 분포였다. 부다페스트 혼베드의 이름을 떨친 삼총사인 코치시 샨도르(11골), 푸슈카시 페렌츠(4골), 치보르 졸탄(3골)은 모두 ‘황금의 팀(Aranycsapat)’ 헝가리의 주축 골잡이들이었다. 반면 바이에른 뮌헨의 위업은 다국적군에 의해 이뤄졌다. 토마스 뮐러(5골)-토니 크로스-마리오 괴체(이상 2골)는 독일을, 아르연 로번(3골)은 네덜란드를, 제르단 샤키리(3골)는 스위스를, 마리오 만주키치(2골)는 크로아티아를, 줄리언 그린(1골)은 미국을 각각 대표해 뛰었다.
가족 측면에서, 가장 순수 혈통(?)은 1958 스웨덴 월드컵 때 스타드 드 랭스(프랑스)다. 쥐스트 퐁텐(13골), 로저 피앙토니(3골), 장 뱅상(1골)은 모두 ‘파랑 군단(Les Bleus: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별칭)’의 주축 공격수이었을 뿐만 아니라 스타드 드 랭스에서 한솥밥을 먹던 식구들이었다. 역대 월드컵 단일 대회 최다 득점(13골) 기록을 여전히 보유한 퐁텐을 비롯해 걸출한 공격 트리오 덕분에, 스타드 드 랭스는 통산 4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월드컵으로 말미암아 일시 호흡이 끊겼던 프랑스 리그 1은 오는 28일(이하 현지 일자) 다시 숨 가쁜 일정에 들어간다. 이날, PSG는 스트라스부르와 리그 16차전을 갖는다. 2022-2023시즌 무패 가도(13승 2무·승점 41)를 달리는 PSG가 상승세를 계속 이어 나갈지 시금석이 될 한판이다. 중반전인데다 RC 랑스가 바짝 뒤쫓고 있어(11승 3무 1패·승점 36), 우승의 고삐를 좨야 할 PSG다.
2연패를 겨냥한 PSG의 야망은 메시(7골 10어시스트)-음바페(12골 2어시스트)-네이마르(11골 9어시스트)의 발끝에서 가름된다. 이번 시즌 PSG가 넣은 총 43골 가운데 69.77%(30골)를 차지한 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절대적 비중이다. 월드컵 기록사에 PSG의 이름을 깊숙이 아로새긴 삼총사가 리그 1에서 그려 나갈 눈부신 발자취가 기대된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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