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구x전여빈x차승원 '낙원의 밤', 꽤 익숙하지만 통쾌한 복수 누아르[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4.08 19: 52

 다른 조직의 보스가 스카웃하기 위해 내심 탐내는 태구(엄태구 분)는 알고 보면 가정적이고 마음 따뜻한 남자다. 하나밖에 없는 누나(장영남 분)와 조카에게 그 누구보다 세상 친절하고 귀엽다. 일터에서 보이는 냉혈한의 모습은 ‘부캐’에 가깝다고 할까.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태구는 자신이 가장 아끼고 의지하는 두 사람이 누군가에 의해 큰 위기에 처하자, 자신과 가족을 건드렸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돌려주기 위해 태구는 복수의 칼날을 휘둔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제작 영화사금월 페퍼민트앤컴퍼니)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엄태구 분)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전여빈 분)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영화. 9일 오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자신의 방식대로 거사를 치른 태구는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제주도에 피신해 있기로 하고, 그곳에서 가족을 잃고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재연(전여빈 분)을 만난다. 냉정하고 잔인하지만 내성적인 태구, 삶에 욕심이 없지만 대담한 재연, 그리고 두 사람의 목숨을 쥐고 흔드는 마 이사(차승원 분)의 관계가 침체된 분위기를 유지한다.
‘낙원의 밤’은 ‘혈투’(2011) ‘신세계’(2013) ‘대호’(2015) ‘브이아이피’(2017) ‘마녀’(2018) 등을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들이 그랬듯 이번 영화에서도 배신과 욕망으로 점철된 무자비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조직원들의 명확한 서열 속 주도권 암투, 배신과 음모가 주요 이야기를 차지해 ‘본 적 없던 이야기’라는 표현을 쓰는 건 무리다. 
하지만 ‘브이아이피’ 이후 관객들의 달라진 시선을 의식한 듯 ‘마녀’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물론 ‘낙원의 밤’은 태구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서사라, 재연이 원톱 주인공이라고 볼 수 없지만 현 세태를 반영해 남성에게 의지하지 않는 강인한 여성상을 그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여성 캐릭터를 타인에 의해 제거하지 않고, 그녀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체적 인물로 그렸다. 
영화 포스터
자화자찬 할 만큼 독보적인 캐릭터들은 아닌데, 그럼에도 돋보이는 건 심지가 굳은 재연이다. 그녀가 보여줄 마지막 11분은 속이 다 시원하고 통쾌하다. 이 시퀀스를 보기 위해서는 앞을 참고 견디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박훈정 감독이 2018년 선보인 ‘마녀’ 이후 3년 만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영화 팬들의 기대가 모인 가운데, ‘낙원의 밤’이 시청자들에게 영화적 충족감을 안겨줄지 주목된다.
넷플릭스를 통해 9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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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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