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준은 괜찮나요?” 냉혹한 승부의 세계, 그 속에 피어난 ‘동업자 정신’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4.09 05: 30

경기 도중 충돌하며 나란히 부상을 입게 된 로베르토 라모스(LG)와 유한준(KT). LG 류지현 감독이 라모스는 물론이고, 상대팀인 유한준의 몸 상태까지 걱정하는 동업자 정신을 뽐냈다.
지난 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시즌 2차전. 아찔한 상황은 1회말 발생했다. KT의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유한준이 1사 만루 기회서 LG 선발 정찬헌의 초구를 건드려 3루수 방면 내야땅볼을 쳤다. 타구를 잡은 3루수 김민성은 홈으로 던져 3루주자를 포스아웃시켰고, 이어 포수 유강남이 다시 1루로 송구해 더블플레이를 시도했다.
그런데 송구가 다소 높게 형성됐고, 1루를 향해 달려가던 유한준과 이를 가까스로 포구한 1루수 라모스가 강하게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둘 다 그대로 쓰러져 통증을 호소한 가운데 라모스는 이내 몸을 일으켰지만, 유한준은 한동안 그라운드에 누워 있다가 머리를 짚고 간신히 일어나 엠뷸런스에 후송됐다.

1회말 1사 만루 상황 KT 유한준이 병살타를 치고 1루로 뛰다 포구를 하며 베이스를 밟은 LG 1루수 라모스와 충돌해 넘어졌다. 머리를 감싸쥐며 구급차로 향하는 유한준. / dreamer@osen.co.kr

하루가 지나 8일 수원 경기에 앞서 만난 류지현 감독은 라모스의 선발 제외 소식을 전했다. 유한준과 충돌 과정에서 우측 엄지에 부상을 입은 여파였다. 류 감독은 “훈련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는데 방망이를 잡았을 때 조금 힘이 덜 들어가는 모양이다. 정도가 심하지는 않지만, 선발은 어렵다”고 구체적인 상태를 전했다.
1회말 1사 만루 상황 KT 유한준이 병살타를 치고 1루로 뛰다 포구를 하며 베이스를 밟은 LG 1루수 라모스와 충돌해 넘어져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 dreamer@osen.co.kr
그리고 역으로 취재진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상대팀인 유한준의 몸 상태 걱정이었다. 류 감독은 “그런데 혹시 유한준은 괜찮나요”라며 “걱정이 된다. 충돌 과정에서 무릎이 꺾인 것 같았다. 괜찮은지 모르겠다”고 진심 어린 우려를 표했다. 핵심 전력인 라모스의 부상으로 걱정이 커진 와중에 상대팀 선수의 몸 상태까지 챙기는 세심함을 뽐낸 것이다.
유한준의 몸 상태는 류 감독에 앞서 진행된 이강철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전해들을 수 있었다. 전날 병원으로 향한 유한준은 검진 결과 다행히 머리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충돌 후 착지 과정에서 우측 발목 인대를 경미하게 다치며 8일 출전이 불발됐다. 9일까지 상태를 지켜본 뒤 부상자명단 등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류 감독은 머리 쪽에 이상이 없다는 취재진의 정보 전달에 “다행이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잠시나마 한발 물러나 상대 선수를 챙기는 ‘동업자 정신’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backlight@osen.co.kr
3일 창원NC파크에서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연습경기가 열린다. 경기에 앞서 LG 류지현 감독이 훈련 중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c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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