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점수차 도루 금지 불문율, 이해 안 되지만 존중" 수베로 감독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4.21 05: 32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감독은 지난 주말 야구 불문율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7일 창원 NC전, 10점차 뒤진 8회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외야수 정진호가 볼카운트 스리볼에서 던진 4구째 공을 상대 타자 나성범이 타격하자 불같이 화를 낸 모습이 TV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수베로 감독이 화를 낸 이유는 불문율을 둘러싼 야구 문화의 차이였다. 발단은 그 전날인 16일 NC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화가 8점차로 뒤진 7회 2사 1루. 한화 벤치의 사인을 받은 임종찬이 2루 도루를 시도했는데 이를 두고 NC 포수 양의지가 한화 쪽에 어필했다. 승부가 크게 기운 상황에서 서로 도루를 하지 않기로 선수들끼리 암묵적으로 합의를 했는데 이를 깨뜨렸다고 본 것이다. 
수베로 감독은 이를 몰랐다. 하주석이 선수들 사이 불문율을 설명했고, 수베로 감독은 "미리 알았다면 도루 사인을 내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이 일로 보복을 받는다면 그건 내 실수"라며 선수단에 사과를 했다. 

한화 수베로 감독이 투수 교체를 지시하고 더그아웃으로 가고 있다. /sunday@osen.co.kr

그런데 이튿날 10점차 뒤진 상황, 한화가 백기를 들며 야수를 투수로 올렸는데 스리볼 타격을 하는 상대팀 타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미국은 큰 점수차에서 스리볼 타격을 금기시한다. 한국에선 이와 같은 불문율이 없어 NC 벤치가 오히려 어리둥절해했다. 
6회말 2사 1루에서 한화 유장혁이 두산 김재호에 앞서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수베로 감독은 "크게 지고 있을 때 도루하면 안 된다는 불문율은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점수 차이가 큰 상황에서 내야 수비가 베이스를 비우는 건 주자 진루와 상관 없이 수비 범위를 넓히기 위한 목적이 있다. 그래서 도루를 하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고 있는 팀이 도루를 할 수 없는데 이기는 팀이 스리볼 타격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봤다. 불문율에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감정이 격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물론 수베로 감독이 미국 방식을 고집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는 "야구는 계속 바뀌고, 리그마다 문화 차이 또한 있다. 한국 야구의 문화를 인정하고, 내가 거기에 맞춰나가야 한다. 내 방식으로 바꾸려고 하는 건 옳지 않다. 한국 야구를 존중한다. 한국에서 허용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언제든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한화 수베로 감독이 마운드에 야수인 강경학을 올리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jpnews@osen.co.kr
고리타분한 야구 불문율, 이제는 사라져야 할 '구식 문화'라는 의견이 미국 내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야구에서 불문율은 상대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 '왜(why)'라는 이유가 설명된다면 불문율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7회 이후 7점차 이상 벌어지면 불문율을 적용할 수 있는 적정선이 아닌가 싶다"는 견해를 밝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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