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홍원기 키움 감독, ‘올해 KBO리그 태풍의 눈’ 푸이그를 어떻게 적응시킬까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22.01.28 11: 20

 
키움 히어로즈는 현존하는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 기록이 없다. 대기업을 모체로 두고 있는 다른 구단과는 달리 ‘자력갱생(自力更生)’ 위주로 팀을 꾸려가다 보니 아무래도 팀 전력이 일정 수준에서 한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 할지라도 키움 구단이 호락호락한 팀은 절대 아니다. 팀 색깔이 끈적끈적하고 끈덕진 구석이 많다. 20008년 우리 히어로즈로 출범한 이래 히어로즈(2009년)→넥센 히어로즈(2010년)→키움 히어로즈(2019년)로 팀 이름을 메인 스폰서에 의탁해 바꾸면서까지 질긴 생명력을 과시해왔다. 팀 매각설도 심심치 않게 나돌곤 했지만 갖은 노력으로 버텨냈다. 자생력을 갖추려는 노력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키움 히어로즈의 정상 도전은 올해도 계속된다. 그 무거운 짐을 떠안고 있는 홍원기(49) 감독은 팀이 처한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전력 강화를 꾀할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올해 키움 구단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으론 ‘괴팍한 메이저리거’ 출신 야시엘 푸이그(32)의 등장을 첫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푸이그가 주위의 기대대로 KBO리그에 안착한다면,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7시즌 통산 132홈런, 415타점이 말해주듯 그가 지닌 폭발성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홍원기 감독은 “(푸이그가)미국에서 말썽꾸러기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선수인데, 선수들과 화학적 융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는 물음에 “많은 사람의 그런 염려를 저는 다른 시선으로 본다”고 낙관적인 관측을 내놓았다.
홍 감독은 “선수의 단적인 면만 보고 선입견을 가지고 (푸이그를) 볼 게 아니라 ‘그 선수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를 살펴야 한다”면서 “쿠바에서 망명할 때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일이 있다고 들었다. 자존심 강한 메이저리그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선수들보다 노력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융합하기 어려웠으나 다저스 시절 류현진과 장난도 치며 잘 지낸 사실로 미루어볼 때 한국(야구)문화와 잘 융합시킨다면 잘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푸이그가 잘만 적응한다면 큰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원’이라는 의견에 대해 홍 감독은 “그건 모든 외국인 선수 누구나 마찬가지로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외국인 손수를 그래서 ‘복권’이라고 하지 않나. 푸이그가 말썽꾸러기 문제아라는 인식이 깊게 박혀있어 일단 용병, 신인 관점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푸이그의 목표가 ‘메이저리그 재진출’로 확고하게 잡혀 있으므로 KBO리그에서의 성공이 그의 야구 인생에 중요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한국문화를 존중하고 적응한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는 얘기였다.
홍원기 감독은 올해가 계약 기간 2년의 마지막 해다. 그의 올해 구상을 들어봤다.
-지난해 1년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일단 전반기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후반기 좋은 승부처에서는 크고 작은 선수들 문제 때문에 전력을 다하지 못하고 계획대로 안돼 아쉽다.”
-KBO리그 감독들의 계약, 특히 초보 감독은 거의 예외 없이 2년 추세다. 3년은 나름대로 구상을 펼칠 여유가 있겠지만 2년은 숙성, 발효 시간이 너무 짧다. 마지막 해에는 쫓기기도 쉽고. 어떻게 보면 구단들이 감독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짓이다.
“물론 2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감독의 숙명이다. 선수를 탓할 수도 없고 있는 구단은 구단대호 성적을 내기 바라고, 있는 자원을 가지고 최고의 성적을 내야 한다. 선수 폭이 넓거나 강화되면 성적에 대한 계획이 세워지는데, 선수층 얇은 것은 핑계 아닌 핑계일 수 있겠다. 2년 안에 내 야구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계약 기간 마지막 해에 자칫 오버페이스를 하거나 레임덕 현상이 생겨 감독이 쫓기면 선수들도 쫓길 수 있어 그렇게 안 되려고 노력하겠다.”
-키움 구단은 여태껏 지켜봤을 때 끈적끈적한 팀이라는 느낌을 준다. 쉽게 안 진다는 얘기다. 반면 해마다 선수를 팔아 연명한다는 인상도 여전하다. 흔히 말하는 뎁스의 문제일텐데.
“아시다시피 매년 유출이 됐지 외부 FA 영입 같은 게 없었다. 지난해도 김하성이 빠져 공격력 공백이 우려됐지만 여러 선수가 돌아가면서 잘 메워줬고, 김혜성 같은 경우도 더 성장해야 하지만, 뎁스를 두껍게 한다는 것은, 신인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면으로 볼 때 특히 저희 팀은 그런 시스템이 자리잡혀 있다. 9월에 엔트리 확대 때 가능성 확인이나 다음 해 구상으로 시험삼아 신인을 기용하는 게 아니라 우리는 보다 시즌 초나 중반에 (이른 시점에서) 과감하게 기용했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구단 방침도 그렇고. 그런 과정에서 김동욱, 김성진 같은 투수 3명 정도와 예준원, 김휘집 등 야수들을 실전 멤버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가능성을 보인 선수들이 올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키움은 이제 이정후가 대표적이자 상징같은 선수가 됐다. 너무 이정후가 각광을 받고 매스컴에 집중노출 돼 혹시 다른 선수들과 위화감이 생기지 않을까.
“제가 이 팀에만 13년째인데, 이를테면 다른 선수들의 시기나 질투는 절대로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결국 투수 놀음인데. 스프링 캠프를 거쳐야겠지만 선발을 맞추고 불펜을 꾸리는 구상은 순조로운가.
“지난해 후반기 불미스러운 일로 한현희가 FA를 못 했다. 올 시즌이 어느 해 보다 중요하다. 5선발 안에 들어가야 구상이 제대로 될 텐데.(공교롭게도 홍원기 감독과 이 얘기를 나눈 며칠 뒤에 한현희가 다쳤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일정 부분 차질이 생기게 됐다) 마무리 조상우가 4월에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올해는 전력 외다.”
조상우의 입대로 키움은 든든한 ‘뒷문 지킴이’를 다시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대개 보면 코치들의 열성과 지도력이 팀 성적을 좌우하는 수가 많다.
“10개 구단 코치들이 모두 열심히 하겠지만, 감독이 (선수들에게) 직접 기술이나 노하우 전수는 한계가 있다. 우리 팀은 코치를 통해서 소통하고 전달하는 체계가 잘 잡혀 있다. 우리 코치들의 유능함은 자부한다. 호흡과 융화를 자신한다.”
-주전 포수 박동원의 트레이드설이 나돌았는데.
“단장과 꾸준하게 소통은 하지만 (트레이드는) 프런트의 일이다. 트레이드라는 게 언론에 노출되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른 팀에서 언론플레이로 괜히 선수만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지난해 문제 선수들 기용을 놓고 여러 군말이 있었다.
“문제가 있었을 때 침착 냉정하게 대응했어야 했는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성급하게 말해 뒤에 선수 복귀에 어려움이 있었다.”
-감독이 프로 선수들의 사생활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것은 힘들겠다.
“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보호막 아래 성장했다. 제 할 일,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일들이 벌어지고 반복되면 안 된다. 제 앞일이나 권리만 내세우는 것은 곤란하다.”
-전반적으로 투, 타, 수비 3박자가 어느 정도 안정된 전력인데 거포 자원이 부족하다는 인상은 준다.
“약화 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마무리 조상우 공백도 그렇고, 박병호도 실력이나 성적도 그렇지만 팀의 맏형, 리더가 없어진 것이어서 아쉽다. 투수 공백은 분명히 있지만 서로 도와 십시일반 메워나가야 한다. 5선발까지 다른 팀에 뒤지지 않게 준비하고, 장타력 부재는 과감한 주루 플레이와 타선 연결을 잘해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홍원기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라고 혼자 발버둥이쳐 봐야 소용없다. 최대한 전력을 만들고, 그 후에는 하늘에 맡긴다.”고 매듭지었다.
글. 홍윤표 OSEN 고문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