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원’ 무리뉴가 감격할 수밖에 없었던 상은?[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22.09.05 06: 37

“용장(勇將)은 덕장(德將)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 덕장도 운장(運將)에는 미치지 못한다.”
스포츠계에서, 널리 쓰이며 철칙처럼 받아들여지는 금언 아닌 금언이다. 이미 정해져 있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과 기수인 운(運) 앞에선, 용맹도 포용도 한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흔히 통용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도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운이 7할이고 재주나 노력이 3할이라는 뜻으로, 일의 성패는 재주나 노력보다 운에 달려 있음을 이른다. 다시 말해 운때가 맞아야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일 듯싶다.

이 측면에서,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 AS 로마 감독(59)은 2022-2023시즌 호운(好運)을 맞이하지 않았나 싶다.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하는 첫걸음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스페셜 원’ 진가 떨칠 전환점 맞아… 세리에 A ‘이달의 감독’ 첫 수상
무리뉴 감독이 산뜻하게 세리에 A 2022-2023시즌을 열었다. 세리에 A 선정 ‘8월의 감독’ 주인공의 영광을 안았다. 실추돼 가던 이미지를 쇄신하고 나아가 자존심을 곧추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소중한 수상이다.
그로선 과거의 영화를 재현할 가능성이 엿보였다는 점에서 큰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세리에 A 무대에 다시 오르기 직전 지휘했던 토트넘 홋스퍼 시절(2019~2021년) 무관에 그치며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지지 않았던가.
그는 토트넘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 2000년 9월 SL 벤피카에서 첫 지휘봉을 잡았던 그가 2년 뒤 본격적으로 사령탑 역을 연기한 포르투 시절부터 지금까지 20년간 단 한 차례도 우승컵과 연(緣)을 맺지 못한 팀은 토트넘이 유일했다. 실로, 암울했던 1년 6개월(2019년 11월~2021년 4월)이었다.
지난해 7월 AS 로마 대권을 잡으면서 11년 만에 세리에 A 마당을 다시 밟은 그는 절치부심하며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으려 했다. 그 첫 과실은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 콘퍼런스리그(UECL) 2021-2022시즌 우승으로 열렸다. 물론 우승컵 인연이 재개된 극적 등정이었다.
그리고 이제 비로소 세리에 A에서도 진가를 나타내기에 이르렀다. 로마를 이끌면서 이달의 감독에 선정된 기억은 그에게 2022년 8월이 처음이다. 지난 시즌 9회 뽑은 이달의 감독은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표 참조). 그랬기에 이번 시즌 첫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하는(9월 18일) 순간은 그의 가슴속에 더욱 벅찬 감격으로 아로새겨질 듯싶다.
이번 시즌 8월 4경기에서, 그가 이끄는 로마는 패배를 몰랐다(3승 1무). 득실 전과도 상당했다. 6골을 뽑는 동안 1골만을 내줬다. 1실점은 이번 시즌 세리에 A에 출전한 20개 팀 가운데 가장 적다. 그가 역점을 두는 수비 축구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자린고비 수비력의 진가를 뽐낸 그다.
루이지 데 시에르보 세리에 A CEO가 밝힌 선정 경위에서도 이를 읽을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은 잘로로시[I Giallorossi(The Yellow and Reds): 로마의 별칭]의 야망을 피치에서 결과로 구현했다. 그의 독특한 동기 부여 기술, 전술 지식, 선수 기량 증진 능력은 잘로로시가 이번 시즌 빼어나게 출발하는 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는 이 시대 세리에 A 최고 감독 중 한 명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는 첫 번째 세리에 A 사령탑 시절 대단히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인테르나치오날레(인터) 밀란을 이끌면서(2008년 6월~2010년 5월) UEFA 챔피언스리그(UCL) 1회(2009-2010시즌), 세리에 A 2회(2008-2009~2009-2010시즌) 등 ‘우승 청부사’로 이름을 떨쳤다. 자연스레 두 시즌 모두 세리에 A ‘올해의 감독’에 선정됐다.
올해의 감독은 이탈리아축구선수협회(AIC)가 선정해 시상한다. 이에 비해 이달의 감독은 세리에 A 사무국이 뽑아 시상한다. 헤아리기 힘들 만큼 여러 상을 휩쓴 그이지만 세리에 A 이달의 감독은 첫 수상이다. 여러모로 그에겐 뜻깊은 상이라 할 만하다.
그가 무관의 치욕을 안겨 준 어두웠던 토트넘 시절을 박차고 나와 정상을 다시 밟을 수 있을지 눈길이 가는 세리에 A 2022-2023시즌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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