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하며 지난날 반성…이대호, 다시 백의종군과 우승을 말하다 [오!쎈 부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4.22 05: 04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9)는 지난 비시즌 겨울 동안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장산을 자주 올랐다. 해발 634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에 서면 드넓은 바다와 광안대교, 마린시티 지역의 마천루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절경이 펼쳐지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대호는 지난 2년 간 프로야구 선수협회 회장직을 역임했다. 하지만 지난 연말, 회장직 수행 기간 동안 판공비 인상 논란이 불거졌다. 그리고 이대호가 추천한 사무총장의 비위 혐의까지 알려지면서 불명예스럽게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사람과 운동’이라는 시민단체는 횡령과 배임 혐의로 이대호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면서 불송치 결정을 내렸지만 이대호는 커리어에 오점이 되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시간들은 이대호에게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했다. 산을 오르며 생각을 비우고 과거를 반성했다. 그는 “장산이 높지는 않다. 많이 오르다 보니까 길을 많이 알게 돼서 2~3시간 코스로 여기저기 돌아서 다녔다. 겨울에 눈도 쌓이고 좋은 풍경이 있었다. 혼자 산을 오르니까 매력이 있더라”고 말했다.

경기종료 후 5타점 맹활약한 롯데 이대호가 코칭스태프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이어 판공비 논란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힘든 일이 있었다”면서 산을 오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내가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팬들이나 주위 지인들, 프런트 직원들 모두에게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일은 끝이 났지만 제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주위에 잘 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다. 후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주위에 더 잘하려고 한다.”
프로 커리어 초창기에는 경남 양산의 영축산을 올랐고 통도사에서 훈련을 하면서 현재의 입지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그리고 커리어 막판에는 운동과 함께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도 이대호는 여전히 4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21일 사직 두산전에서는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는 등 5타수 3안타 5타점으로 활약했다. 해결사의 위용을 과시하면서 4번 타자로서 자존심을 지키는 활약을 했다.
허문회 감독은 여전히 4번 타자로 “이대호만한 선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대호는 언제든지 4번 자리에서 내려와서 팀을 위해 헌신할 각오를 하고 있다. 백의종군이다. 그는 “감독님께서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하고 저도 보답해야 한다. 선수의 기본이다”면서 “시즌 전에도 4번 타순과 관련해서 얘기를 많이 했다. 체력이 떨어지면 하위 타순으로 내려가도 상관 없다고 했다. 4번이 아니라 6번이든 8번이든 경기에 나가서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백의종군의 각오를 다시 한 번 전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올해 롯데와 2년 총액 26억 원의 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으며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예고한 이대호다. 계약 당시에도 우승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전했고 2억의 우승 옵션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경기장에서의 활약은 물론 경기장 밖에서도 이대호는 팀의 우승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주 삼성과의 주말 3연전에서 루징시리즈를 당했는데 18이닝 연속 무득점으로 마무리 했다. 팀을 둘러싼 논란들도 있었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에 이대호는 공수교대시 덕아웃으로 선수들이 복귀할 때 이병규(38)와 함께 앞장서서 선수들을 맞이한다. 그는 “사실 지난주 분위기가 많이 다운돼 있었다. 어제(20일)부터 병규와 함께 먼저 나가자고 했다. 우리가 움직이면 분위기가 밝아지지 않겠나 생각을 해서 파이팅을 먼저 외쳤다. 분위기를 바꿔보자고 했는데 연승을 했다. 이제 시즌 끝날 때까지 해볼 생각이다”고 다짐했다.
또한 후배 투수들에게도 볼배합 등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있다. 그는 “타자의 입장에서 투수들에게 어느 타이밍에서는 이런 공을 많이 노리고 있다는 등의 볼배합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있다. 타석에서 겪었던 것을 얘기해주니까 후배 투수들도 스스럼없이 물어보고 많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제 노하우가 도움이 됐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결국 이러한 이대호의 노력들이 우승으로 연결됐으면 하는 강한 바람이다. 그는 “다른 것 없다. 홈런을 많이 치면 이기겠구나 생각을 하지만 꼭 우승을 한 번 해보고 싶다. 2년 계약을 했지만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는 시간은 얼마 없다. 나도 잘하면 좋겠지만 후배들이 더 잘해줘서 같이 우승을 하면 후회는 없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7승8패. 역대급으로 촘촘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고 팀도 반등세로 돌아섰다. 이대호의 노력과 백의종군. 과연 시즌이 끝난 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을까. /jhrae@osen.co.kr
21일 오후 부산사직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진행됐다.4회말 2사 만루 롯데 이대호가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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