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단금(八段錦)을 아십니까?’ 『오! 나의 팔단금』의 저자 이길우 선생에게 배워봅시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22.05.06 09: 57

[OSEN=홍윤표 선임기자]사람을 지배하는 것은 정신인가, 아니면 몸(육체)인가. 부질없는 물음 같지만, 몸이 한 번 망가지면 정신만으로 삶을 온전히 지탱하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다. 어찌 보면, ‘정신이 몸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정신을 지배한다는 것’은 사람의 숙명이다. 그래서 청장년을 지나 노년에 이를수록 누구나 ‘건강한 몸’을 최우선으로 두고 저마다 신체단련을 하게 마련이다.
예로부터 풍진 세상을 떠나 신선처럼 살고자 했던 도인들은 이런저런 수련 체계를 갖춘 비전의 ‘신선도’를 스스로 배우고 익혔고, 그런 수련법들이 암암리에 세상에 전파됐다. 팔단금도 마찬가지다.
팔단금(八段錦)은 옛 중국(양조 시대)에서 생겨나 우리나라까지 건너와 최근 민간에서 조용히 번져나가고 있는 건강 수련법이다. 팔단금은 여덟 동작으로 꾸려져 있어 ‘팔단(八段)’이고, 그 자세가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워 붙여진 것이 ‘금(錦)’이다.

이 같은 팔단금(八段錦)을 본격 소개하는 책자가 나왔다. 단순히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수련법을 체계적으로 자세히 설명해놓아 누구라도 손쉽게 배워볼 수 있는 책이다. 이름하여 『오! 나의 팔단금』(도서출판 나루터 발행)이다.
『오! 나의 팔단금』은 대한팔단금협회 이길우 회장과 그 수련생들의 수련기를 모은, ‘8인 8색 팔단금 수련 이야기’다. 팔단금 전파와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이길우 회장은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으로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다. 
그는 세상에 숨어 있는 ‘건강 고수’, 신선도 수련자들을 찾아다니며 취재했던 얘기를 모아 『고수들은 건강하다』(2015년)를 펴냈던 인물이다. 그 스스로 신선도에 심취해 기천문을 시작으로 혈기도를 거쳐 팔단금에 이르기까지 수련에 몰두하고 있기도 하다. 그가 팔단금 이전에 접한 혈기도는 10여 년 가까이 수련해 이미 고수의 경지에 올라 있다.
이길우 회장은 자신의 수련기에서 “팔단금은 비단을 품었다. 비단은 부드러움이다. 부드러움은 노화하는 인간의 숙제이다. 태어날 때의 몸은 마치 봄날 새싹처럼 부드러우나 나이가 들수록 활기를 잃고 고목처럼 딱딱해진다. 굳어가는 육체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 몸 수련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고 풀어놓았다.
이 글 속에 ‘왜 팔단금을 해야 하며, 이 수련을 쌓으면 우리의 몸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이길우 회장은 『고수들은 건강하다』는 책에 팔단금 수련자인 김성옥을 소개하는 글에서 “팔단금은 중국 도가의 양생술이다. 아직 한국에서 보지 못한 도인술이기도 하다. 도인술(導引術)은 온몸의 관절을 펴거나 굽히며 신선한 공기를 몸속에 들여와 기혈을 원활하게 하는 각종 건강 체조를 일컫는 말로 역근경과 오금희, 그리고 팔단금이 대표적인 도인술이다”고 설명했다.
이길우 회장을 팔단금의 세계로 이끈 주역 학자 백오 김성옥은 “건강체조 도인술(導引術)은 양생(養生)의 한 방법이다. 양생은 본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서 장수를 꾀하는 것을 뜻한다.(…) 도인은 오장과 사지를 단련하는 것을 위주로 하는데, 부수적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정신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팔단금 예찬론을 폈다.
『오! 나의 팔단금』은 이길우 회장을 비롯한 팔단금 수련자 8명이 8초식을 나누어 각자의 수련 얘기를 부드럽고 아름다우면서도 힘찬 동작을 곁들여 해설, 초심자라도 서슴없이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8인의 수련기와 더불어 1~8초식의 동작 설명과 신제식 대한팔단금협회 사무총장의 ‘기찬 몸 팔단금을 왜 해야 하는가’를 실어 문외한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길우 회장은 “나이가 들면서 건강 신선술에 관심이 쏠렸다. 건강한 나이 듦이 중요했다. 신선은 전설상의 인물이 아니라 건강한 노인이다.”고 규정 짓고 “팔단금은 그런 과정에서 만난 중국 3대 기공 수련 체계의 하나다. 여덟 단계의 비단처럼 아름답고 부드러운 동작, 비단 금 자를 수련 체계의 이름에 썼다는 것이 독특하고 매혹적”이라고 팔단금에 흠뻑 빠진 심정을 토로했다.
이길우 회장은 그동안 서울 서초구 아버지 센터와 중국문화원 등에서 팔단금을 직접 가르쳤다. 그 과정에서 아직 한국에서 제대로 된 팔단금 소개 책자가 없음을 아쉬워하던 나머지 함께 수련하던 도반들과 지인들의 울력으로 이번에 『오! 나의 팔단금』을 발간했다.
고도원 아침편지 문화재단 이사장은 “이제 그동안 팔단금을 익힌 도반들이 팔단금을 소개하는 책을 펴내게 됐습니다. 특히 수련한 도반들이 직접 시범을 보이고, 스스로 팔단금을 통해 변화된 자신들의 모습을 글로 표현해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 책이 한국에 팔단금이라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건강의 씨앗으로 자리매김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며 적극 추천했다.
이길우 회장은 한겨레신문에서 정년퇴직한 뒤 지난해 7월 제주시 조천읍으로 귀촌, 바누(‘바다에 누워’를 줄인 말)라는 카페를 열고 그곳에 팔단금 도장도 마련, 수련을 원하는 이들과 더불어 “아무런 의심 없이 함께 팔단금을 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함을 찾아가고” 있다.
“지금은 제주 해안가에 살고 있습니다. 한밤중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뒤로 느끼면서, 제주 앞바다를 향해 깊게 숨을 쉽니다. 그리고 8단계의 아름답고 부드러운 몸짓에 몸과 마음을 실어봅니다. 비릿한 바다 내음과 정겨운 한라의 숲 냄새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기찬 몸의 시작입니다”
이길우 회장의 ‘활기찬’ 일상과 행복감이 한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사진=이길우 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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