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WC 요주의 인물' 누녜스와 조타, 그들의 공통점은?[최규섭의 청축탁축(淸蹴濁蹴)]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22.04.21 14: 36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지피지기 백전불태].”(『손자병법』 모공편)
중국 고대 으뜸의 병법가로 손꼽히는 손자(손무)가 설파한 ‘지피지기론’이다. 승패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창한 손자가 연역법으로 끌어낸 백전불태의 전제 조건이다.
손자병법에서 가장 회자하는 이 말은 현대 스포츠에서도 널리 통용된다. 누가 상대 전력을 더 잘 파악하고 있느냐는 곧 승리의 첫걸음으로 이어진다. 갈수록 정보전 양상을 보이면서 그 중요성과 효용성이 강조되는 추세다.

[사진] 호날두-조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는 11월 21일(이하 현지 일자) 막을 올리는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은 우루과이(11월 24일), 가나(11월 28일), 포르투갈(12월 2일)과 조별 라운드를 치른다. 12년 만에 원정 결선 라운드 진출의 열망을 불태우는 한국으로선 상대의 전력 파악과 분석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축구는 결국 골에서 승패가 갈린다. 경기를 지배하더라도 골에서 뒤지면 패배의 멍에를 메야 한다. 상대가 자랑스러워하는 골잡이가 누구인지를 알아채고 그를 봉쇄할 방책을 마련했을 때 승리에 그만큼 더 다가설 수 있다. 곧, 골을 포획하기 위해 날카롭게 파고드는 매가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할 천라지망을 만들어 둬야 한다.
이 맥락에서, 한국의 16강행 비상을 괴롭힐 두 존재 - 다르윈 누녜스(23), 디오구 조타(26) – 가 눈에 띈다. 둘을 엮는 교집합은 새로운 매다.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의 ‘매 계보’를 이어 갈 빼어날 골잡이다(표 참조).
[사진] 누녜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루과이: 수아레스 뛰어넘은 경계 0순위 다르윈 누녜스
우루과이는 전통적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와 함께 남미 축구 3강을 이뤘다. 지난 10여 년간 우루과이의 비상을 이끈 두 날개는 1987년생 동갑내기인 루이스 수아레스와 에딘손 카바니였다. 수아레스는 2007년부터, 카바니는 2008년부터 각각 국가대표로 뛰며 골 사냥을 즐겼다.
당연히 남다른 골 포획 솜씨를 뽐냈다. 수아레스는 132경기에서 68골을, 카바니는 130경기에서 54골을 각기 잡아냈다.
그러나 카타르 본선 마당에서, 가장 경계를 요하는 매는 단연 다르윈 누녜스(23)다. 2021-2022시즌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를 열풍 속으로 휘몰아 간 주인공이 바로 누녜스다. 25경기에 나서 25골을 터뜨려 경기당 평균 1골이라는 경악스러운 골 폭풍을 일으키며 득점 레이스에서 여유 있게 선두를 내달리고 있다.
3년 전 유럽 무대에 진출해 1부리그에 데뷔한 지 두 시즌째에 이룬 비약이라 더욱 놀라움을 자아내게 하는 용솟음치는 기세다. 조타는 2019-2020시즌 스페인 세군다 디비시온(2부리그) 알메이라를 거쳐 2020-2021시즌부터 프리메이라리가 명문인 SL 벤피카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 시즌만 해도 리그에서 29경기 출장 6득점의 평범한 수확에 그쳤으나, 이번 시즌 믿기 힘든 골 폭발을 일으키며 프리메이라리가 최고 골잡이로 떠올랐다.
2019년 국가대표로 첫 발탁된 까닭에, A매치 경력은 아직 일천하다. 9경기에서 2골을 뽑았다.
하지만 요즘 페이스을 볼 때 어떤 사냥감도 놓치지 않을 만큼 빼어난 포획 솜씨를 갖췄음이 분명하다. 더구나 수아레스는 몰라도 카바니가 노쇠한 기운이 뚜렷해 우루과이의 공격을 이끌 선봉장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무척 크다.
[사진] 조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르투갈: 호날두와 쌍벽 이루는 디오구 조타
포르투갈 축구 하면 누구라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를 떠올린다. 20년 가까운 세월 세계 축구계를 풍미한 불세출의 골잡이임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 축구사에서, A매치 최다 득점(115골)이 말해 주듯 감히 넘보기 힘든 사냥 솜씨를 뽐낸 으뜸의 매다.
그러나 포르투갈을 상대하는 팀이 오로지 호날두에게만 신경을 곤두세울 순 없다. 디오구 조타가 새로운 골 병기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U-19→ U-21→ U-23 대표팀을 두루 거쳤을 만큼 일찌감치 대기(大器)의 자질이 엿보인 조타는 이제 A대표팀에서도 무시하기 힘든 존재감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누녜스와 마찬가지로, 조타도 이번 시즌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떨치고 있다. 명가 리버풀에서, 모하메드 살라-사디오 마네와 삼각 공격 편대를 이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서 극강의 파괴력을 자랑한다. 29경기에서 15골을 터뜨려 당당히 득점 레이스 3위를 달리고 있다. 묘하게도 호날두와 나란히 달리는 순위다. 지난 시즌 적은 경기 수(19)에도 불구하고 9골을 뽑아내며 엿보인 잠재력이 이번 시즌 비로소 한껏 분출된 양상이다.
전방위 소화 능력도 조타의 위험도를 증폭시킨다. 이번 시즌 좌-중-우 포워드는 물론,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와 왼쪽 미드필더로 뛰면서 평균 평점 7.07점(후스코어드닷컴 기준)을 보였다.
호날두와 함께 쌍벽으로 자리매김할 만치 부쩍 큰 조타는 분명 한국이 경계해야 할 매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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