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언더독에서 강팀으로…신영철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했다 [오!쎈 인천]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4.17 16: 32

졌지만 잘 싸웠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명승부를 펼친 우리카드의 이야기다.
우리카드 위비는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5차전에서 대한항공 점보스에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했다.
정규리그 2위에 올라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프전에 오른 우리카드는 2승 1패에서 내리 2경기를 내주며 창단 첫 챔프전 우승이 아쉽게 무산됐다.

17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5차전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가 열렸다.경기 전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감독끼리 악수 없이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에게 사인을 보내고 있다. /rumi@osen.co.kr

우리카드는 그 동안 V리그 남자부의 변방이었다. 지난 2009-2010시즌 전신인 우리캐피탈 드림식스로 처음 리그에 참여해 줄곧 하위권에 머무른 만년 언더독이기도 했다. 그 동안 김남성, 박희상, 김호철, 강만수, 김상우 등 능력 있는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 누구도 봄배구 진출을 이뤄내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18-2019시즌 신영철 감독이 제6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과거 LG화재, LIG손해보험, 대한항공, 한국전력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신 감독은 부임과 함께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스타플레이어의 부재 속 모래알 같은 조직력으로 늘 고개를 숙였던 우리카드에 ‘승리 DNA’를 주입하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을 채찍질했다.
그 결과 우리카드에도 스타플레이어가 생겼고, 전통의 강호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에 못지않은 조직력이 갖춰졌다.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던 나경복을 에이스로 만들며 2019-2020 정규리그 MVP 수상을 도왔고, 명세터 출신답게 유광우가 떠나자 노재욱을, 노재욱이 떠나자 하승우를 확실한 주전 세터로 만들었다. 특유의 외국인선수 조련법으로 아가메즈와 알렉스를 한국 문화에 녹아들게 하며 우리카드를 하나의 ‘원 팀’으로 만들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성적으로 이어졌다. 비록 현대캐피탈에 2패로 무릎을 꿇었지만, 첫 시즌부터 정규리그 3위로 창단 첫 봄배구 진출을 이끌었고, 2년차인 지난 시즌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우리카드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뤄냈다. 코로나19로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은 게 아쉬울 뿐이었다.
신영철호의 순항은 올해도 계속됐다. 알렉스, 나경복, 한성정 삼각편대와 함께 세터 하승우, 베테랑 센터 하현용, 원포인트 서버 최현규 등의 활약 속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뒤 플레이오프서 OK금융그룹을 2승 무패로 따돌렸다. 그리고 정규리그 우승팀 대한항공을 상대로 챔프전 2승 1패 우위를 선점하는 이변까지 연출했다.
그러나 4차전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외국인선수 알렉스가 복통을 호소하며 힘을 쓰지 못한 것. 에이스가 이탈한 우리카드는 무기력했고, 결국 대한항공에 셧아웃 완패를 당하며 흐름이 끊겼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젓지 못한 우리카드는 결국 이날 적진에서 펼쳐진 운명의 5차전에서 1-3으로 무릎을 꿇으며 아쉽게 첫 우승에 실패했다.
신영철 감독은 지도자 커리어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노렸지만, 이번에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 동안 탁월한 리빌딩 능력에도 챔피언결정전과는 인연이 없었던 그였다.
그러나 신 감독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우리카드의 챔프전 진출은 결코 실현될 수 없었다. 감독 1명으로 팀의 명운이 바뀐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backligh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