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이전에 선배…'일타강사' 베테랑의 조언과 확신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4.21 12: 05

“경험만 쌓이면 무섭게 성장할 것이다. 대선수가 될 수 있다.”
자리 경쟁보다는 후배들이 정체되어 있고 헤매고 있는 상황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롯데 노경은(37)은 현재 팀의 영건 투수들과 선발진 경쟁을 펼쳐야 하지만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을 걱정하면서 조언의 한 마디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확신을 심어줬다.
노경은은 지난 20일 사직 두산전에서 6이닝 6피안타(3피홈런) 2볼넷 1사구 2탈삼진 3실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면서 첫 승을 거뒀다. 첫 등판에서 첫 승이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4km. 하지만 패스트볼만이 아니라 슬라이더(38개), 투심(14개), 체인지업(13개), 커브(10개), 너클볼(3개) 등 다양한 구종으로 상대 타자들을 쉽게 요리했다. 구위보다는 제구와 경험을 앞세워 ‘이게 선발 투수의 모습’이라는 것을 마운드 위에서 보여줬다.

11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연습경기가 진행됐다.4회초 롯데 노경은이 역투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노경은에게 개막 선발진 합류는 기정사실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시범경기 막판 신인 좌완 김진욱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결국 또 다른 우완 영건 이승헌과 김진욱에게 선발 자리를 내줬다. 노경은은 뒤늦게 시즌을 출발해야 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솔직히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가 위협이 될 정도로 무섭다”고 말했던 노경은이었는데 현실이 된 것.
그러나 노경은은 선발 자리를 뺏긴채 시즌을 시작해도 “그 당시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구위였다. 구단의 결정을 존중했다. 구위 좋은 투수가 먼저 나가서 던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쟁자 이전에 후배들을 챙기는 베테랑의 면모였다.  그리고 그는 이승헌과 김진욱을 향해 “구위가 정말 좋다. 롯데의 미래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구단의 기대와 달리 이승헌과 김진욱의 시즌 초반 페이스는 좋지 않다. 이승헌은 구위 저하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지난해 150km에 육박하던 구속이 140km 안팎까지 떨어졌다.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밸런스를 조정하고 있다. 추후 선발 등판 일정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50개의 불펜 피칭을 소화했고 최고 구속은 147km까지 나왔다.
아울러 신인 김진욱은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42를 기록하고 있다. 8⅔이닝 동안 10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제구 불안을 겪고 있다. 카운트 싸움에서 신인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급 신인지만 아직은 성장통 과정이다.
현재 투수진 최고참이기도 한 노경은은 영건들이 부침을 겪고 있을 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후배들이 노경은을 찾아왔고 상황에 맞는 맞춤 조언을 해줬다. 그는 “후배들에게 몇 번 얘기를 해줬다. 후배들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나를 찾아왔다”면서 “(이)승헌이를 향해서는 ‘구속이 떨어졌을 때는 롱토스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김)진욱에게는 ‘결정구를 던질 때 몰리는 공이 많은데 전력으로 던지려고 하다 보면 몰린다. 초구를 던진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던져야 한다’는 얘기를 해줬다”고 전했다. 후배들을 걱정하면서 베테랑은 자신의 경험을 마음껏 전수했다.
그리고 이들을 향한 확신이 있다. 노경은은 “일단 경험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 뿐이다. 롯데의 미래이고 대선수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경험만 쌓이면 무섭게 성장할 것이다”고 확신했다. /jhrae@osen.co.kr
[사진] 이승헌-김진욱.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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